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문화예술의 격을 높인 퀸 시리킷, 짐톰슨 뮤지엄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 방콕=함영훈 기자] 태국 방콕의 다양한 민관 문화예술 주체들과 방콕 아트투어를 만든 137 필라스 스위트 & 레지던스 방콕은 피에르 발망, 장 루이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협업한 이 나라 왕후 시리킷의 텍스타일 갤러리와 이 호텔 디자인에 영감을 준 미국 출신 예술가 짐 톰슨(실종후 사망선고됨)하우스와 연계해 태국 만의 우아한 패션예술을 지구촌 여행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137 필라스 손님의 90%는 외국인이고, 전체 30~40%를 한국인이 차지한다. 레지던스엔 일본인들이 많다. 아트투어는 태국과 필라스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겐 예상치 못한 선물이다.
아트투어는 왓포사원과 함께 있는 퀸시리킷 텍스타일 뮤지엄, 짐 톰슨 미술관과 고택, 방콕아트센터, 아웃사이더 갤러리 등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같은 강이라도 어제의 강물이 오늘의 강물과 다르듯이, 필라스 아트투어 동선과 콘텐츠 역시, 회당 최대 4명인 참가자의 기호에 따라, 여행자를 대하는 안내자 에디의 맞춤형 콘텐츠에 따라, 매번 내용이 다르다고 137 필라스측은 설명한다.
▶퀸 시리킷 텍스타일 뮤지엄= 시리킷 왕대비(91)는 2016년 서거한 태국 전 국왕 라마 9세의 왕비이자, 현 국왕 마하의 어머니이다.
영국 유학때 프랑스어 까지 깨우치고, 스위스 로잔에서 승무원학교를 다녀 4개 국어를 구사하며, 태국 전통예술에 관심을 기울여 부흥시킨 패션-직물 예술가이기도 하다.
그의 예술혼은 방콕아트센터에서 전시회를 갖고 있는 마하 차끄리 시린톤 공주에게 영향을 주고, 태국 문화예술계 전반의 부흥을 이끌어낸다. 고려-조선이나 송-명-청의 호칭과는 달리, 태국왕실은 내명부의 최고 어른을 ‘여왕(Queen)’이라 부른다.
정궁은 아니지만 방콕에서 가장 아름다운 궁전 사원으로 평가받는 왓포 경내 구석진 곳의 빈 전각 자리에 소박하게 들어선 퀸 시리킷 뮤지엄은 그녀가 세계적인 디자이너 피에르발망, 장루이스, 노이크리티폰(태국) 등과 협업해, 전통을 살리면서도 서구나 한국-중국-일본을 뛰어넘는 우아함을 갖추기 위해 연구와 토론 끝에 개발한 럭셔리 패션을 전시한다.
이들 중 대부분은 왕후 시절 빼어난 미모로 화제가 됐던 시리킷이 대외 행사 때 직접 입어, 세계인들 앞에 섰던 의상들이다.
퀸시리킷 뮤지엄 로비는 그리스-로마 신전 형태를 본따 인테리어를 했다. 애초에 이 전각이 1870년에 지어질 때, 당시로서는 건축학에서 최고 수준이었던 이탈리아 양식으로 지어져 있었다.
뮤지엄은 갤러리 외에 교육 스튜디오, 도서관, 강당, 태국 최초의 섬유 보존 연구소를 갖추고 있다. 지금의 모습은 2012년 5월 완성됐다.
태국 왕실과 귀족 여성의 1932년 이후 엘레강스 패션디자인은 북부 실크, 남부 바틱이라는 태국과 동남아 직물 소재와 8가지 스타일의 전통 드레스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퀸 시리킷과 피에르 발망은 실크로 된 연한 핑크 톤의 칵테일드레스(1961년), 카키색 톤의 이브닝드레스와 일상 업무복인 데이타임 앙상블(1964년), 귀부인의 품격이 드러나는 보랏빛 이브닝 앙상블(1981년) 등을 만드는데 협업한다. 1982년에 작고한 발망은 사망 한 해 전까지 최전성기를 시리킷 여왕과 협업하는데 많이 할애했던 것이다. 1995년 실크와 코튼을 활용한 데이터임앙상블 등은 장 루이스와 협업했다.
짙은회색과 분홍의 조화가 돋보이는 데이드레스(1974년)는 태국인 최고 디자이너로 손꼽히는 노이 크리티폰과, 일본 방문때 입었던 푸타이드레스(1981년)는 무명의 디자이너를 발탁해 협업을 진행하며, 신진 패션예술가들에게 용기를 준 작품이다.
시리킷 여왕은 현재 아흔을 넘긴 나이인데, 지금도 손수 짠 옷을 입는다는 도슨트의 설명을 듣고 나서, 문화예술로 국격을 높이고 나라에 도움이 될만한 궂은 일을 지도자가 솔선수범해 임한다는 점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짐 톰슨 뮤지업과 하우스= 퀸시리킷 뮤지엄에서 동쪽으로 차를 몰아 10분만 가면 건축가이자 컬렉터인 짐 톰슨의 하우스를 만난다. 짐 톰슨(1906~1974)은 소시적엔, 미국 출신인 자신이 태국을 제2의 고향으로 삼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1967년 말레이시아 페낭 여행을 갔다가 실종된 후 대대적인 조사와 재판을 거쳐 1974년 태국 법원에서 사망 선고를 받았다.
그의 태국 정착은 정보요원 시절 동남아 자유민주주의 정착 임무와도 연관 있다. 북아프리카의 프랑스 레지스탕스, 유럽 민주세력의 연대를 도모하던 그는 연합군이 2차대전에 승리한 직후, 스리랑카에 거점을 두고 태국에서 일본을 축출시키는 ‘자유 타이 운동(Seri Thai)’에 관여한다.
그리고는 일본제국주의의 항복 직후 자연스럽게 방콕으로 가, 미국 전략첩보국(OSS) 사무소를 조직하면서 방콕의 완전한 자주독립과 미-태 우호친선을 도모하면서 눌러앉게 된다. 세상이 안정을 찾자 그는 문화예술인으로서의 본분으로 돌아왔고, 태국의 전통문화에 마음이 꽂힌다.
방콕 중심부에 위치한 짐 톰슨 뮤지엄은 전시관과 하우스로 나눠져 있다. 2층 갤러리에 가면 우리가 흔히 ‘동남아 색이네’라는 것 말고, 조선왕실의 은은한 의상 색감 또는 원색을 잘 쓰지 않는 중부유럽 풍 느낌이 드는 연한 혼합색 파스텔톤 색감이 전시관을 장식한다. 한국 또는 유럽에서 온 여행자들이 “태국에 이런 색감이 있었구나”라고 놀란다.
짐 톰슨은 건축가이긴 하지만, 직물예술, 회화 등 분야에선 컬렉터이므로, 갤러리에는 피나르 산피탁, 아라마이아니, 크리스티안 라크로익스 류 작품과 ‘현대 미술+텍스타일 직물 예술의 콜라보’ 작품 등이 전시돼 있다.
바깥 2층 회랑에선 여행자들이 짐 톰슨 하우스를 내려다 보며 여유를 즐긴다.
이곳은 방콕의 지역 및 국제 예술 및 문화 커뮤니티의 안식처 역할도 하고, 아트 파티 등 아티스트의 사교장 기능도 한다. 세미나, 강의, 워크샵을 열고 아트 레지던스와 태국 직물 협회 사무실, 국경 없는 환경 보호 단체를 위한 공간, 출판을 돕는 사무실도 마련돼 있다.
1958년에 짓기 시작한 짐톰슨 하우스는 정보요원으로만 젊은 날을 보냈던 자신의 원래 전공분야, 건축인으로서 성과를 보여주고, 숱한 영감을 준 세계 각국의 오브제를 전시하기 위해, 아유타야, 방크루아 등 다른 곳에 있던 전통주택을 방콕 도심으로 조각 조각 옮겨와, 태국+미국+유럽+동북아 혼합형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영국에 있던 쿡선장의 고택을 호주 멜버른에 이건한 것과 비슷하다.
다만 짐 톰슨 하우스는 다양한 문화를 담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잉어가 노니는 정원은 일본을, 붉은 파라솔은 중국을, 테라스와 휴게장소는 유럽을 닮았다. 수목 조경과 가옥의 외관은 태국형이다.
톰슨의 방은 명나라 조각품, 벨기에 유리, 캄보디아 조각, 빅토리아 시대 샹들리에, 벤자롱 토기, 태국 석상, 버마 조각상, 한때 태국의 라마 5세 왕이 사용했던 식탁 등으로 장식되어 있다.
▶아트투어객 도시락 싸주는 필라스= 시리킷 여왕의 텍스타일 예술혼과 짐 톰슨 하우스 디자인에 영감을 받은 137필라스는 민관의 협력으로 아트투어를 만들었기 때문에, 호텔 고객이 아닌 일반 여행자에게도 참여 기회를 준다. 필라스는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 처럼, 아트투어 참가자들의 예술 체력을 뒷받침해주기 위해 도시락도 싸준다.
문화예술 워크샵,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도슨트 리딩’ 중심의 유럽·일본 아트투어 보다 나은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프라이빗 아트투어의 참가자들을 위해 갤러리 목록에 추가한 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이자 건축가인 빌 벤슬리(Bill Bensley)의 열정이 담긴 ‘아웃사이더 갤러리’이다. 빌의 대담하고 다채로운 작품들에서 얻은 수익은 야생동물 보호를 위한 기금으로 기부된다.
오전 10시에 137 필라스에서 출발, 1㎞쯤 가면 만나는 대로변의 전철역, 한국인들에겐 그 이름도 정겨운 BTS 프롬퐁역 부터 도보 여행을 하다가, 다시 차에 올랐다가, 하는 방식으로 투어를 마친 뒤 오후 4시쯤 137필라스로 돌아온다. 석양을 보면서 쉬고나면, 역동적인 칵테일 만들기 체험과 야시장 체험, 하루를 정리하는 스파가 기다린다. 〈계속〉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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