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힘 싣는 재계...”정부 규제 완화 필요” 목소리
“친환경 SOC 인프라 인허가 과정 복잡”
“탄소 감축 관련 크레딧 제도 고민할 때”
대한상공회의소를 비롯한 경제단체들이 탄소중립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간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의지지만, 그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 등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산업계 주장이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등 역량이나 성과에 따라 적정 수준의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1일 대한상의는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탄소중립 전략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탄소중립 분야 정책 현황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해야 할 100대 정책 과제가 담겼다. 지난해 네 차례 탄소중립 전문가 회의를 거쳐 마련된 보고서는 지난 3일 열린 탄소중립 국제 세미나에서 정부에 전달됐다.
특히 에너지 신산업과 분산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을 육성할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는 게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스타트업은 기존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가상발전소 등 다양한 에너지 신산업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대한상의 설명이다. 탄소중립 지원 체계를 구축해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 과정에서 에너지 분야 규제 문턱을 낮추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선 규제에 막혀 에너지 분야 신산업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덴마크의 경우 해상풍력 사업자 인허가 처리 부담을 낮추고자, 이를 전담하는 원스톱샵 제도를 운영 중이지만 우리나라는 인허가를 위해서는 개별 법률에 따라 여러 관계기관의 사업동의를 구해야 한다.
더불어 공정과 제품의 저탄소 전환을 준비하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있어야 할 필요성도 제시됐다.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혼합) 정책을 수립하고, 전환 과정에서 소외받을 수 있는 지역과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탄소업종의 구조적인 실업에 대비하고, 저탄소산업으로 전환을 지원할 직무전환교육 계획 수립 등이 대안으로 꼽혔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탄소중립을 위한 규제 완화를 요구했다. 경총은 10일 주요 그룹 사장단급 대표들로 구성된 제2기 ESG 경영위원회를 출범하면서, 친환경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확대를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기업이 화석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싶어도 발전설비와 공급 기반을 충분히 갖추기까지 인허가 절차를 비롯한 규제의 벽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정부와 산업계가 힘을 합쳐 국가적 차원에서 급변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며 “환경과 관련해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산업 부문 온실가스 문제를 해결할 수단은 결국 친환경 저탄소 기술의 개발과 보급에 달려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기업의 자체 연구개발 외에도 정책금융과 기술투자 확대 등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탄소 감축 행동을 유발할 수 있는 인센티브(보상)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탄소 감축 수단과 기술 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이를 유인하고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시장-과학기술-인센티브 활용이라는 큰 틀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됐다.
최 회장은 “산소와 에너지 가격이 시장 논리에 의해 작동하지 않는 만큼, 시장 원리를 활용한 정책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했다. 그는 “기업이나 정부가 환경 투자로 인한 편익이 크다는 걸 강조해야 한다”며 “누군가 탄소 감축 노력을 한다면 그 노력한 부분에 대해 크레딧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상의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정책 의사결정 3대 원칙으로 ▲시장 원리를 활용한 정책 수단 강화 ▲과학기술 기반의 탄소중립 실현 촉진 ▲저탄소 투자 및 인센티브 정비를 제시했다. 9대 전략에는 국가 에너지 시스템 개편, 전력시장 운영 효율화, 배출권 거래 시장 활성화, 연구개발(R&D) 확대 및 선제적 기술 상용화 등을 포함시켰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지난달 ‘1차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지난 정부에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유지하면서, 산업계 탄소 배출량 감축 몫을 기존 14.5%보다 3%포인트(p)가량 낮은 11.4%로 완화됐다. 전체 NDC 목표인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은 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국제 감축을 통한 흡수 및 제거 목표를 상향해 지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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