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배 치솟은 떡볶이 가격"… 국민 간식이 사라진다 [Z시세]
주머니를 열게 하는 저렴한 가격과 입맛을 돋구는 달짝지근한 양념이라는 장점을 내세우며 '국민 간식'으로 꼽히던 떡볶이가 이제는 자취를 감추고 있다. 국민 간식이 아닌 브루주아(부자) 한 끼 식사로 자리잡으면서다.
수많은 배달음식 사이에서 인기 메뉴로 꾸준히 소비되는 떡볶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외식 수요가 감소했을 당시에도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지난 2021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 주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떡볶이는 전 연령대에서 주문율 5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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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떡볶이 프랜차이즈 업계는 과거 고추장 소스에 떡·어묵을 섞어 만들던 떡볶이와 달리 '독특한 메뉴 만들기' 경쟁에 돌입했다. 황세희 요식업창업전문가는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변화·확장에 대해 "다양해진 소비자의 입맛을 만족시키기 위해 '골라 먹는 재미'를 강조한 것"이라며 "맛부터 맵기, 토핑 등을 개인의 취향에 맞게 주문하는 이색적인 콘셉트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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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가 '최애'(가장 좋아하는) 메뉴라는 대학생 한모씨(여·24)는 "어느 순간부터 떡볶이 1인분이 7000원 이상으로 변했다"며 "오히려 1인분에 5000원인 매장을 보면 환호할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프랜차이즈는 개인 매장보다 싸다는 장점에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별난 토핑이 올라간 떡볶이라는 이유로 프랜차이즈 측이 '가격 올려치기'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떡볶이가 '서민' 음식보다는 '고급' 음식에 가까워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떡볶이에 대한 맛평을 개인 블로그에 공유하는 류한솔씨(남·31)는 "길에서 현금 결제한 뒤 간단하게 쏙쏙 집어 먹었던 떡볶이를 보기 힘들어졌다"며 "집에서 비장하게 먹을 준비태세를 갖춘 후 최소 2~3인분치의 떡볶이를 카드 결제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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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길거리 분식집을 찾은 대학생 이모씨(여·23)는 "새로운 맛보다 익숙한 맛이 더 무서운 법"이라며 입맛을 다셨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집밥이 최고라고 하는 것처럼 어린시절 친구들과 동전으로 사 먹던 길거리 분식점의 떡볶이는 최고의 맛과 기억으로 남아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씨와 함께 떡볶이를 즐기던 채모씨(남·24)는 걱정을 내비쳤다. 그는 "떡볶이가 국민간식으로 거듭나면서 각종 프랜차이즈가 우르르 등장해 체인화되고 말았다"며 "프랜차이즈의 공세에 길거리 분식집이 사라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수십가지에 달하는 떡볶이의 등장으로 많은 길거리 분식집이 사라지고 있다. 잃어버린 맛은 되찾을 수 있지만 사라진 추억은 기억 속에만 남게 된다. 길거리 분식집을 애용하는 소비자들은 "서민의 마음을 든든하고 따뜻하게 채워주는 분식집에서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소망한다. 이 같은 소비자가 많아지면 대형화된 떡볶이 시장에서 우리만의 맛과 추억을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서진주 기자 jinju31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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