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민간공항의 무안이전’ 백지화…군공항 이전 변곡점 될까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3. 5. 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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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광주시장·김영록 전남지사 2시간 회동…‘광주 군 공항 이전추진 협력’ 약속
김 지사 “민선 7기 당시 이뤄진 광주 민간공항 무안이전 협약은 파기에 다름없어”
민간공항 무안 이전 파기, ‘숨겨진 통큰 결단’…꽉 막힌 군 공항 이전에 변곡점 될까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광주 민간공항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이전 약속이 사실상 백지화됐다. 전남도가 민선 7기에  광주시와 전남도·무안군 3자가 맺은 협약 파기를 공식화하면서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4년 전 광주시와 전남도가 한 상생 약속이 무위로 돌아갔다는 부정적 반응을 내놓았다. 

반면 결이 다른 평가도 나온다. 해당 협약 파기로 광주시와 전남도가 무안 외에 함평 등 이전 후보지에 군공항과 민간공항의 패키지 이전 등 다양한 카드를 손에 쥐게 돼 답보상태인 군 공항 이전에 물꼬를 터줄 계기가 마련됐다는 것이다.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 폐기가 꽉 막힌 군 공항 이전에 변곡점이 될지, 한걸음 나아가 게임체인저가 될지 주목된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이 10일 오후 3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나 2시간 동안 마라톤 회동 후 합의문을 발표하고 있다. 두 사람은 광주 군 공항 이전 후보지 선정 등 추진 과정에 서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시사저널 정성환

김영록 전남지사는 10일 민선 7기 출범 직후 광주시와 전남도, 무안군 사이에 체결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협약' 파기를 공식화 했다. 이날 오후 광주 김대중센터에서 강기정 광주시장과의 회동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자리에서다. 

김 지사는 "2018년 8월 체결한 '광주 민간공항의 무안공항에 이전'을 골자로 한 협약 뒤에 광주가 군 공항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민간공항을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 나와 파기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발표문이 2018년 체결한 무안공항 활성화 협약을 대체한 것이냐 아니면 계승한 것이냐'는 시사저널 취재진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민선 7기 당시 체결한 상생협약이 유명무실해져 효력을 잃고 사실상 파기됐다는 얘기다.   

전날까지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을 강력 촉구한 것과는 180도로 달라진 태도다. 김 지사는 9일 전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민간공항을 무안국제공항으로 옮기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어 "군공항문제가 타결되면 민간공항은 무안국제공항으로 오는 것이 전남도 장기발전에도 타당하고 국가적 계획에도 부합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달 초에도 "통큰 보따리를 내놓아야 통큰 결단을 할 수 있다"며 광주시를 압박했다. 

그랬던 김 지사가 입장을 급변침한 것은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그것도 발표문에 명시하지 않고 별책부록격인 회동 후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밝혀 더욱 그렇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관가 주변에선 추측이 무성하다. 무안 주민들의 강한 반발에 부딪혀 끝내 군 공항의 무안이전이 좌절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라는 것이 대표적이다. 강 시장과 김 지사가 민간 공항 문제는 차후 별도 논의하기로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광주 군공항 이전 추진 관련 광주시-전남도 공동 발표문 ⓒ전남도​

앞서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10일 오후 3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DJ센터)에서 만나 이전 후보지 선정 등 추진 과정에 서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지역의 해묵은 현안 논의를 위해 두 시장·지사가 만난 것은 지난해 7월 28일 광주·전남 상생발전 위원회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 13일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국회통과 후 27일만이다. 강 시장과 김 지사는 양측 기획조정실장, 교통국장까지 모두 6명이 배석한 가운데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동안 비공개 회동 끝에 3가지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공동발표문은 △첫째로 광주시와 전남도는 현장 의견을 청취해 이전 대상지 지원사업을 확정해 함께 발표한다 △군 공항 소음 문제, 이주대책, 지역 발전대책도 협의해 이전 예상 지역에서 설명회와 공청회도 함께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민간 공항 문제는 별도 논의한다 등 세 문장으로 이뤄졌다. 앞의 두가지는 군 공항 이전이고, 나머지 한 가지는 민간공항 이전 사항인데 논의가 뒤로 미뤄져 궁금증을 자아냈다. 

강 시장과 김 지사는 기자 브리핑에서 "여기(합의문)있는 대로 이해해 달라" "(이전 추진을 위해)한마음 한뜻으로 뛰겠다" 등 원론적인 답변만 남겼다. 광주시 관계자는 '민간공항 이전은 별도 논의'라는 발표 내용에 대해 "민간 공항 이전 문제는 차후에 논의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주 공군 제1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T-50 고등훈련기가 이륙하고 있다. ⓒ공군 제1전비

두 단체장은 광주 군공항 이전 특별법 통과 후 장외 설전을 이어온 데다 함평군이 군 공항 유치에 나서면서 신경전을 벌여왔다. 따라서 두 지자체장의 만남에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일부에선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로 '속 빈 강정' '빈손 회동'이었다고 박한 평가를 했다. 구체적인 이전 추진 방향과 이전 대상 지역 인센티브 등과 관련한 내용이 합의문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비록 윤이 덜 나지만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는 시각도 있다. 합의문에 민감한 내용은 담지 않았지만 광주시와 전남도가 이번 만남을 통해 공동 대응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원칙적으로 공감대를 이뤘다는 것이다. 

특히 김 지사가 족쇄처럼 여겨졌던 기존의 민간공항 무안이전 협약을 풀어버린 것은 답보상태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다. 이를 지렛대로 삼아서 기존 지원책과 함께 이전 후보지 주민들에 대한 설득 카드가 풍부해졌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이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나오는 '숨겨진 통큰 결단이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그간 '민간공항의 무안으로 통합한다'는 조항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악재로 작용해 이전사업의 발목을 잡는 한편 지역 갈등의 불씨가 됐다는 지적이다. 광주시는 협약서에 '군 공항은 무안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빠진 데 대해 뒤늦게 아쉬움과 자책감을 금치 못했다는 후문이다. 

2018년 8월 20일 발표된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협약서' ⓒ전남도

실제 민선 7기 시절인 지난 2018년 8월 20일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 김산 무안군수는 '무안국제공항 활성화 협약서'에 서명했다. 문제는 협약문과 발표문에 '광주 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한다'는 조항만 들어 있을 뿐 군 공항 이전은 빠져 있었다는 점이다. 

또, 함께 나온 '광주전남상생발전위원회 발표문'에도 "군공항 이전 문제는 광주 민간공항이 무안국제공항으로 이전한다면 군공항도 전남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공감한다"고만 돼 있다. 군공항의 무안으로의 이전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당시 협약 체결의 한 축을 맡았던 김 지사가 이날 사실상 협약문의 파기를 공식 확인해주면서 강기정 시장의 말을 빌리자면 '전남도의 협조 없이는 1cm도 움직일 수 없다'는 협약의 족쇄와 회한에서 마침내 풀려난 셈이 됐다. 

나아가 교착상태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던 군 공항 이전 문제도 다양한 옵션으로 보다 폭 넓게 논의할 수 있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는 관측이다. 다만, 현재 광주 민간공항은 국가계획에 의해 무안공항으로 옮기도록 돼 있는 관련 규정의 개정 여부가 관건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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