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CNN 방송서 “대선은 조작...의회 난입은 펠로시 잘못”

워싱턴/이민석 특파원 2023. 5. 1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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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들 “거짓 주장 되풀이”...사회자와 모든 사안서 ‘평행선
바이든 대통령 토론 뒤 “이런 4년 더 원하느냐”
디샌티스 등 당내에서도 “트럼프 과거에 갇혀 있어”

“(성범죄 의혹에 대한 재판은) 선거 개입 의도를 갖고 이뤄지는 것이다. 나는 이 여자를 알지 못한다”

“(지난) 대선은 조작(rigged)됐다. 매우 슬픈 일이다.”

“(1·6 연방 의사당 난입 사건은) 낸시 펠로시 의장이 역할(보안 조치)을 하지 않은 탓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CNN이 뉴햄프셔주(州)에서 주최한 ‘CNN 타운홀’ 생방송에 출연했다. 그가 CNN에 출연하는 것은 2016년 대선 당시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대선 패배 불복·의회 난동 부정 등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사회자로 나선 CNN의 케이틀린 콜린스 앵커와 사사건건 충돌하면서 양측은 ‘평행선’을 달렸다.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콜린스가 저녁 내내 트럼프의 거짓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트럼프가 질문을 회피할 때 그를 압박하기 위해 노력했다”면서도 “그는 그녀를 무시하고 계속 발언했다”고 했다. 이어 “이날 트럼프는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며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로 가장 유력한 후보라는 믿음을 자신의 진영 내에서 공고히 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CNN이 뉴햄프셔주(州)에서 주최한 ‘CNN 타운홀’ 생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CNN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선거가 조작됐다(rigged)”며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모든 일(선거 조작)이 일어난 건 매우 슬픈 일”이라고도 했다. 그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는 동안 ‘선거 부정’이라는 양극단적인 이야기를 중단할 것이냐’는 방청객 질문에 “선거 사기를 보지 않는 한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선거 부정은 제가 말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나는 우리가 매우 정직한 선거를 치르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그는 2024년엔 대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받아들일 것이냐는 질문에 “정직한 결과라고 생각될 때 그렇게 하겠다”라고 했다.

그는 ‘2021년 1월6일 미 연방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에 대해 후회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뒤 “그날엔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내가 본 것 중 가장 많은 인파가 모였을 것이다. 그 정도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한 적은 없었는데, 그 이유(그들이 나온 이유)는 그들이 선거가 조작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리고 그들은 자랑스러워했다. 그들은 가슴에 사랑을 담아 그곳에 있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날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난입 사태로 5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데 대해 당시 하원의장이었던 낸시 펠로시 의원에게 보안 실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책임을 돌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큰 문제는 그 낸시 펠로시, 내가 친근하게 부르는 표현에 따르자면 미친 낸시와 워싱턴 시장이 보안 책임자였다는 것이다. 그들은 자신의 역할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 시각) 저녁 CNN이 뉴햄프셔주(州)에서 주최한 ‘CNN 타운홀’ 생방송에 출연해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사회자로 나선 CNN의 케이틀린 콜린스. /CNN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어 자신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폭동범들 중) 많은 이들을 사면할 의향이 있다”고 했다. 사회자인 콜린스 앵커가 ‘폭동의 주범들도 사면할 것이냐’고 묻자 그는 “확실한 건 워싱턴 DC, 뉴욕시에선 (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수 없다”고만 했다. 민주당 성향이 강한 도시에서는 정치적 동기에 따라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약 27년 전 성범죄 의혹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데 대해 “나는 그 여성을 모른다. 만난 적이 없다. 누군지 모른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그에게 소송을 제기했던 전직 잡지 칼럼니스트인 E. 진 캐럴(79)을 향해 “그녀는 미치광이(whack job)”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이렇게 지지율이 오른 사람은 나 뿐”이라며 “(나에 대한 재판은) 선거 개입을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자신의 재선을 방해하기 위해 미 수사 당국이 없던 일을 꾸며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즉답하지 않고 “나라면 24시간 내로 전쟁을 끝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럽이 돈을 더 내야 한다. 우리는 그 먼 나라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붇고 있다”고도 했다. 그가 그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호의적인 발언을 해왔던 것을 겨냥한 질문이었지만 그는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만 했다. 그는 ‘푸틴이 전범(war criminal)이냐’는 질문에도 “그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실수를 저질렀다”면서도 “그를 전범이라 부른다면 문제 해결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에 성공하면 미 전역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연방법에 서명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미국인 모두를 위해 효과적인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했다. 총기 소유를 규정한 수정헌법 2조를 두고는 “재선한다면 수정헌법 2조와 정신건강을 지키겠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방아쇠를 당기는 건 총이 아니라 사람”이라며 대량 총격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 등 시설에서 더 많은 경비원을 고용하는 등 안전한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행사가 끝난 뒤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여러분, 간단하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있는) 이런 4년을 더 원하는가. 그렇지 않다면 우리 캠페인에 참여하라”고 했다.

공화당 일각에서도 반발이 일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력한 라이벌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후원하는 슈퍼팩(특별정치활동위원회) ‘네버 백 다운’의 대변인인 에린 페린은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과거에 갇혀 있다는 것을 보여준 행사”라며 “그는 생명권이나 수정헌법 2조와 같은 중요한 보수적 이슈에 대해 자신이 어떤 의견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라고 했다. 이어 “그런 그가 어떻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겠는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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