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라운드 후 읊조리는 '아, 썸머 와인!'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가수이자 배우인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83)와 역시 가수이자 배우인 리 헤이즐우드(Lee Hazlewood, 1929~2007)가 부른 'Summer wine'은 최근 경험한 라운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낸시 시나트라는 90년대를 풍미한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프랭크 시나트라(1915~1998)의 딸이다.
낸시 시나트라도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가수 배우로 활약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골프한국] 딸기, 체리 그리고 봄날 천사의 키스
내 썸머 와인은 정말 이것들로 만들어졌다오
나는 은빛 박차를 철꺽 거리며 마을로 들어섰네
좋아하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때 여인은 내 은 박차를 보고 말했지
나와 시간 같이 보내면 어때요, 그럼 내가 썸머 와인을 줄게요 하고
아, 썸머 와인!
딸기, 체리 그리고 봄날 천사의 키스
내 썸머 와인은 정말 이것들로 만들어졌다오
은으로 만든 박차를 벗고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요
그럼 그 썸머 와인을 줄게요
아, 썸머와인!
내 눈은 무겁게 감기고 입은 움직이지 않았네
일어서려 했지만 발이 보이지 않았어
여자는 낯선 방법으로 나를 안심시키고
썸머 와인을 더 따라 주었네
아, 썸머 와인!
깨어났을 땐 햇빛에 눈이 부셨어
내 은 박차는 사라지고
머리는 잔뜩 부은듯했지
그녀는 내 은 박차와 동전 한 잎까지 털어갔어
썸머 와인을 더 달라는 나를 버려둔 채
아, 썸머 와인!
아, 썸머 와인!
가수이자 배우인 낸시 시나트라(Nancy Sinatra·83)와 역시 가수이자 배우인 리 헤이즐우드(Lee Hazlewood, 1929~2007)가 부른 'Summer wine'은 최근 경험한 라운드와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낸시 시나트라는 90년대를 풍미한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프랭크 시나트라(1915~1998)의 딸이다. 프랭크 시나트라는 'My Way'를 불러 빅 히트를 쳤고 영화 '지상에서 영원으로'로 아카데미 상을 받은 만능 엔터테이너다. 낸시 시나트라도 아버지의 유전자를 물려받아 가수 배우로 활약했다.
낸시 시나트라의 유혹적인 목소리와 헤이즐우드의 걸걸한 목소리가 서로 교차하는 이 노래는 서부영화에서 낯익은 권태로운 마을 풍경을 사실적으로 전해준다. 먼지를 뒤집어쓴 남자가 말을 타고 의기양양하게 마을로 들어서는데 선술집 기둥에 기대어 선 여자가 남자의 부츠에 은 박차가 달려 있는 것을 보곤 수작을 건다. '우리 집 썸머 와인은 딸기와 버찌, 그리고 천사의 키스로 만들었답니다.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면 썸머 와인을 드릴게요' 하고. 그냥 쇠로 만든 박차보다 은으로 만든 박차가 명품으로 통했는가 보다. 먼 길을 오느라 목도 마른 차에 선술집 여인의 유혹을 외면할 사내가 있겠는가.
사내는 여자가 시키는 대로 은 박차를 벗고 여자가 건네주는 술을 목에 털어 넣었다. 여자가 권하는 술을 받아 마시다 보니 눈이 감기고 정신이 흐릿해져 몸을 가눌 수 없었다. 그래도 여자는 썸머 와인을 더 내놓는다. 술에서 깨어보니 햇빛은 강렬한데 은 박차는 물론 주머니 속의 은화나 동전 한 잎도 남아 있지 않다. 이미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달콤한 썸머 와인에 빈털터리가 되어 허탈해하는 사나이의 모습이 생생히 그려진다.
성큼 다가온 여름 어느 날 라운드를 마친 뒤 신발의 먼지를 털고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는 내 입에서 우연히 '썸머 와인'이 흘러나왔다.
먼 길을 달려 은 박차를 자랑하며 마을에 들어선 사나이나 모처럼 잔뜩 기대를 품고 골프코스를 찾은 나나 무엇이 다른가. 달콤한 술을 내놓으며 유혹하는 여인은 없었지만 눈을 황홀하게 하는 녹색의 장원은 여인보다 더 고혹적이었다. 이미 들뜬 마음은 평정심을 잃어 권하기 전에 술을 청할 수밖에 없었다. 동반자들은 다름 아닌 썸머 와인을 권하는 그 여인과 다를 바 없었다. 그렇게 골프와 술과 자연에 취해 깨어보니 라운드는 허망하게 끝나 있었다.
아, 썸머 와인!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Copyright © 골프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방민준의 골프세상] '한국에도 존 람이 있다'…정찬민 GS칼텍스·매경오픈 우승 - 골프한국
- [방민준의 골프세상] '하수'에게도 배울 점은 반드시 있다 - 골프한국
- [방민준의 골프세상] 이카로스와 골퍼...추락은 비상의 전조(前兆) - 골프한국
- '역대급' KLPGA 투어, 올해 총상금 305억원…33개 대회 일정 발표
- 박인비, 긴 공백에도 세계랭킹 4위로 상승…박민지는 17위로 도약
- '세계랭킹 1위 향한' 고진영, 새해 첫 주 넬리코다와 0.07점차
- 임성재·김시우·이경훈, PGA 새해 첫 대회 '왕중왕전' 출격
- 람·모리카와·디섐보·켑카·미켈슨 등 하와이에서 화려한 샷 대결 [PG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