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진관사 수륙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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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방한한 유코 여사는 김건희 여사와 서울 진관사(津寬寺)를 방문, 수륙재(水陸齋) 중 법고무를 관람했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중단됐다가 1977년 복원되면서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된 진관사 국행수륙재에서는 지금도 각 단에 조선 태조와 진관, 역대 대통령 등의 위패를 봉안해 국태민안과 국운융성을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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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함께 방한한 유코 여사는 김건희 여사와 서울 진관사(津寬寺)를 방문, 수륙재(水陸齋) 중 법고무를 관람했다. 수륙재는 물과 뭍을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는 불교 의식이다. 유코 여사가 원폭 투하로 많은 사상자를 낸 히로시마 출신임을 감안한 일정이었다.
수륙재는 중국 양나라 무제(武帝)에 의해 시작됐다. 불심이 두터웠던 무제는 내생(來生)을 받지 못하고 떠도는 고혼을 구제하는 것이 제일가는 공덕이라는 신승의 계시를 받아 직접 수륙의문(水陸儀文)을 짓고 금산사에서 재를 베풀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때부터 수륙재가 행해졌는데, 광종 21년 갈양사에 개설된 수륙도량이 최초다. 진관사 ‘국행수륙재’는 조선 태조 때 시작됐는데, 명칭이 보여주듯 정치적 목적이 투영됐다. 고려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는 학살당한 고려 왕족과 친인척, 전쟁으로 죽은 귀족과 장군들의 넋을 달래는 한편, 후손의 안녕을 도모하고 불안정한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아 새 왕조의 기틀을 튼튼히 하려고 했다. 많은 유생이 국행으로 거행하는 데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지만, 수륙재는 중종 10년까지 100여 년간 지속됐다. 배불숭유(排佛崇儒)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민 통합을 앞세운 유연함을 발휘한 것이다.
왕의 생명을 구한 사찰이라는 진관사의 역사도 태조의 선택에 한몫했다. 진관사는 고려 초 승려 진관(津寬)이 홀로 수행하던 신혈사라는 암자였다. 그런데 고려 태조의 왕자인 왕욱과 태조의 손녀이자 경종의 왕비 사이에서 태어난 왕순이 왕실 내 권력투쟁으로 신혈사에 연금된다. 동성애자인 목종에게 후손이 없자 목종의 모후 천추태후는 김치양과 사통해 낳은 아들에게 왕위를 잇게 하기 위해 왕순을 암살하려 했다. 이에 진관은 수미단 밑에 땅굴을 파 왕순을 피신시켰다. 3년 후 강조가 정변을 일으켜 천추태후가 실각하면서 왕순은 왕위(현종)에 오르게 된다. 이에 왕순은 고마움의 표시로 신혈사를 대규모로 증축하고 진관사라는 이름을 내렸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중단됐다가 1977년 복원되면서 국가무형문화재 제126호로 지정된 진관사 국행수륙재에서는 지금도 각 단에 조선 태조와 진관, 역대 대통령 등의 위패를 봉안해 국태민안과 국운융성을 기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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