틱톡 탄 ‘큐피드’...피프티 피프티, 美·英 차트 상승곡선

2023. 5. 11.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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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오피셜차트 9위·미국 빌보드 19위
데뷔 165일만에 빌보드 입성 ‘최단 기록’
신스팝 트렌드에 속도 높인 버전 인기몰이
‘반짝 돌풍’ 넘어 K-팝 새로운 가능성 부상
피프티 피프티는 데뷔 165일 만에 빌보드에 입성, K-팝 사상 최단 기록이라는 역사를 쓰고 있다. 현재 미국 빌보드 ‘핫100’ 19위,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9위에 올라있다. [어트랙트 제공]

처음엔 ‘큐피드의 행운’이라 여겨졌다. 이제는 다르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이름도 생소했던 신인 걸그룹의 행보는 ‘반짝 돌풍’을 넘어 K-팝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피프티 피프티가 데뷔 165일 만에 빌보드에 입성, K-팝 사상 최단 기록이라는 역사를 쓰고 있다. ‘돌풍의 시작’은 지난 달로 시계를 되돌린다. 피프티 피프티는 첫 번째 싱글 ‘더 비기닝: 큐피드’의 타이틀곡 ‘큐피드(Cupid)’로 지난 4월 1일자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100’에 100위로 진입했다. 이후 꾸준히 순위를 올리고 있다. 2주차에 94위, 3주차 85위, 4주차 60위, 5주차 50위, 6주차 41위에 올랐다.

이번주 성적은 단숨에 뛰어올랐다. 10일 공개된 최신 차트에 따르면 ‘큐피드’는 ‘핫 100’에 19위로 오르며, 톱20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는 해외 팝스타와의 협업 없이 이룬 K-팝 걸그룹 단일곡 최고 성적이다.

미국 빌보드와 양대 차트로 꼽히는 영국 오피셜 차트에서의 성적은 더 높다. 이미 K-팝 걸그룹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최근 영국 오피셜 차트가 발표한 최신 차트(5월 5~11일)에 따르면 ‘큐피드’는 이번 주 싱글 차트 톱100에서 9위에 올랐다. 이 곡은 오피셜 싱글 차트 톱100에 96위로 처음 진입한 이후 61위, 34위, 26위, 18위, 9위에 이르기까지 6주 연속 차트에 머무르며 새로운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

오피셜닷컴은 “피프티 피프티는 ‘큐피드’가 첫 번째 K-팝 걸그룹 ‘톱 10’ 노래가 되면서 영국 차트의 역사를 만들었다”며 “블랙핑크, 뉴진스, 트와이스 같은 K-팝 걸그룹이 아직 달성하지 못한 기록을 뽐냈다. ‘큐피드’의 성공은 영국에서 K-팝의 꾸준한 성장을 증명한다”고 분석했다.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조차 “너무 놀라 입을 틀어막았다”(시오)는 성취의 배경엔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핵심 전략으로 자리하고 있다.

가장 큰 힘은 ‘노래’다. ‘큐피드’는 몇 해전부터 국내외에서 불고 있는 신스팝 트렌드를 이어간 곡이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영미 팝 시장에선 위켄드의 ‘블라인딩 라이츠’(2019), 두아 리파의 ‘돈트 스타트 나우’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된 1970~80년대 레트로 사운드에 대한 수요가 신스팝의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 ‘큐피드’는 이런 트렌드의 연장에 있는 곡으로, 통속적인 코드 진행과 멜로디로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노래다”라고 분석했다. 국내에선 지난해 뉴진스의 등장 이후 ‘이지 리스닝’ 계열의 곡들이 대거 등장하는 추세와도 멀리 있지 않다.

‘큐피드’의 성공 뒤에 ‘노래의 힘’을 뛰어넘는 ‘플랫폼의 힘’도 작용했다. 이 곡은 틱톡의 한 사용자가 ‘2023년 최고의 프리 코러스’로 꼽은 이후 바이럴이 시작됐다.

2021년 등장한 미국의 괴물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노래 ‘드라이버스 라이센스’가 틱톡에서의 자발적 확산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국내에서까지 인기를 얻은 사례가 있었으나, K-팝 가수의 노래가 틱톡을 타고 영미 팝 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국내 가요계에서 틱톡을 활용하는 방식은 의도된 챌린지가 다수였기에 ‘큐피드’의 사례는 상당히 생소하게 다가오고 있다. 정 평론가는 “국내에선 틱톡의 영향력이 크지 않아 와닿지 않을 수 있지만, 미국 시장에선 10대들이 습관처럼 들락거리는 플랫폼으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틱톡에서의 노래들이 인기를 얻으면 많은 사용자들이 음악과 무관한 영상의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차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것이 정 평론가의 설명이다.

‘큐피드’도 비슷한 사례다. 틱톡 사용자들은 노래와는 상관없는 모든 영상에 ‘큐피드’를 사용 중이다. 기획사의 영리한 전략이 통한 점이 있다면, 한국어 원곡과 영어곡인 ‘큐피드 트윈 버전’을 앨범에 함께 수록했다는 점이다. 틱톡 내에선 이 때문에 ‘큐피드’가 K-팝 가수의 곡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 상당하다. 익명의 틱톡커가 이 영상을 소개할 때 원곡의 BPM을 높여 올린 탓에, 여러 차트에선 ‘큐피드’ 원곡보다 속도를 높인 ‘스페드 업(Sped Up) 버전’이 더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이번주 오피셜 차트에선 ‘큐피드 트윈 버전-스페드 업 버전’이 ‘데일리 바이럴 송스’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으로 봐선 빌보드 차트에선 더 높은 성적도 기대된다. 정 평론가는 “기존 빌보드 차트에 오른 곡들의 순위 상승 과정을 살펴보면, 피프티 피프티는 현재의 추이를 이어갈 경우 2~3주 안에 빌보드 ‘핫100’의 10~15위 안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몇 주 안에는 톱10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경우 좀 더 많이 울려퍼지고 소구하는 히트곡이 나오게 되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피프티피프티의 성과는 K-팝 업계에도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하이브, SM, JYP, YG 등의 대형 기획사 소속 빅그룹이나 TV오디션을 통해 결성된 K-팝 그룹이 아니고는 성공 확률이 낮아진 업계에 신선한 자극과 희망이 되고 있다.

다만 피프티 피프티에겐 과제가 많다. 음악의 인기로 글로벌 차트에서 활약 중이나 그룹에 대한 인지도는 여전히 떨어진다. 정 평론가 역시 “노래가 인기를 얻었음에도 가수의 인지도나 대중의 반응은 전무해 ‘원 히트 원더(One Hit Wonder·데뷔 이후 한 개의 곡만 히트시키고 사라진 가수)’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써클차트 수석 연구위원은 “음원 관련 지표와 팬덤 관련 지표를 종합해 볼 때 현재 피프티 피프티 관련 이슈는 가수보다는 노래에 더 비중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단기적 이슈가 아닌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선 ‘큐피드’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을 가수 자신에게로 돌려 걸그룹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고승희 기자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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