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간디’ vs ‘21세기 술탄’...14일 튀르키예 ‘운명의 대선’

2023. 5. 11.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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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권이 재집권하면 현재 30리라짜리 이 양파 가격은 100리라까지 오를 것이다."

14일 치러지는 튀르키예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의 경쟁자로 떠오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평범한 가정집 주방을 배경으로 양파 한 알을 든 짧은 유세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클르츠다로을로 대표가 약진하면서 '따논 당상'처럼 여겨지던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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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지진 여파로 민심 이반
野 후보 과반 이상 지지율 돌풍
폴리티코 “올 가장 중요한 선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 오는 14일 선거에서 자신과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에 투표해줄것을 호소하고 있다.[로이터]
2023년 튀르키예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공화인민당(CHP) 대표. 그는 최근 공개된 유세 영상에서 지난 1년 반동안 5배 가까이 가격이 폭등한 양파를 들고 에르도안 대통령의 실정을 꼬집었다. [CHP제공]

“현 정권이 재집권하면 현재 30리라짜리 이 양파 가격은 100리라까지 오를 것이다.”

14일 치러지는 튀르키예 대선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대통령의 경쟁자로 떠오른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공화인민당(CHP) 대표는 평범한 가정집 주방을 배경으로 양파 한 알을 든 짧은 유세 영상을 최근 공개했다.

그는 “정권 교체에 성공한다면 이 나라에 돈이 흐르고, 투자가 촉진되며, 통화가치가 절상되면서 번영이 올 것”이라며 양파를 예로 들며 현 정권의 경제 실정을 비판했다. 양파는 튀르키예 요리의 필수 재료다. 지난 18개월간 양파 가격은 5배가량 뛰었다.

클르츠다로을로 대표가 약진하면서 ‘따논 당상’처럼 여겨지던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집권에 빨간불이 켜졌다. 여론조사업체 MAK가 지난 4월 26일∼5월 4일 전국 성인 57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게 투표하겠다고 한 응답자가 50.9%로 과반을 차지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45.4%였다.

인도의 지도자 마하트마 간디를 닮은 외모로 ‘간디 케말’로도 불리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지난 2017년 CHP 부대표가 체포됐을 때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450㎞ 평화 행진으로 항의하면서 명성을 얻게 됐다.

20년 넘게 집권해 ‘21세기 술탄’으로 불리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철옹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발생한 대지진이다. 수년째 계속돼 온 경제난으로 추락한 민심이 대지진을 계기로 급격하게 악화되면서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공략 포인트도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 실정이다. 그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30년간 금융 관련 정부기관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 경제통이다.

튀르키예는 살인적 물가상승률로 대표되는 역대급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튀르키예 물가상승률은 43.7%였다. BBC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국제 추세와는 반대로 금리 인상을 거부해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고 있다”며 “공식 물가상승률은 50% 수준이지만 학자들은 실제 물가상승률이 100%를 넘는다고 본다”고 전했다.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과 민주주의 열망도 이번 대선의 승패를 가름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에 처음 투표권을 행사하는 약 600만 명의 유권자의 표심이 선거 판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대부분은 다른 대통령을 경험해 보지 못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역시 이들을 공략하기 위해 권위적인 에르도안 대통령과 차별화되는 전략을 내세웠다. 그는 집권하면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고 대통령 중심제를 의회제로 돌려놓겠다고 공약했다. 언론의 자유와 사법부의 완전한 독립도 약속했다.

국제사회도 이번 튀르키예 대선에 주목하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튀르키예 대선을 가리켜 ‘2023년 가장 중요한 선거’라고 지목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 튀르키예의 입장 변화, 미국·유럽연합(EU)·러시아와의 관계 등 튀르키예의 국제적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14일 선거에서 어떤 후보도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하면 2주 뒤인 28일 2차 선거에서 1, 2위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치러진다.

다만 에르도안 대통령이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재투표를 밀어부치거나 다른 방식으로 선거 결과를 뒤바꿀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진통이 예상된다.

이민경 기자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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