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보호사가 고맙다며 어부바"…요양산업 판 바꾼 예비유니콘
"기업형 방문요양으로 성장…통합재가로 확장 중"
"지금도 전국 곳곳에 훌륭한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보호사들과 방문요양센터(재가복지센터)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산업에도 기업이 해야 할 역할이 있습니다. 케어링은 그 역할에 도전하고 있어요."
동네마다 하나쯤은 보이는 '방문요양센터'로 출발해 기업가치 1000억원을 인정받은 스타트업이 있다. 실버 헬스케어 스타트업 케어링의 이야기다.
김태성 케어링 대표(36)는 "케어링은 요양보호사 매칭 플랫폼이 아니다"고 말했다. 단순히 요양 서비스 수요자와 프리랜서 요양보호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케어링은 일반적인 방문요양센터처럼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요양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등록된 요양보호사 수는 7000여명으로 사실상 초대형 방문요양센터인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보기에 사업 효율성이 너무 떨어졌다. 관리 업무가 수기로 진행되고 서비스 중 발생하는 사건·사고 대응도 주먹구구식이었다. 김 대표는 "이 구조에선 요양보호사와 센터 모두 만족하기 어려웠다"며 "경영을 체계화하고 매뉴얼을 도입하기만 해도 효율성이 높아질 것 같았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케어링을 창업하면서 이같은 문제부터 해결했다. 소규모 방문요양센터 두 곳을 흡수하면서 운영방식을 디지털화·시스템화부터 했다. 전자서명을 도입하고 출퇴근 관리를 디지털화했다. 서비스 제공이나 사고처리 방식도 매뉴얼화해 고품질·균일화했다. 김 대표의 예상은 통했다. 마진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김 대표가 다음으로 한 일은 요양보호사들의 처우개선이었다. 처우개선이 다시 서비스 고품질·균일화로 이어질 것이란 판단이었다.
김 대표는 "파격적인 개선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며 "시급을 이전보다 10% 정도 올렸을 뿐"이라고 말했다. 작은 변화였지만 요양보호사들의 만족도는 상당했다. 김 대표는 "한 번은 70세를 넘기신 요양보호사 한 분이 저한테 5만원을 쥐여주려고 하고, 또 어떤 분은 갑자기 저를 어부바해주려 했다"며 "손자 같다고 예쁘게 봐줬던 것"이라고 말했다.
입소문을 타고 요양보호사들이 케어링에 몰리기 시작했다. 등록된 요양보호사가 늘면서 케어링도 성장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현재 케어링에 근로희망을 신청한 요양보호사들은 3만명이 넘는다. 케어링이 설립 3년여만에 7000명의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고 전국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게 된 배경이다.
김 대표는 "방문요양은 요양보호사 1명이 노인 1명에게만 요양서비스를 제공해 인구구조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통합재가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몇 년 뒤에는 50~60대를 요양할 30~40대가 없어 방문요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요양보호사 1명이 3명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 미래에는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케어링은 지난해 자회사인 '케어링 커뮤니티케어'를 설립하고 부산 진구, 동래, 수영, 경남 양산 등 4곳에 물리치료, 인지교육 등 요양 프로그램을 운영할 주간보호센터를 설치했다. 낙후된 시설로 평가받지 않게 인테리어는 호텔처럼 꾸미고 카페와 문화공간도 더했다. 누구든 거부감 없이 주간보호센터를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김 대표는 "어르신들을 위한 스타벅스를 상상하며 공간을 구성했다"며 "궁극적으로 시니어 세대들의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케어하는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고 했다. IT업계에 몸담을수록 비전과 구호들이 뜬구름처럼 보였다. 우연히 접한 요양산업은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의 문제이자 미래도 확실한 산업이었다.
다만 감수해야할 책임과 리스크도 큰 산업이다. 김 대표는 "서비스 주체와 대상 모두가 고령이고 건강과 관련된 서비스인 만큼 부담이 큰 분야"라고 말했다. 국내 요양 서비스 시장규모가 2020년 12조5200억원(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달하는데도 대기업이 쉽게 뛰어들지 않는 이유다. 김 대표는 "돌이켜보면 케어링이 지금까지 성장한 비결도 '끈기' 하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 또 "돈을 떠나 케어링보다 애정이 가고 행복한 사업은 본 적이 없다"며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그 영향이 전 국민의 삶과 관련된 문제인 경우는 드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케어링은 제 마지막 사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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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석용 기자 gohsy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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