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40개월 끝…시민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 '이것'
힘겨웠던 의료진, 생존 위기 소상공인…다사다난했던 경조사도
(서울=뉴스1) 조현기 원태성 유민주 한병찬 기자 = 정부가 11일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하면서 기나긴 다사다난했던 코로나 40개월이 끝났다.
뉴스1 취재에 따르면 시민들은 지난 3년4개월 동안 그동안 살면서 처음 경험해본 다양한 일들이 생겼다고 회상하면서, 앞으로도 코로나19 전과는 다른 삶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코로나19 심각 경보'를 해제했다.
윤 대통령은 "3년 4개월 만에 국민들께서 일상을 되찾으시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방역 조치에 적극 협조해 주신 우리 국민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애증의 '마스크'·'백신'…"살살 찔러주세요" 힘들었던 PCR검사·격리·동선 공개
시민들은 한목소리로 '마스크'와 관련돼서 난처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정수리까지 찔리는 느낌이었던 PCR검사는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고백했다. 백신과 격리에 대해선 갑론을박이 많았다.
특히 코로나19 초기엔 마스크를 구하느라 애쓴 경험들이 다들 한 번씩 있었다. 양모씨(35·남)은 "코로나 초기에 약국이랑 마트 돌아다니면서 마스크 구하느라 정말 힘들었다"면서 "그 당시 2시간 넘게 줄서서 구매했던 기억이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3월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의무 해제가 시행되기 전엔 출근길 마스크를 두고 집에서 나와 다시 집에 돌아갔던 경험이 있었던 시민들이 많았다. 이날 마스크를 쓰지 않고 출근길에 올랐던 김모씨(26)는 본인의 입을 가리키면서 "예전에 집에서 급하게 나온다고 마스크를 챙기지 못해서 참 난처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PCR검사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던 시민들도 많았다. 김모씨(31)는 "PCR검사 한창 많이 할 때 친구들 사이에서 어디 검사소가 안 아프게 검사하는지 공유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면서 "서울시청 광장에 설치됐던 검사소가 좀 아팠던 기억이 있다"고 겸연쩍게 웃었다.
코로나19에 걸리거나 밀접접촉으로 격리된 것과 관련해선 직장인 유모씨(33)는 "당시 격리 기간이 2주였는데 크게 아프진 않았어서 오랜만에 회사로부터 해방돼서 좋았다"고 말했지만, 또 다른 직장인 조모씨(31)는 "코로나인데 회사에서 일하라고 해서 일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저의 동선도 공유했어야 했다"면서 끔찍했던 기억이라고 고백했다.
논란이 많았던 코로나19 백신에 대해선 의견이 나뉘었다. 김모씨(63)는 "백신을 맞아서 심적으로 안정이 됐다"고 응답한 반면, 한 시민은 "백신 부작용이 불안해서 맞지 않고 계속 PCR검사만 했었다"고 답했다.
◇ "감사합니다" 코로나 최전선 의료진…'생존 위기' 직격탄 소상공인
특히 코로나 전쟁의 최전선에 있었던 의료진과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생존의 위기에 내몰렸던 소상공인은 코로나19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전했다.
서울의 한 대형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박모씨(27)는 코로나19가 심각할 당시 음압병동에서 4시간30분가량 4겹을 껴입고 근무했던 기억이 가장 인상이 깊었다고 고백했다.
박 씨는 "솔직히 당시 일하기 너무 힘들었다. 코로나가 걸렸어도 못 쉬고 출근했다"면서 "그렇지만 당시 환자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어떻게든 회복시키려고 노력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여파가 지금까지 미치고 있다면서 울먹였다. 제주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채모씨(35)는 "확진자가 다녀가면 영업을 못했고 동선까지 공개돼서 난처했다"면서 "손님들이 마스크 쓰지 않고 방역패스로 실랑이했던 것도 기억난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서울 시내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사장님은 "코로나 때 정말 힘들었다"면서 "아직도 완전히 회복된 것 같진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으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보건복지부가 2015~21년 자살사망자 8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 부검 면담 결과, 코로나19 사태 이후(2020년 이후) 극단적인 선택 10건 중 2건(22%)은 코로나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했다.
◇ 미뤄진 결혼, 힘겨웠던 임신·출산, 조용히 치러진 장례식…힘겨웠던 경조사
지난 3년4개월 간 경조사를 맞닥드렸던 사람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힘겹게 '희노애락'을 나눴다.
코로나로 결혼식을 3개월가량 미뤘던 윤모씨(33)는 "지금 남편과 친구들과 함께 당시를 회상하면서 추억으로 이야기한다"면서도 "당시엔 결혼식이 연기돼서 정말 힘들었다"고 말했다.
미뤄진 결혼식으로 소중한 인연과 멀어진 사연도 있었다. 손모씨(37)는 "결혼을 한 차례 미뤘는데 당시 여자친구분과 헤어졌다"면서 "코로나가 아니면 결혼하고 헤어졌을 거라고 좋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만약 예정대로 결혼했다면 잘 살고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한다"고 상념에 잠겼다.
4년가량 임산부와 영유아의 어려움은 더 심했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박모씨(33)는 "임신 기간 코로나에 대한 걱정뿐만 아니라 출산 후 병원과 조리원에서 행복한 수간에 가족들을 보지 못해서 아직도 마음에 참 남는다"고 말했다.
6살 짜리 아이를 둔 윤모씨(36)는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아이가 2년 전인 4살 때 코로나에 걸렸던 순간이라면서 "아내가 먼저 걸리고 아이가 걸렸는데, 아이가 많이 아팠다"면서 "아내가 자기 때문이라고 계속 미안해하고 속상해서 그 상황을 지켜볼 때 너무 힘들었다"고 미안해했다.
장례식도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치러져 어려움이 많았다. 코로나가 심할 당시인 지난 2021년 3월 조모상을 당했던 김모씨(31)는 "당시 할머니가 요양병원에 1년 정도 계셨다"면서 "얼굴을 뵙지 못하고 돌아가셔서 참 마음이 아프다"고 속상해했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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