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강스 방콕’ 필라스 아트투어, 태국작가들의 도전 [함영훈의 멋·맛·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모든 룸이 스위트인 태국 방콕 최고의 호텔, 137필라스 스위트 & 레지던스 방콕의 로비에 들어서면, 2014년 태국 국민 예술가로 선정된 판야 비진타나사(Panya Vijinthanasarn)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걸려있다.
‘상서로운 길(Auspicious Path)’이라는 제목의 이 대형 작품은 영속성과 윤회 등을 주제로, 한국의 십장생 같은 소재를 조화롭게 그려넣어, 방문객의 건강을 기원하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얘기한다.
건강한 삶, 예술적인 도시, 지속가능한 자연과의 상생을 도모하는 137 필라스는 예술을 통한 감정정화와 건강 메시지 전달을 위해 지역사회와 협력, ‘방콕 아트투어’를 큐레이팅하고 있다.
필라스의 의전투어 차량 ‘루이’를 타고 방콕 예술 핫플레이스들을 다니는 동안, 태국이 매우 세련된 문화를 가진 나라라는 점을 느낀다. 우리가 미처 몰랐던 엘레강스 타일랜드의 신선한 면모이다.
▶예술여행 허브 된 137필라스= 137 필라스의 프라이빗 아트 투어의 안내자는 방콕의 최고 예술가, 팔방미인 문화예술인으로 손꼽히는 파누 분피파타나퐁(Panu Boonpipat-tanapong: 별칭 에디)이 선정돼 활동중이다.
지역사회와의 협력 속에 방콕아트센터, 왓포사원과 함께 있는 퀸시리킷 뮤지엄, 짐톰슨 갤러리하우스 등을 기본으로 감상하고, 탑승자가 원하는 추상주의, 고전주의 등 개별 관심사에 따라 동선을 유연하게 운영하기도 한다.
또 방콕 컨벤션센터 옆 벤자키띠(Benjakitti) 공원, 짜오프라야강변 대관람차가 랜드마크로 우뚝선 종합문화레저공간 아시아티크(Asiatique)리버프론트, 뉴욕타임스가 대서특필한 롱로스 레스토랑, 태국 북부 지역의 주거 문화를 살필 수 있는 캄티엥(Kamthieng)하우스 박물관 등을 다채롭게 선택할 수 있다. 호텔로 돌아와 석양이 물들면 쩟페어 야시장으로 도보여행도 주선한다.
표현주의에서 추상주의, 개념주의, 팝 아트 등 다양한 활동을 하는 지역 예술가 뿐만 아니라, 신진작가 뉴비들(Newbies)의 실험적 예술작품이 방콕의 높은 문화예술수준을 말해준다.
▶작품도 감동, 아트센터 건축도 작품= 방콕아트센터엔 오래도록 사랑받는 작품도 있지만 5월 현재 2023년 작품들로 절반이상이 교체됐다.
원기둥형 자연채광 구조에 원둘레 부분 둥근 회랑에 작품들이 걸려있고, 사이사이 공방과 특별전시실이 있는 아트센터는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로비부터 전시장이다.
한국 아트투어 탐방단이 방문했던 5월초 1층에선 사진전을 하고 있었다. 대학생 작품 ‘소원’, ‘탁발’ 등을 통해 팬데믹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는 점, 순타라욘의 ‘렛츠고’에선 걸크러쉬 여성들의 역동적인 약진을, 시암대 학생작가 싱농송의 ‘포 메모리’는 일상회복으로 셀카놀이를 하는 사람들을 담았다.
유럽의 저명 작가들은 추상주의로 넘어가면서 형체를 버렸고, 미국의 팝아트는 형체를 복원했어도 만화적 요소, 센세이션널리즘의 강했다면, 태국식 현대미술은 형체와 추상을 적절히 조화시킨 모습도 눈에 띈다.
▶신진작가들의 과감한 실험=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는 동안 육체에서 나간 영혼은 죽음을 의미하는 해골임을 묘사한 쿨라사트리 캐우수완의 ‘일상의 위험04’(캔버스에 오일)는 인상주의와 추상주의의 화해라는 실험 같다.
성직자의 진정성 있는 역할을 강조하는 카시뎃 몽쿳모라켓의 작품은 화장대 앞에 앉은 사람의 뒷모습은 승려인데, 거울속에는 짙은 화장의 여인을 담았다.
‘퍼스트 노션’, ‘더 림보’ 등의 작품은 구미주-한중일 작가들이 ‘아이들이나 쓰는 것’으로 치부했던 크레파스로 그린 걸작이라 눈길을 끌었다.
‘웨이 오브 네이처’, ‘하이 스케일3’, ‘올드 프렌드’ 등 작품은 이종 재료의 혼합 혹은 두툼한 덧칠 등을 통해 질감(마티에르)이 돋보이게 표현했다. 평면의 회화가 감흥의 즉각성을 유발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이겨내기 위해, 역동적인 마티에르의 적용으로 감상자에게 느낌이 확 가게 표현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지하1층 아트 라이브러리는 남녀노소 신진작가들, 청소년작가들이 작품활동을 해보는 곳이다. 1인당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이곳의 자리를 잡지 못한 학생들이 투명 유리벽 바깥에서 습작을 계속하는 열성을 보였다.
가운데층 한복판에서 아트센터 내부를 찍으면 여러 갤러리 레인들이 둥근 라인으로 나오고, 꼭대기에서 아래로 찍으면 동심원 모습으로 찍혀, 센터 내부에서의 인증샷도 하나의 작품이다.
고층 에스컬레이터 바로 위 9층 입구에서 아래로 내려다 보면, 동심원 윗편에 짧은 선을 그어놓은 ‘온·오프 표시’ 픽토그램을 닮았다.
▶발품 팔며 지속가능성을 앵글에 담은 공주= 9층 마하 차끄리 시린톤 공주의 전시실은 지속가능성에 관심이 많은 그녀의 자연주의 사진을 보여준다.
팬데믹 기간중 독서, 강아지와 소일하며 충전하는 동안 새로운 시각을 갖게됐다는 공주 사진작가는 자연의 결실인 과일, 곡식, 청정녹지 등을 전시하며 팬데믹을 계기로 이들이 매우 중요한 소재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137 필라스의 프라이빗 아트 투어의 안내자 에디는 예술, 디자인, 영화, 대중문화 등 문화 전반에 걸쳐 폭넓은 경험과 안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때론 진중한 도슨트가 되었다가 때론 유머와 위트를 가진 대중스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여행자의 친구가 되어 카운슬러가 되기도 한다. 그가 아트투어를 기획한 최고 호텔의 간택의 받은 이유이다.
에디는 주간 미티촌, GQ타일랜드 등 언론과 도매터, 더모멘텀 등 디지털 매체에 기고하고 있으며, ‘예술은 예술이다. 예술은 예술이 아니다(Art Is Art, Art Is Not Art)’라는 저술로 2040세대 태국 작가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했다. 〈계속〉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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