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정예 72여단 궤멸 수준”…우크라, 격전지 바흐무트서 성과

지난 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육군 저격수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출처 = AP, 연합뉴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침공에 맞서 반격을 이어가는 가운데 주요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이 중대한 타격을 받아 퇴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지상군 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는 10일(현지시간) 바흐무트 일부 지역에 있던 러시아 부대가 우크라이나군의 공격으로 2km 이상 후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군 당국과 러시아 용병 단체인 바그너그룹 등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러시아군은 작전에 투입한 정예 보병여단이 격파되자 바흐무트 남서부 약 7.7㎢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바흐무트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병합을 선언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州)를 온전히 장악하는데 필요한 요충지다. 이 때문에 지난 겨울부터 러시아군이 대공세를 이어온 표적이었다.

러시아군의 인해전술과 우크라이나군의 대치로 소모전이 이어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에 맞먹을 정도로 짧은 기간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시르스키는 우크라이나의 이번 공격이 바흐무트에서 11개월여간 지속된 러시아의 공격을 저지하려는 방어 목적 작전이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바흐무트에서 큰 타격을 입은 건 러시아 육군 최정예 부대인 제72자동소총여단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 장병이 바흐무트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대전차 화기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출처 = 로이터, 연합뉴스]

72여단의 6대대와 7대대가 전멸 수준에 이르렀고, 예하 정보부대도 격파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병력 상당수도 우크라이나에 포로로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지난 9일 VOA의 보도와 대부분 일치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우리 군이 도망치고 있다”며 “72여단은 오늘 아침 3㎢를 버렸고 그곳에서 병력 500명가량을 잃었다”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우익 의용대 ‘아조우 대대’가 조직한 제3독립강습여단 역시 이날 “러시아의 72여단이 바흐무트 인근에서 도피했고 러시아군 시체 500구가 남겨졌다는 프리고진의 보고는 사실”이라고 발표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동부사령부는 러시아 여단이 심각한 손실을 보았다면서도 그들이 여전히 바흐무트시의 남은 부분을 사수하고자 배치되어 있다고 전했다. 세르히 체레바티 사령부 대변인은 “안타깝게도 아직 러시아 여단 전체를 파괴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NYT는 러시아군의 퇴각이 사실로 확인되면 2달여 전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 핵심 보급로에서 러시아군을 격퇴한 이래 가장 중요한 성과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바흐무트를 둘러싼 전투가 우크라이나가 예고해온 ‘대반격’의 일환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도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