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만 입던 옷” 北 유튜버의 평양 트렌드…행인은 마스크 차림

강소영 2023. 5. 1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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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북한 체제를 선전하는 유튜버 연미가 이번에는 평양 여성들의 봄 패션을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 유튜버 연미가 평양의 패션을 소개하는 영상에 등장했다. (사진=유튜브 캡처)
최근 북한 유튜브 계정으로 추정되는 ‘NEW DPRK’에는 ‘쇼핑을 즐기는 북한 소녀와 함께 올해 최신 패션 트렌드를 발견하세요’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해당 영상은 지난 4일 평양에서 열린 ‘2023년 봄철여성옷전시회’에 연미가 직접 참가하는 모습으로 색색깔의 옷을 착용하고 악세서리 및 화장품을 구매하는 등의 모습들로 연출됐다.

연미는 “요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선 밝은색 원피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며 “많은 원피스 브랜드 중에서도 ‘은하’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은하’는 경공업위원회 소속으로 각종 의류를 제조·수출하는 은하무역국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연미는 도트 무늬 원피스와 실크 소재 옷을 입어보며 “예전에는 부자들만 입을 수 있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그런데 연미가 쇼핑을 하기 위해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 동안 일부 의류나 가방, 신발 등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어 의아함을 자아냈다.

이에 대해 북한 전문가들은 해외 명품 브랜드의 디자인을 베낀 것으로 추정했다.

탈북민 출신인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한 언론에 “북으로 해외 제품을 들여올 땐 공항이나 항구에서부터 상표를 모두 잘라내지만, 디자인 자체로 들어간 로고는 손을 못 댄다. 이런 제품들이 유통된 경우라면 북한의 입장에선 당연히 가려야 했을 것”이라고 봤다.

북한 유튜버 연미가 출연하는 해당 영상에서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 (사진=유튜브 캡처)
‘자력갱생’을 강조해오며 미제 등 서방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해온 북한 입장에서는 대외 선전영상에 해외 로고 브랜드가 등장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

또 눈에 띄는 점은 영상 속에서 연미를 제외한 모든 등장인물이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다. 연미가 옷이나 화장품 등을 둘러볼 때 점원으로 보이는 이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고, 행인들도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영상 속에서 행인들은 모두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거나 어딘가 행동이 부자연스러운 모습이다. 연미 만이 마스크를 벗고 화면을 주시하고 있다.

최 대표는 이러한 장면들이 모두 연출된 것이라는 방증이라고 봤다. 그는 “아무리 평양 시민이라고 해도 전시회를 찾는다거나 자유로운 활동이 쉽진 않다”며 “북한에선 영상 한 장면, 사진 한 컷을 찍기 위해 수십 번에 걸쳐 동선 훈련을 실시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일상적인 움직임마저 훈련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북한의 인권 침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미는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며 북한의 패션뿐 아니라 식생활, 문화 등을 소개한다. 이는 코로나19로 닫힌 북한과 중국 국경이 곧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왔다. 이를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는 한편 체제선전과 대외 홍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제선전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야 하는데 전 세계적인 트렌드인 유튜브를 통해 홍보하는 브이로그(VLOG) 형태로 사람들의 거부감을 줄이려는 의도로 보여진다.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는 이같은 북한의 움직임에 대해 한 언론에 “북한 당국은 우선 한국 대중을 겨냥하고 나아가서는 북미, 유럽, 남미 등 지역의 교포 사회와 외국인까지 겨냥해 북한에 대한 우호적 감정을 심기 위한 것”이라며 “각국 정부, 언론, 국제사회의 북한 관련 평가와 비판에 대한 음모론적 인식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수익창출 여부를 알 수 있는 ‘원시코드’에 따르면 2만 6300명의 구독자를 보여하고 있는 ‘NEW DPRK’ 계정의 수익은 7000달러(약 929만 원)로 추정된다.

2019년 10월 첫 동영상을 게재한 이후 총 조회수는 200만이 넘었다. 그러나 특정 영상 외에는 조회수가 미미해 3년간 계정을 운영하며 벌어들인 수익을 외화벌이 창구로 사용할 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소영 (soyoung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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