홍초우 머크 부사장 "2030년 그룹 내 女임원 비율 50% 달성"

이창섭 기자 2023. 5. 11.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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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초우(Hong Chow) 머크(Merck) 헬스케어 부사장 인터뷰
성평등 근무 환경과 문화적 포용성 보장 등 그룹 비전과 전략 소개
"커리어 우먼, 죄책감 느끼지 말아야" 한국 여성에게 조언
홍초우 머크(Merck) 헬스케어 부사장이 지난달 18일 방한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나눴다./사진=이창섭 기자

"머크는 그룹 내 여성 리더십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여성 임원 비율을 50%까지 달성할 겁니다."

홍초우(Hong Chow) 머크(Merck) 헬스케어 부사장은 '머크 그룹의 여성 리더십 비전을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현재 머크는 대표 직급의 38%가 여성인데 이 비율을 더 높이겠다는 것이다.

홍초우 부사장은 최근 머크 헬스케어 한국법인인 한국 머크 바이오파마 임직원을 격려하기 위해 방한했다. 머니투데이와 만난 그는 성평등 근무 환경을 위한 머크 그룹의 노력을 소개하고, 한국의 저출생 현상 대안으로 난임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머크는 1668년 설립된 전통 있는 헬스케어 기업이다. 전 세계 6만4000명 직원을 두고 있다. 지난해 66개국에서 약 30조8000억원 매출을 올렸다. 북미에서 같은 이름을 쓰는 MSD(Merck Sharp&Dohme)와는 구별되는 다른 회사다.

홍초우 부사장은 "아시아인이자 여성인 내가 이런 글로벌 회사 임원으로 임명됐다는 게 머크가 얼마나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출생이지만 12살 때 독일로 이민 갔다. 지금까지 26년간 제약 업계에 몸담았다. 셰링(Schering AG), 바이엘(Bayer), 로슈(Roche)를 거쳐 2021년 10월 머크에 합류했다. 현재 중국 및 인터내셔널 헬스케어 총괄 책임으로 미국과 캐나다를 제외한 전 세계 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국내 제약업계 여성 임원 비율은 약 10%로 알려졌다. 다국적 제약사의 한국법인은 그나마 나은 약 37% 정도다. 한국머크 바이오파마는 여성 임원 비중이 66%로 매우 높다. 홍초우 부사장은 "머크 그룹 전체를 봤을 때 내가 담당하는 지역만 보더라도 유럽, 아시아 태평양, 중국, 인도, 중남미, 중동 지역의 부사장급 중 절반이 여성이다"고 말했다.

머크가 그룹 내 여성 리더십과 문화 다양성을 강조하는 이유는 회사 성장 때문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보장되면 개인이 창의성과 개성을 발휘할 수 있고, 이게 기업 실적에 반영된다는 것이다. 홍초우 부사장은 "머크 그룹 최고경영자(CEO)인 벨렌 가리호도 여성이다"며 "머크 헬스케어, 라이프사이언스, 일렉트로닉스 세 사업부의 남성 대표들이 여성 CEO 지휘하에 움직인다"고 했다.

회사는 여성 리더십 비전 달성을 위해 부모휴직, 유연근무제 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홍초우 부사장은 "머크에서는 '육아휴직(maternity leave)'을 '부모휴직(parental leave)'이라고 칭한다"며 "여성인 엄마뿐만 아니라 남성인 아빠들도 육아휴직을 활용하도록 권장한다"고 밝혔다.

홍초우 머크(Merck) 헬스케어 부사장이 지난달 18일 방한해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나눴다./사진=이창섭 기자

머크는 난임 치료에서 전문성과 역사가 있다. 다수의 치료제 포트폴리오도 보유했다. 홍초우 부사장은 현재 한국의 저출생 현상을 해결하려면 난임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초우 부사장은 "7쌍 중 1쌍의 부부가 난임을 겪지만 이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너무 늦게 발견하면 난자가 이미 노화돼 젊은 부부에 비해 임신 성공률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며 "한국에서도 생각보다 많은 난임 부부가 치료를 받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이어 "난임 부부를 위한 경제적 지원은 물론, 치료 환경 마련까지 필요하다"며 "한국 정부가 난임 치료 보험급여를 지속하고, 급여 범위나 규모를 확대하려고 노력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와 사회가 함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머크 바이오파마는 난임 이슈를 널리 알리는 교육 목적으로 '위시맘(Wish Mom)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홍초우 부사장은 한국 제약·바이오 시장의 매력도가 높다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은 저출생·고령화 사회이기 때문에 특히 난임 분야에 의료적 수요(medical needs)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연구·개발(R&D) 역량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한국 의료 인프라도 상당히 우수하고, 의료진 교육 수준도 훌륭하고, 병원도 효율적으로 잘 운영된다"며 "한국머크 임직원분들을 봤을 때 한국인들은 열심히 일하는 노동 윤리를 갖고 있다. 디지털 측면에서도 상당히 발전돼 있기 때문에 다른 국가로 수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초우 부사장은 26년 제약업계 베테랑이지만 한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싱가포르 발령 때는 남편이 일을 그만두고 전업주부 역할을 했다. 한때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죄책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커리어 우먼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게 하는 사회적인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커리어를 쌓아가는 한국 여성에게 "여성은 엄마로서, 아내로서, 딸로서 역할이 많은데 모든 역할에 완벽주의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선을 다하기만 한다면 항상 완벽하게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임원의 삶은 매우 바쁘다. 출장 와중에도 어젯밤 한밤중까지 회의했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지만 자기가 하는 일을 사랑하고, 자기 삶에 균형과 조화를 맞출 때만 충분한 에너지를 쏟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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