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주식 거래 늘자…4월 은행 가계대출 2.3兆 증가

4개월 만에 증가 전환
주택거래 회복에 주담대 2.8兆 늘어
신용대출 감소폭은 축소
“가계 여윳돈 줄면서 대출 상환 감소”

지난달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2조3000억원 늘면서 4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연초부터 주택매매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3조원 가까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연초까지는 가계가 명절 상여금 등을 은행 빚을 갚는 데 주로 썼지만, 4월부터는 여유자금이 부족해지면서 기타대출 감소폭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3년 4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2조3000억원 늘어난 105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4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증가폭은 2021년 11월(2조9000억원) 이후 17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 단지 모습. 2023.5.8/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이 감소 흐름을 이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큰 폭 늘면서 가계대출도 증가 전환했다고 한국은행은 설명했다.

지난달 주담대 잔액은 803조6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조8000억원 늘었다. 윤옥자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택매매 관련 자금 수요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감소폭이 다소 축소되면서 주담대 증가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12월 1만5000호, 올해 1월 1만9000호, 2월 3만1000호, 3월 3만5000호 등으로 증가세를 이어왔다.

기타대출은 5000억원 줄어든 24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4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4년 이후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이다. 높아진 금리 수준,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3단계 등 강화된 대출규제 등의 영향으로 17개월째 감소 흐름을 이어갔다.

다만 계절요인 소멸, 주식투자 관련 일부 자금수요 등으로 감소폭은 전월(3조원)에 비해 줄었다. 윤 차장은 “통상 연말부터 1~2월까지는 가계 상여금 유입이 많아지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활용해 기존 신용대출을 상환하려는 흐름이 두드러진다”며 “이런 경향이 1분기 신용대출 감소로 나타났고, 4월 들어 이런 부분이 완화되면서 신용대출 감소 규모도 줄었다”고 했다.

또 “4월에는 개인의 주식 투자가 늘었는데, 주식 투자 자금 관련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난 점도 신용대출 감소 폭 축소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개인은 지난달 국내 주식 2조원어치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순매수 규모는 전월(1조6000억원)보다 확대됐다.

부동산 거래 절벽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가계의 주식 투자가 살아나고 여유자금이 줄면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진행된 ‘디레버리징’(deleveraging·부채 축소) 흐름은 주춤한 모습이다.

한편 지난달 은행 기업대출은 대기업 대출을 중심으로 7조5000억원 늘었다. 지난 1월부터 4개월 연속 증가해 잔액은 119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대기업대출은 분기말 일시상환분 재취급, 배당금 지급 관련 자금수요 등으로 3조1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대출은 부가가치세 납부 수요, 은행의 완화적 대출태도 등의 영향으로 4조4000억원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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