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전세사기 피해자 임대한다는데···LH 매입임대 2만명 넘게 줄 서 있다
피해자 우선 입주 땐 기존 예비자들 순위 밀려
국토부·LH ‘긴축 기조’…추가 물량 부족 우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확보한 매입임대용 미입주 주택이 입주 대기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책으로 매입임대 주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는데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와 LH가 주택을 단기간에 대거 확보하지 않는 이상 매입임대에서도 큰 혼란이 벌어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11일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LH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3월 말 기준 LH가 확보한 매입임대용 미입주 주택은 4666호, 입주를 기다리는 예비자는 2만1523명으로 확인됐다. 매입임대는 LH가 주택을 사들여 저렴한 가격에 재임대하는 제도다.
수도권의 미입주 매입임대주택은 서울 805호, 경기 610호, 인천 271호였다. 예비자는 서울 7099명, 경기 1만46명, 인천 2143명이었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방안은 피해자가 살던 주택이 경·공매에 넘어간 경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피해자가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면 LH나 지방공사 등이 피해 주택을 대신 사들여 이를 임차인에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낙찰가격이나 주택상태 등을 이유로 LH가 피해주택을 사지 못할 경우 피해자들에게 기존 매입임대주택 등 ‘유사 주택’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기존 매입 임대주택에 들어가면 앞서 대기하고 있던 예비자들의 입주 순위가 밀리게 된다.
LH의 매입임대용 주택 매입도 목표치를 밑도는 달성률을 보이고 있다. LH가 세운 지난해 1년간 목표치는 3만409호였지만, 실제 확보한 매임임대주택은 절반에 못 미치는 1만4054호(46.2%)였다. LH가 올해 사들이려는 주택 수는 2만6461호이다.
국토부와 LH는 최근 주택 매입 비용 ‘긴축’ 기조로 돌아섰다. LH는 지난달 17일 매입임대주택을 ‘원가 이하’로 사들이는 새로운 주택 구입 산정방식을 발표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 1월 LH 강북구 오피스텔 고가매입 논란 이후 “내 돈이었다면 과연 지금 이 가격에 샀을까 이해할 수 없다”며 매입임대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정부는 고가 매입 논란 이후 매입임대제도 감찰과 제도개선을 하느라 올해 초부터 지난달까지 지연됐던 물량 확보를 재개하고, 각 지자체 주택도시공사 물량까지 합치면 올해 3만5000호까지 매입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세사기 피해자가 수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물량도 부족할 것이란 우려는 쉽게 걷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LH는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LH가 우선매수권으로 사들일 때 상한가 가이드라인을 두기로 하고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다.
강병원 의원은 “정부가 원가 이하의 주택 매입을 고집하기보다는 원가를 초과하더라도 우선매수권을 적극 행사해 전세사기 피해자와 임대주택 예비자 간 경쟁하는 일을 최소화 해야 한다”며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기준을 명확하게 세워 피해자들끼리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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