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오투약 사망 은폐 제주대병원 간호사들 최대 징역 1년6월

업무상 과실·유기 행위만 유죄 인정…"사망 인과성 낮아"
"아이 마지막 얼굴도 못 봤다"…반발하던 유족 퇴정당해

제주대학교병원 강사윤 진료처장이 지난해 4월28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약물 과다투약 사고와 관련 사과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2.4.2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영아 오투약 사망사고를 내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들이 실형에 처해졌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11일 오전 업무상 과실치사, 유기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제주대병원 수간호사 50대 A씨의 유기치사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어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대병원 간호사 B씨에게 징역 1년6개월, 간호사 C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수행 간호사 C씨는 지난해 3월11일 제주대병원 코로나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강모 양(1)에게 기관지 확장이나 심장박동수 증가에 쓰이는 에피네프린(Epinephrine) 5㎎을 정맥주사로 투약했다.

에피네프린 5㎎을 네뷸라이저(Nebulizer·연무식 흡입기)로 투약하라는 담당 의사의 지시와 달리 직접 주사 시 기준치(소아 적정량 0.1㎎)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한꺼번에 투약한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강 양의 상태가 악화되자 응급처치에 나선 수간호사 A씨는 이 같은 투약 오류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간호사들에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하는 등 이를 상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강 양은 당일 오후 7시32분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하루도 채 안 된 다음날 오후 5시48분쯤 숨졌다.

담당 간호사 B씨는 강 양이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인 당일 오후 9시59분쯤 의료기록지에서 담당 의사의 처방내용을 삭제한 데 이어 강 양이 사망한 뒤인 12일 오후 9시13분쯤에는 간호사 처치내용까지 삭제하기도 했다.

의료진이 오투약 사망사고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날은 강 양 사망 후 나흘이나 지난 16일이었다. 이미 강 양의 장례까지 다 끝난 때였다. 강 양의 부모는 이틀 뒤인 18일에야 병원으로부터 의료사고 사실을 전달받았고, 그 해 4월23일 의료진을 고소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3명은 사실관계는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피고인들의 행위와 강 양 사망 간 인과관계를 증명할 만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혐의를 부인해 왔다.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여 일부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사망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최초 오투약 사고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를 인지했음에도 의사에게 보고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업무상 과실, 유기 행위가 맞지만 그러한 행위 때문에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병원과 의사, 간호사에 대해 가져온 깊은 신뢰를 크게 훼손한 것으로서 우리 사회가 받은 충격이 적지 않다"며 "다만 피고인들이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유족을 위해 각 5000만원을 공탁한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주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이 같은 판결에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누가 돈 주라고 했느냐", "돈 냈다고 형량을 줄여 주느냐", "우리는 아이 마지막 얼굴도 못 봤다"고 소리치며 강하게 반발히디 퇴정당햇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