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 도입…채용강요·불법하도급 잡아낸다

박초롱 2023. 5. 1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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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강요 제재 '과태료→형벌'로 강화…공사대금·임금 직불제 확대
민당정,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 개정 추진
발언하는 박대출 정책위의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11 toadboy@yna.co.kr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건설현장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을 도입해 불법행위 단속에 나선다.

이를 통해 노측의 노조원 채용 강요·월례비 수수와 함께 사측의 불법 하도급을 집중적으로 잡아내고, 처벌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건설현장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신고포상금제도를 도입한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11일 국회에서 민당정 협의회를 열고 '건설현장 정상화 5대 법안'을 신속하게 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여당이 이날 발의했거나, 발의 예정인 5대 법안에는 정부가 그간 발표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 대책이 총망라돼 있다.

당정은 먼저 사법경찰직무법을 개정해 국토교통부 4∼9급 공무원에게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특사경은 검찰과 경찰 외에 제한적 분야에 수사권을 갖는 공무원을 뜻한다.

건설현장 특사경은 불법 하도급 등 사측 불법 행위와 부당금품 수수, 공사방해, 채용 강요 등 노측 불법 행위를 수사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건설산업기본법·건설기계관리법을 개정해 월례비 수수 등을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제재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레미콘 등 건설기계 임대차 계약 이행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다면 사업자 등록을 취소할 수 있다는 제재 조항도 신설한다.

불법 행위에 대한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된다.

건설노조가 조합원 채용을 강요할 경우 제재 수준은 과태료에서 형벌로 강화한다.

발언하는 박대출 정책위의장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 후속조치 관련 민·당·정 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11 toadboy@yna.co.kr

정부는 부실공사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불법 하도급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처벌 수준이 대부분 과징금이나 과태료 부과에 그쳐 공사비 절감을 통한 기대 이익이 더 크고, 이에 따라 불법 하도급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발주처·원청에 하도급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불법 하도급 적발 때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공공공사뿐 아니라 민간 건축공사의 감리 담당자에게도 하도급 적법 여부 관리 의무를 부여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일부 건설사가 여전히 '수주만 하면 돈을 벌 수 있다, 공사는 돈에 맞춰서 하면 된다'는 잘못된 인식과 관행에 젖어 불법 하도급과 부실시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이미 2021년 6월 발생한 광주 철거공사 붕괴 사고 이후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포함한 강력한 불법 하도급 근절 대책을 내놓았다.

불법 하도급으로 5년 이내 3회 적발된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하는 '삼진아웃제'를 10년 내 2회 적발되면 말소하는 '투스트라이크아웃제'로 전환하고,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망사고 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불법 하도급 적발 시 과징금·형사처벌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법안은 2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고, 현재 시행되는 대책은 소수에 불과하다.

당정은 이해관계자 간 이견을 조율해 상반기 중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한 법안 수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달부터 8월까지 437개 불법 하도급 의심 현장에 대한 '100일 집중단속'에 나설 계획이다.

"건설노조 탄압을 멈춰라!" (대전=연합뉴스) 강수환 기자 = 민주노총 건설노조 대전세종지부 건설노동자들이 10일 오후 대전경찰청 앞에서 지난 2일 사망한 강원지부 양희동 노조원의 사망과 관련해 건설노조 강압수사 책임자 처벌과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집단 삭발식을 진행한 뒤 집회를 열고 있다. 2023.5.10 swan@yna.co.kr

또 임금 체불을 막기 위해 건설현장 근로자의 출퇴근 기록을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전자카드제와 임금 직접지급 시스템(대금지급시스템) 적용 현장을 대폭 확대한다.

내년부터 전자카드제 의무 도입 건설현장은 공공의 경우 공사 규모 50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민간의 경우 10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각각 확대된다.

현재 공공 공사에만 의무화된 대금지급시스템은 내년 하반기부터 민간공사 현장에도 단계적으로 의무 도입하도록 한다.

대금지급시스템은 임금 등 공사대금을 자동으로 지급하는 직불제 시스템이다. 발주자가 원도급사에 공사비를 지급하면 하도급사 몫과 자재 장비 대금, 근로자 임금은 인출이 제한된다. 하도급사 역시 자재 장비 대금과 근로자 임금은 빼서 쓸 수 없다.

음성적 불법 도급계약과 이른바 '백지계약'으로 불리는 형식적 근로계약을 막기 위한 방안이다.

정부는 대금지급시스템 도입 사업장의 하도급대금지급보증료 감면 폭을 30%에서 50%로 높일 계획이다.

또 근로계약에 따라 하도급사가 개별 근로자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하도록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공사부터 시범적으로 표준근로계약서를 도입한다.

지금은 건설사와 현장 팀장 간 도급계약만 체결돼 근로계약이 불분명한 팀원(건설 근로자)은 저임금·임금체불에 노출돼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표준근로계약서에 따라 건설사-팀장, 건설사-팀원 간 개별 근로계약이 체결된다.

건설업에는 재입국특례제도를 적용해 외국인 근로자의 출국 후 재입국 기간을 단축한다. 현재 건설업 외국인력은 출국 후 6개월이 지나야 재입국할 수 있는데, 이를 1개월로 줄인다.

다음 달부터는 불법 외국인력 고용이 적발된 경우 제재 범위를 적발 사업주의 전체 사업장이 아닌 외국인 불법 채용이 행해진 해당 사업장으로 한정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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