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양성평등복지부' 신설 논의했었다...사라진 '여가부 폐지'
[편집자주] 2022년 대선 판을 뒤흔든 일곱 글자,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국회 논의는 새 정부 출범 후 1주년째 겉돌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과연 현실화될까.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히트 공약'인 여성가족부 폐지가 잊힌 약속이 돼가고 있다. 칼자루를 쥔 국회에서의 논의가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인 때문이다. 여가부를 보건복지부 산하 본부로 격하하는 정부안과 달리 보건복지부를 쪼개 가칭 '사회복지부' 또는 '양성평등복지부'와 '보건부'를 만드는 방안까지 한때 여야 원내지도부 간에 논의되다 불발된 것으로 확인됐다.
1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원내지도부로 선출된 이후 현재까지 여가부 폐지 문제에 대해 단 한 번도 논의를 한 적이 없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두 원내대표가 여가부 폐지 문제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한 적은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홍성국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아직 여가부 폐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이 안 됐다"고 말했다.
여가부 폐지 문제가 여야 간에 다뤄진 것은 지난 2월 전임 원내지도부인 주호영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홍근 전 민주당 원내대표 때가 마지막이다.
당초 정부안은 윤 대통령의 공약대로 여가부를 폐지하고 기존 여가부 기능 가운데 노동 관련 부분은 고용노동부로, 양성평등과 인구·가족·아동·청소년 등 주요 기능은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로 이관하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0월 정부조직 개편 소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친 뒤 소속 의원 전원의 이름으로 이같은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어 지난해 12월1일부터 여가부 폐지와 재외동포청 신설, 국가보훈처의 부 승격 등의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법안에 대한 여야 간 논의가 본격화됐다. 주 전 원내대표와 박 전 원내대표 등이 포함된 '여야 3+3 정책 협의체'가 가동되면서다.
여야 협상 과정에 정통한 국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협상이 교착 상태에 이르자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민주당에 보건복지부를 두 개의 부처로 분리해 한쪽은 복지, 가족, 여성 관련 분야 등을, 다른 한 쪽은 보건 분야를 맡도록 하는 수정안을 제안했다.
민주당도 국민의힘의 수정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한다. 야당은 줄곧 여가부를 본부로 격하하는 것에 반대했는데, 부처 지위를 유지해주겠다는 제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여성 정책 등을 담당할 새 부처의 이름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부처의 이름에 반드시 '성평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국민의힘은 이에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의 취지에 배치된다는 이유에서였다.
결국 새 부처의 이름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관련 협상은 결렬됐고,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여가부 폐지 부분만 제외한 채 지난 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민주당에서 새 부처 이름에 성평등, 양성 등 표현이 들어가지 않으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며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렇게 되면 여가부 폐지의 원래 목적이 퇴색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 관계자도 "여가부를 폐지하되 보건복지부를 보건 관련 부처와 양성평등 및 복지 부처를 신설하자는 비공식적 제안이 국민의힘으로부터 있었다"며 "다만 새로운 부처의 이름을 놓고 우리는 '여성'은 빼더라도 '양성평등'의 뜻을 담은 단어가 반드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으나 국민의힘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당시 여야 원내지도부 간에 오간 이 같은 방안은 여성 정책 관련 부처를 없앤다는 취지의 당초 정부안과는 거리가 있다. 정부는 애초에 발표한 원안대로 여가부 폐지를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여가부 관계자는 "보건복지부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해 여성가족 정책을 독립적으로, 강력히 추진하겠다는 게 시종일관 여가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정부가 내놓은 원안에서 입장 변화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가부 폐지를 둘러싼 여야 간 이견이 부처명을 놓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름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것 하나로 협상이 결렬됐겠느냐"며 "여성 정책 수립과 추진 등을 담당할 정부 기구에 대한 다양한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새 원내지도부가 출범한 만큼 향후 여가부 폐지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향후 여가부 폐지 관련 논의 계획에 대해 "정책수석 등 인선이 끝나면 시작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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