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의 1년] 부동산 시장은 '尹의 정책'과 달리 움직였다
부동산 시장 하락세 전환
정부 정책으로 움직인 걸까
‘규제철폐’ ‘공급증가’ 2가지 수단
부동산 규제 완화됐지만
공동주택 인허가 수 감소
공급 영향 없이 가격 하락
1년 전 부동산 시장을 상상해보자. 당시만 하더라도 집값은 떨어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2년차를 맞이했다. 대통령이 내걸었던 부동산 정책 기조는 규제 완화와 공급 증가였다. 2가지 수단으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거였다. 집값은 떨어졌다. 하지만 그게 윤 대통령의 정책 덕분인지는 알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부동산 시장의 해법은 '정상화'였다. 이전까지의 부동산은 정부가 '규제대못'을 박아서 과도하게 억압하는 비정상적 시장이었기 때문에 그 대못만 빼내면 시장이 정상화할 것이란 얘기였다.
■ 규제완화 성적표 = 그래서 윤 대통령이 선택한 방법은 규제 완화, 공급 증가 두가지였다. 먼저 규제 완화부터 살펴보자. 법과 시행령을 바꿔야 하는 규제 완화는 비교적 빠르게 이뤄졌다.
지금까지 이뤄진 것만 해도 부동산 규제 지역 해제(강남 3구ㆍ용산구 제외), 재산세 부담 완화, 중도금 대출 분양가 조건 철폐, 실거주 의무 조건 완화, 전매 제한 완화 등이다. 모두 주택 거래 활성화와 다주택자의 보유 부담을 줄이고 주택 매입의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의 생각대로 급등했던 부동산 가격은 떨어졌을까. 정책 덕분인지 시장의 흐름이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택 가격은 급등을 멈추고 하락세로 전환했다. 2022년 5월 180.3이었던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 지수(한국부동산원)는 2023년 2월 145.7까지 떨어졌다. 집값이 내려갔으니 '내 집 마련'은 더 쉬워져야 한다.
그럼 정책 덕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사람은 얼마나 있을까. 아직까지 명확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유추는 해볼 수 있다. 올해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던 '특례 보금자리론'의 신청 현황을 보면 된다.
한국주택금융공사(HF)에 따르면 3월 31일 기준 특례 보금자리론 신청 금액은 25조6000억원으로, 그중 신규 주택에 사용된 금액 비중은 46.0%였다. 기존 대출을 상환하기 위한 금액은 45.4%에 달했다. 나머지 8.6%는 임차보증금 반환을 위한 대출로 결국 유주택자들이 받았다.
집이 '없었던' 무주택자와 집이 '있었던' 유주택자의 대출 이용 비중을 따져보면 유주택자가 더 많았다는 거다. 특례 보금자리론의 전체 규모는 39조6000억원이다. 대출이 마감되는 연말까지는 아직 반년 넘게 남아있다. 남은 대출을 누가 더 받느냐에 따라 신규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성공 여부를 평가할 수 있다.
■ 민간 공급 성적표 = 주택 보유의 부담이 줄어들고 고금리 시대의 저리 대출까지 지원됐으니 윤 대통령으로선 '규제 완화'만은 약속을 지킨 셈이다. 그 덕에 수요자는 집을 살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하지만 '공급'이 없다면 돈이 많아도 집값은 오르게 된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공급을 틀어막아 가격을 높였다고 비판해 왔다. 주택이 늘어나야 수요를 충당할 수 있다는 논리에 기반한 주장이었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에서는 실제로 공급이 늘었을까.
국토교통부는 주택 공급 통계를 크게 3가지 기준으로 나눈다. 인허가, 착공, 준공이다.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준공 물량은 어느 정도였을까.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준공 물량을 확인했다.
서울은 2만3366호로 전년 동기(2021년 5월~2022년 3월) 대비 43.7% 줄었다. 인천과 경기는 반대였다. 두 지역에서 준공한 아파트는 각각 3만4199호, 10만6782호로 전년 동기 대비 38.2%, 4.4% 늘었다. 어쨌거나 수도권 공급이 늘어난 건 맞다.
다만 고려할 점이 있다. 준공은 보통 인허가 시점으로부터 2년 이상 지나야 이뤄지기 때문에 이제 1년을 넘긴 윤 정부의 영향이라고 보긴 어렵다. 확인해야 할 건 인허가다. 이번 정부에서 계획하는 주택 물량을 가늠할 수 있어서다.
윤 정부 1년차(2022년 5월~2023년 3월)에 이뤄진 인허가 건수를 살펴보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이뤄진 공동주택 인허가는 3만9044건이었다. 아파트는 2만7169건이었고, 흔히 '빌라'라고 불리는 다세대 주택의 인허가는 1만74건이었다.
문재인 정부 5년차(2021년 5월~2022년 3월) 인허가 건수는 총 6만9691건, 아파트 4만4066건, 다세대 2만1050건이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서울 공동주택 인허가는 44.0%, 아파트ㆍ다세대 주택 인허가는 각각 38.3%, 52.14% 줄었다.
인천, 경기도 비슷했다. 인허가가 줄었다는 건 미래의 주택 공급도 함께 줄어든다는 뜻이다. 정부는 분명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말했지만 주요 공급 주체인 민간이 '인허가' 신청 자체를 덜 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 공공 공급 성적표 = 그렇다면 정부가 직접 개입할 수 있는 '공공부문'은 어땠을까. 윤 정부 1년차에 이뤄진 서울 내 공공부문 인허가는 1312건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인 2021년 5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이뤄진 인허가는 3013건이었다. 56.5%가 줄었다.
서울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인천ㆍ경기도 역시 같은 기간으로 비교했을 때 인허가 건수가 각각 81.6%, 81.9% 줄었다. 공공부문의 주택 인허가도 윤 대통령의 포부만큼 활발하지는 않았던 셈이다.
이제 윤 정부는 집권 2년차를 맞았다. 대통령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던 '주택 공급'은 인허가에서만은 이전보다 줄었다. 서울 아파트 준공 건수 역시 이전 정부의 마지막 시기보다 감소했다.
당장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 줄었는데도 서울 아파트 가격은 내려갔다. 윤 대통령이 말하던 '공급'이 집값 안정을 만들어 낸다는 주장과는 결이 다르다. 남은 임기 4년간 윤 대통령은 '공급'의 약속을 완성할 수 있을까.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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