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경기 14패, 우승후보의 끝없는 추락…사령탑의 소신마저 흔들린다
[OSEN=수원, 이후광 기자] 그 동안은 부상자가 속출하며 부진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됐던 KT. 그러나 10일 경기는 그렇지 않았다. 모처럼 타선이 폭발하며 7회부터 3점 리드를 잡았지만 미숙한 뒷문 운영으로 5연패를 자초했다. 1패 그 이상의 충격을 받아도 무방할 정도로 역전을 당하는 과정이 충격적이었다.
지난 1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NC의 시즌 5번째 맞대결. 7일 꼴찌 추락과 함께 4연패 중이었던 KT는 믿었던 선발 소형준이 3⅔이닝 만에 자진 강판하는 변수를 맞이했다. 소형준은 4회 2사까지 4점을 내준 뒤 마운드에서 벗어나 팔꿈치에 통증을 호소하며 투구를 이어갈 수 없었다. 전완근 부상 이후 3일 인천 SSG전에서 복귀전을 갖고 5이닝 1실점으로 회복을 알렸지만 다른 부위에 또 탈이 났다.
KT는 그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4회가 약속의 이닝이었다. 홍현빈-조용호 테이블세터가 볼넷과 안타, 강백호가 다시 볼넷으로 1사 만루 밥상을 차렸고, ‘미완의 우타 거포’ 문상철이 호투하던 신민혁 상대 우중간 워닝트랙에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를 쳤다.
문상철의 시원한 적시타를 기점으로 KT 타선이 깨어났다. 동시에 NC 수비도 흔들렸다. 후속 김준태 타석 때 투구 포구 실책을 틈 타 강백호가 홈을 밟았고, 박경수 등장 이후 포수 박세혁의 3루 송구 실책이 나오며 문상철까지 홈을 밟았다. 4-4 동점. KT는 이에 그치지 않고 김상수의 1타점 좌전 적시타를 앞세워 5-4 역전을 이뤄냈다. 이후 6회 문상철의 투런포까지 묶어 7-4 리드를 만들었다.
5월 들어 1승 4패 부진을 겪으며 필승조 등판 기회가 적었던 KT. 이날은 달랐다. 마침내 리드를 잡은 채 후반부를 맞이하며 모처럼 필승조 요원들이 기분 좋게 몸을 푼 뒤 차례로 등판했다. 손동현이 5-4로 앞선 5회와 6회를 무실점 처리했고, 7-4로 리드한 7회 2년차 박영현이 박민우-박건우-마틴 순의 중심타선을 만나 12구 KKK 위력투를 뽐냈다. 나란히 엿새를 쉰 두 투수가 안정된 투구로 필승조의 품격을 뽐냈다.
악몽은 8회부터 시작됐다. KT는 구위가 좋은 박영현을 내리고 8회 올 시즌 1군에 데뷔한 김영현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중고신인에게 8회 3점 차 상황은 버거웠다. 김영현은 선두 권희동의 볼넷에 이어 박세혁에게 1타점 2루타를 맞았고, 서호철 타석 때 폭투와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무사 1, 3루 위기를 자초했다. 최악의 데뷔전으로 고개를 숙였던 지난달 1일 LG와의 개막전을 보는듯 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KT는 8회 무사 1, 3루서 마무리 김재윤을 올리는 승부수를 띄웠다. 승부수라기보다 박영현을 이미 소모하며 나올 투수가 김재윤 밖에 없었다. 4월 30일 삼성전 이후 9일을 쉰 김재윤은 흔들렸다. 폭투로 바뀐 2, 3루서 오영수에게 희생플라이를 맞았고, 김성욱을 삼진 처리했으나 이닝 종료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둔 가운데 손아섭 타석 때 또 폭투를 범하며 뼈아픈 동점을 허용했다.
김재윤은 7-7로 맞선 9회 선두 박민우와 박건우의 연속안타 이후 마틴에게 결승 희생플라이를 맞으며 패전투수가 됐다.
‘강철매직’다운 투수교체가 아니었다. 이강철 감독은 2019년 KT 사령탑 부임 후 체계적인 마운드 운영과 탁월한 투수교체로 만년 꼴찌의 KT를 통합우승 반열에 올려놨다. 외부 평가에 개의치 않고 본인만의 신념을 앞세워 선수를 적재적소에 기용해 왔다. 아울러 KT가 2023시즌에 앞서 SSG, LG와 함께 우승후보로 꼽힌 건 이 감독이 공들여 구축한 마운드의 지분이 컸다. KT는 투수의 팀이고, 투수는 KT 이강철호 야구의 근간이었다.
이날 가장 아쉬운 건 영현 듀오의 등판 순서였다. 평소 이 감독이었다면 경험이 부족한 김영현을 보다 여유로운 7회, 제2의 오승환으로 불리는 박영현을 8회 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영현을 7회, 김영현을 8회에 등판시켰다. 7회가 위기 상황이 아니었고, 설령 투수가 흔들린다 해도 뒤에 박영현, 김재윤 2명이 남겨두는 게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었지만 감독의 선택은 달랐다. 일단 그 전에 예리한 구위로 12개밖에 던지지 않은 박영현을 내린 것 또한 의아했다.
필승조 요원들이 충분히 휴식을 취했기에 박영현 2이닝-김재윤 1이닝 혹은 박영현 1이닝-김재윤 2이닝 전략도 제법 괜찮았을 듯하다. 이는 그 동안 승리가 필요할 때 이 감독이 종종 썼던 전략이다. 물론 승리조 투수들의 1이닝 투구가 가장 이상적이지만 KT는 꼴찌 추락과 함께 4연패 중이었다.
덧붙여 이 감독은 10일 취재진에 “이기는 경기는 확실히 잡아야 한다. 혹사 논란이 일기도 하지만 승리조에 속한 투수들은 이기는 경기서 계속 부름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는 지론까지 펼쳤다. 그러나 이 감독은 10일 이기고 있는 경기를 확실히 잡지 못했다.
KT는 결국 벤치의 판단 미스 속 NC에 뼈아픈 7-8 역전패를 당하며 5연패 수렁에 빠졌다. 최근 16경기 1승 1무 14패 부진과 함께 9위 한화에 1경기 차 뒤진 최하위까지 순위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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