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나라살림 적자 54조원…연간 적자 전망치 90% 넘었다
지출은 줄였지만 수입은 더 줄었다. 법인세와 소득세 등 세수입이 쪼그라들면서 올들어 나라살림 적자가 54조원까지 불어났다. 1분기 만에 적자 규모가 정부의 연간 전망치에 육박하면서 나라곳간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경기부진, 대규모 감세 등으로 예견됐던 일이어서 건정재정을 강조하던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
기획재정부가 11일 내놓은 ‘재정동향 5월호’를 보면 올해 들어 3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145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조원 감소한 수준이다.
1분기 국세수입이 87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24조원 감소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 됐다.
부동산 거래 감소와 종합소득세 기저효과로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 등 소득세가 3월까지 7조1000억원 감소했다. 1월 주택 매매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8.2% 감소했고, 순수토지매매량도 43.7% 줄어 양도소득세 급감의 배경이 됐다. 종합소득세가 줄어든 것은 소규모 자영업자에 대한 중간예납이 납기연장된 여파가 컸다.
통상 3월에 절반을 납부하는 법인세 세수도 6조8000억원 줄었다.
기업들은 법인세 절반을 매년 8월 중간예납제도를 통해 납부하고, 이듬해 3월 나머지를 낸다. 법인세 수입 급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세계 경기 둔화·반도체 가격 하락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부쩍 나빠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앞서 올해 연간 법인세 수입을 105조원으로 예측했지만, 기업실적 급감 등으로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태다. 법인세의 상당액을 담당하는 삼성전자는 2분기 적자가 예상된다.
이밖에 부가가치세가 5조6000억원, 유류세 인하 여파로 교통에너지환경세 6000억원씩 줄며 역시 적자폭을 키우는데 영향을 미쳤다.
세외수입도 7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조6000억원 줄었다. 다만 기금수입이 50조9000억원으로 2조60000억원 늘어 전체 감소폭을 완충했다.
1분기 정부의 총지출은 186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6조7000억원 감소했다. 코로나19 위기 대응 사업과 소상공인 손실보상 종료 등이 총지출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1분기 41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30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빼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54조원 적자였다. 1년 전보다 적자 폭이 8조5000억원 늘었다. 54조원은 정부가 제시한 올해 연간 관리재정수지 적자 전망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정부는 지난해 올해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로 국내총생산(GDP)의 2.6%인 58조4000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길어지는 경기둔화 직격탄을 맞으며 불과 1분기 만에 전망치의 90%가 넘는 적자가 쌓일만큼 나라살림 상태가 나빠졌다.
재원 마련을 위해 추경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추경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5~6월부터는 세입 규모가 예년보다 컸던 지난해 기저효과가 사라지면서 세수 정상화가 이뤄질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는 반도체 경기 등이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하고 있다.
하지만 4~5월 법인세 분납 규모가 예년보다 적을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세수입 정상화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실제 세수 정상화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도 ‘전망’이 아닌 ‘기대’일만큼 불확실성이 크다.
한편 3월 말 기준으로 집계한 국가채무(중앙정부 채무)는 1053조6천억원으로 전월보다 7조4000억원 감소했다. 이는 3월 중 국고채 상환액(24조8000억원)이 발행액(17조8000억원)을 초과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해 말 대비로 보면 국가채무는 20조2000억원 늘었다. 1~4월 국고채 발행량은 63조9000억원으로 연간 총 발행한도의 38% 수준이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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