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특사경' 도입···불법하도급 처벌 강화
국토부 공무원에 '특사경' 권한 부여···현장 단속 강화
부실시공에 사망사고 발생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 적용
월례비 요구 등 불법행위 처벌 조항 신설···포상금 도입
당정이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특별사법경찰(특사경) 제도를 도입해 노사 양측의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적발 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을 위해 월례비 수수와 공사 방해 등 부당행위에 대한 제제 기반을 강화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올해 2월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 '건설현장 정상화 5법' 개정을 추진한다고 11일 밝혔다. 개정 법안으로는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계관리법 △채용절차법 △사법경찰직무법 △노동조합법이 해당된다. 이날 당정은 대한건설협회, 전문건설협회 등 민간 건설업계가 참여한 민정당 회의를 열고 건설현장 불법행위 근절 방안을 논의했다.
우선 건설현장을 전담하는 특사경이 신설된다. 국토교통부 본부와 국토부 산하 지방국토관리청의 유관 부서 공무원(4~9급)들이 특사경 지위를 겸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현장에 대한 전문성과 수사 권한을 갖는 특사경 도입으로 불법행위에 대한 상시 단속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지금까지는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불법하도급 등 불법행위를 단속하고 있지만 수사 권한이 없고 인력도 부족해 적발에 한계가 있었다. 실제 전국 건설현장은 연간 17만 개 이상인 반면, 국토부 단속 인력은 10명에 그치고 있다.
특사경은 일반 경찰처럼 건설현장 불법행위를 단속·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불법행위 의심 사례가 적발되면 당사자나 증인을 대상으로 출석 요구나 신문도 가능하다. 이 밖에도 압수수색 영장 신청권이나 자료 요구권도 부여된다. 구체적인 특사경 인원 규모는 국토부와 법무부, 행정안전부 등 관계기관 간 논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특사경 수사 대상에는 채용 및 건설기계 사용 강요와 부당금품 수수, 공사 방해 등 건설 노조의 불법행위뿐만 아니라 불법하도급, 건설업 등록위반, 시공능력평가 조작 등 사측의 불법행위가 포함된다. 이밖에도 건설기계를 이용한 공사 방해와 운송 거부 등도 수사 대상 범죄에 추가하기로 했다. 특사경 도입을 위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이달 중 발의된다.
불법하도급에 대한 처벌 수준도 강화한다. 불법하도급을 통한 공사비 절감 등 기대 이익보다 비용이 큰 구조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에 발주자와 원청에 하도급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적발 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불법 하도급으로 5년 이내 3회 적발된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는 '삼진아웃제'는 10년 내 2회 적발되면 말소하는 '투스트라이크아웃제'로 전환한다.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 발생 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불법하도급 방지를 위해 아파트 등 민간건축공사 감리에게 하도급 적법 여부에 대한 관리 의무를 부여한다. 또 불법하도급 조기포착 시스템 고도화로 적발률을 제고하기로 했다. 당정은 이해관계자 간 이견 조율과 국내 유사 입법사례 등을 검토한 뒤 올해 상반기 중 불법하도급 처벌 강화를 위한 법안 수정안을 발의할 방침이다.
현재 처벌 근거가 모호한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근거도 마련한다. 건설산업기본법·건설기계관리법 개정으로 공사 방해, 월례비 등 금품 요구 및 수수 행위에 대한 처벌 조항을 신설한다. 레미콘 기사 등의 부당한 운송 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사업자 등록을 취소하고 건설 노조의 채용 강요 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에서 형사처벌로 강화한다. 불법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된다.
타워크레인 스마트 작업기록 장치도 도입한다. 타워크레인 작업을 실시간 기록·관리해 안전운행을 유도하고 사고 발생 시 원인 분석에 활용될 수 있다. 타워크레인 조종사의 근로 시간과 추가 비용을 부담하는 주체를 명확하게 규정한 ‘표준임대차 계약서’를 도입해 근로여건을 개선하기로 했다. 조종사는 주 52시간을 준수해 작업하고 추가 작업이 필요하면 원청의 비용 지불로 추가 조종사를 고용하는 운영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근로자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한 전자카드제·대금지급시스템 적용도 확대한다. 전자카드제는 내년부터 1억 원 이상 공공공사, 50억 원 이상 민간공사에 의무적으로 도입한다. 대금지급시스템은 현재 공공공사에 한해 의무 적용 중인데, 내년 하반기부터 민간공사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부 건설사들이 여전히 ‘수주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공사는 돈에 맞춰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에 젖어 있어 불법하도급과 부실시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며 “건설현장의 법 질서를 확립해 건설현장의 부당이득을 국민과 건설 근로자에게 되돌려 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해철 기자 su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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