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승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41살 SSG 김강민 “오히려 몸이 더 가볍다”
‘짐승’ 김강민(41·SSG)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 선수가 또 있을까.
김강민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 열리기도 1년 전인 2001년 SK(SSG 전신)에 입단해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2023시즌 현재까지 SSG에서만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원클럽맨’이자,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다.
이런 김강민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짐승으로 불린다. 그가 가진 강력한 어깨와 호쾌한 타격 능력, 민첩한 발까지, 마치 짐승을 연상케 한다고 따라붙은 별명이다. 지난 시즌 SSG가 챔피언에 등극했을 때, 김강민은 마흔의 나이로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김강민은 그러나 이번 시즌 초반 유독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0일 KT전에서 동점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맹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김강민은 경기가 끝난 뒤에 진행된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은퇴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말을 남겼다.
김강민은 “오래 하실 거죠”라는 중계진 질문에 “아뇨. 저도 이제 힘들어요. 지금처럼 몸이 안 올라오면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강민은 같은 달 28일 허리 통증 여파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푹 쉰 김강민이 9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다. 복귀 경기에 선발 출전한 김강민은 당일 쾌조의 컨디션을 보인 KIA 선발 양현종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며 방망이를 달궜다.
전날 경기를 내주고 시작된 10일 KIA전. 김강민은 6회 대타로 출전해 첫 타석부터 안타를 때려내더니, 8회 상대 투수 장현식의 빠른 공을 정확히 노려쳐 왼쪽 담장을 넘겼다. 불안한 1점 차 리드를 2점 차로 늘린 결정적 한 방이었다.
데자뷔였다. 김강민은 지난달 20일 KT전과 마찬가지로 이날도 홈런 포함 2타수 2안타 1타점으로 팀에 승리를 안겼다. 한 가지는 달랐다. 은퇴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경기 뒤에 만난 김강민은 “열흘 정도 쉬면서 몸이 더 좋아진 것 같다. 그전에는 아픈 곳이 되게 많아서 정말 은퇴를 생각할 정도로 9이닝을 뛰는 게 힘겨웠다”며 “그런데 쉬고 와서 보니까 오히려 몸이 더 괜찮은 것 같다. 몸이 가볍게 움직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강민은 타석에서뿐 아니라 중견수 수비에서도 여전히 빠른 발과 뛰어난 타구 판단으로 수비를 해내며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주로 교체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김강민은 이번 시즌 27타수 10안타 0.370의 타율에 OPS 1.064를 기록하며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85% 정도 된다. 15%는 나이를 고려했다.” 몸 상태를 묻는 말에 김강민이 한 대답이다. 짐승의 은퇴는 아직인 듯하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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