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점 지원 ‘0·4·0·0·1·0’, 최원준에게 해도 너무한 두산 타선

두산 최원준. 정지윤 선임기자.

지금 KBO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투수는 아마도 두산 최원준(29)이다. 최원준은 11일 현재까지 6차례 선발로 나와 평균자책 4.00으로 호투했다. 지난달 8일 KIA전, 지난달 29일 SSG전을 제외하면 4경기 모두 6이닝 3자책 이하 퀄리티스타트(QS)를 찍었다. 그런데도 아직 승이 없다. 패전만 3번이다.

최원준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9이닝당 득점지원은 1.25점에 그친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가장 낮다. 바로 다음인 NC 송명기(2.40점)이나 키움 안우진(2.86점)과 비교해도 1점 이상 득점 지원이 떨어진다.

최원준이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두산 타선이 1점이라도 뽑아준 경기가 불과 2번이다. 지난달 2일 개막 시리즈 롯데전부터 전날 다시 롯데전까지 6경기에서 최원준이 내려가기 전까지 두산의 득점은 0점, 4점, 0점, 0점, 1점, 0점이다. 문자 그대로 1점만 실점하면 이길 수 없는 투수가 올시즌 지금까지의 최원준이다.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등록명 딜런)이 시즌 전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최원준은 시즌 초반 2선발로 로테이션을 돌았다. 자연히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과의 선발 대결이 이어졌다. 나균안(롯데), 이의리(KIA), 문동주(한화), 고영표(KT) 등과 맞붙었다. 최원준은 제 역할을 했지만, 두산 타선이 강력한 상대 선발에 철저히 틀어막혔다.

전날 부산 롯데전은 그래도 해볼 만하다는 평가였다. 부진이 이어지던 찰리 반즈가 상대 선발로 나왔다. 직전 9일 롯데전에서 팀 타선도 5득점하며 모처럼 힘을 냈다.

그러나 두산 타선은 최원준이 7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플러스(QS+)로 버티는 동안 단 1점을 내지 못했다. 2회초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고 상대 실책성 플레이까지 나왔지만 주루 플레이가 영리하지 못해 득점에 실패했다. 그외 이닝에서는 이렇다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반즈가 7회 2사까지 잡고 마운드에서 내려갈 때까지 두산은 점수를 내지 못했고, 이후 이닝에서도 침묵했다. 이날 올시즌 처음으로 6이닝 이상 마운드를 지킨 반즈는 7.58에 달하던 평균자책점을 5.61까지 끌어내렸다.

타선 침묵이 반복되면 투수는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점수를 내줘선 안된다는 마음에 여유를 가지기가 어렵다. 이승엽 두산 감독이 이날 경기 전 “(최)원준이가 던질 때 타선이 도와준 적이 없다. 타선에서 좀 편하게 해주면 최원준도 더 편안한 투구를 할 수 있는데 혼자 힘들어 하는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최원준은 2020 시즌 중반 대체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해 2시즌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다. 지난 시즌은 8승으로 아쉽게 3년 연속 10승에 실패했다. 올시즌은 최대한 많은 이닝을 던지면서 다시 10승 투수가 되겠다는게 최원준의 목표다. 최원준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목표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