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또 악재' 가혹했던 수원 김병수 감독의 서글픈 데뷔전 [현장에서]

반재민 2023. 5. 11.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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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심차게 출항한 김병수호의 수원 삼성, 하지만 감독이 바뀌었다고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수원 삼성 블루윙즈는 10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원큐 K리그1 2023 12라운드 전북 현대 모터스와의 홈 경기에서 백승호에게 멀티골을 허용하며 0대3으로 완패했다.

이로써 수원은 지난 인천전 승리 이후 반등을 기대케 했으나 전북에게 결과와 경기력면에서도 압살을 당하며 1승 2무 9패를 기록, 상위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날 오전 신임 전력 분석관의 베팅 정보 사이트 정보 등록 사건으로 한바탕 광풍이 몰아쳤다. 당사자는 강력하게 부인했고, 구단에서도 진상 조사에 나섰다. 수원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하지만, 김병수 감독의 첫 지휘 경기, 그리고 지난 인천전 승리의 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감에 평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8000명 가까운 관중들이 경기장을 찾아 김병수 감독의 데뷔전을 기다렸다. 김병수 감독 역시 야심찬 선발 명단으로 스쿼드를 채웠고, 자신이 구상하는 축구를 조금이나마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전반전 휘슬이 울리고 팬들의 기대는 절망으로 바뀌었다. 수원의 라인이 올라간 틈을 이용해 맹성웅의 오픈패스를 받은 문선민이 수비 뒷공간을 침투, 드리블 돌파 후 오른발로 절묘하게 감아찬 공이 골문을 갈랐다. 21초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압박에 대한 이해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강한 압박을 펼치다가 초래한 이른 실점이었다.

이후 기세를 탄 전북은 수원을 몰아쳤고 결정적인 찬스들을 잡으며 압박하기 시작했다. 수원은 양형모 골키퍼의 선방으로 막아내기에 급급했고, 집중하라는 양형모 골키퍼의 외침도 있었지만 이 분위기가 끝까지 이어진다면 추가 실점은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전반 40분 다시 수원의 골문이 열렸다. 장호익이 전방 수비를 위해 비운 틈을 타 문선민이 사이드로 빠져나갔다. 장호익의 빈공간을 메우기 위해 불투이스가 커버로 들어갔지만, 불투이스의 섣부른 예측은 문선민을 막아내지 못했다. 결국 문선민의 크로스는 하파 실바의 헤더로 연결되었고, 이종성이 제대로 복귀하지 못한 공간에는 백승호가 서있었다. 헤더를 발리슛으로 꽂아넣으며 그대로 2대0, 수비에 대한 약속된 플레이가 전혀 이뤄지지 않으며 일어난 실점이었다.

이외에도 전북은 전반전 내내 끊임없이 수원을 괴롭혔다. 전북이 전반전에 기록한 슈팅 수만 10개, 유효슈팅은 6개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병수 감독은 교체카드를 꺼내들었다. 안병준과 류승우를 뮬리치와 김태환 대신 투입하며 공격의 무게를 두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후반에는 수원의 공격이 몇차례 나왔다. 지난 감독 체제에서 보기 힘들었던 약속된 플레이가 나오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류승우가 맞이한 결정적인 두 번의 찬스는 모두 무산되었고, 악재는 다시 찾아왔다. 후반 7분 바사니가 무릎을 다쳐 실려나간 것이었다. 공격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던 바사니의 아웃은 수원에겐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손호준이 들어갔지만 이렇다 할 공격을 펼치진 못했다.

결국 분위기는 다시 전북으로 넘어갔고, 후반 19분에는 장호익을 커버하던 불투이스가 하파 실바의 돌파를 백태클로 저지하다 경고 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전북전에서 유독 평정심을 잃는 경우가 많은 불투이스가 이번에도 자제력을 잃고 퇴장을 당한 것이었다. 불투이스의 퇴장으로 얻은 프리킥 상황에서 백승호의 강력한 프리킥 골이 터졌고, 전북팬들은 '수원 강등'을 외치며 환호했다.

데뷔전부터 수원은 총체적으로 풀리지 않았다. 이른 실점과 부상, 퇴장까지 모든 악재가 터져나왔다. 김병수 감독의 고민도 깊어졌다. 기자회견에서는 기자들의 날선 질문들이 이어졌다. 다행인 점은 김병수 감독이 패인에 대해 어느 정도 분석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김병수 감독은 패인을 꼽는 "너무 빠른 실점이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압박하는 위치가 너무 높았던 것 같고, 선수들이 흥분을 한 것 같다. 또한 마이볼이 상황이 되었을 때 볼을 빨리 잃어버렸고 공격적인 부분에서 상대에게 데미지를 줄 수 있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다. 부상 선수의 여파도 있었지만 어려운 경기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신임 감독도 깨달은 수원 삼성의 냉정한 현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 지 인터뷰 내내 김병수 감독의 표정은 근심이 가득했다. 김 감독은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라고 이야기하며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경기가 끝나고 팬들이 외친 '나의 사랑 나의 수원', 악에 받친 듯한 그들의 응원이 여느 때보다 서글프게 들렸던 김병수 감독의 데뷔전이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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