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은 ‘스타 IP’...커머스 연결 쉬워 수익성 좋다”

2023. 5. 1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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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우 순이엔티 대표
메가 크리에이터 20명중 10명 소속
틱톡 ‘따라하기’ 챌린지 확산땐 대박
영화·시트콤 여러 콘텐츠 숏폼화 추진

최근 가요계에서는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의 빌보드 ‘깜짝 입성’이 화제가 됐다.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 기획사의 신인 걸그룹이 미국 시장에 전면적으로 등장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 이들의 인기에는 10대들의 숏폼(short-form, 짧은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틱톡’의 공이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국내에서 틱톡 팔로워 1000만명 이상인 ‘메가 크리에이터’를 가장 많이 보유한 순이엔티(SOON ent)의 수장, 박창우 대표를 만나 틱톡의 가능성을 모색했다. 순이엔티는 틱톡의 공식 MCN(공식 다중 채널 네트워크) 파트너사로, 전속 인플루언서 16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이중 연예인을 제외한 국내 메가 크리에이터 20명 중 10명이 순이엔티 소속이다.

박 대표는 원래 공연기획 이벤트를 주로 했다. 프랑스 뮤지컬 ‘레딕스-십계’, 아시아 드라마 어워즈, 두바이 K-CON, 부천국제영화제 개·폐막식,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폐막식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는 “공연기획 사업은 십수명이 몇 달간 일에 매달려 3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구조”라며 “굵직한 문화 행사를 많이 맡았지만, 돈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은 공연기획사를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이에 박 대표는 이미 보유한 콘텐츠 기획력과 연출력을 활용해 다른 사업을 모색했다. 바로 틱톡을 활용한 숏폼 영상 사업이다. 그는 “틱톡이 한국에 론칭됐을 때 숏폼 영상이 다양하지도 않고, 퀄리티도 낮아 틱톡 쪽에서 먼저 좋은 숏폼 동영상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을 했다”고 회상했다.

이때 순이엔티 소속 ‘댄서소나’의 ‘하프앤 하프’ 영상이 대중들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화면을 분할해 두 명의 소나가 춤을 추는 이 영상은 틱톡에서 국내 광고로 활용했을 정도다. 이 영상 하나로 ‘댄서소나’의 틱톡 팔로워는 당시 메가 크리에이터 기준인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 덕분에 다른 틱톡커들도 순이엔티에서 매니지먼트를 받으며 광고를 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샌드박스 등 다른 MCN사들이 롱폼을 중심으로 숏폼을 운영하는 것과 달리 순이엔티는 15초 안팎의 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에만 올인하며 광고, 매니지먼트, 제작, 콘텐츠 기획 등을 하고 있다.

박 대표는 롱폼과 숏폼 차이에 대해 “핸드폰으로 표현할 때, 숏폼은 ‘스타 IP(지적재산권)’, 롱폼은 ‘콘텐츠 IP’라고 한다”며 “틱톡 같은 숏폼은 세로로 봐 주인공 밖에 보이지 않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같은 롱폼은 화면을 가로로 봐 주인공 뿐 아니라 스토리, 배경 등도 함께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숏폼 위주의 틱톡은 ‘원정맨’, ‘창하’ 등 계정에 사람 이름을 붙이지만, 유튜브 등 롱폼은 ‘흔한 남매’, ‘피식대학’, ‘너덜트’, ‘숏박스’ 등 캐릭터나 부캐, 성격 창조 등으로 이름을 짓는다.

박 대표는 숏폼의 장점으로 커머스에 연결이 쉬워 수익성이 좋다는 점을 들었다. 특히 챌린지(따라하기)가 확산되면 제작사의 수익은 어마어마해진다. 그는 “(특정 콘텐츠를) 따라하면 다른 곳에선 표절이라고 하지만, 틱톡은 ‘따라하기’자체가 문화”라며 “챌린지가 스타 IP와 접목되면 대박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가령 인플루언서 리나대장이 예쁜 모자를 쓰고 춤을 추는 영상을 따라할 때 기왕이면 그 모자 쓰고 춤을 추게 돼 판매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이런 틱톡의 매커니즘을 음원 사업에도 접목시키고 있다. 최근 숏폼 콘텐츠가 가수들의 음원 순위를 결정짓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음악에서 숏폼 프로모션의 비중이 높아졌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빌보드 핫100 차트에 입성한 신인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다. 이들은 외국 틱톡 유저가 올린 ‘큐피드’의 ‘스페드 업’(원곡의 속도를 130~150% 올린 2차 창작물) 버전이 주목을 받아 인기를 얻었다. 레이디가가도 지난 2011년 발표한 ‘블러드 메리’의 스페드 업 버전이 인기를 끌면서 차트를 역주행했다.

그는 “음원을 디지털로 찍어내는 시대에 어느 때보다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바이러스 전염처럼 소문이나 여론을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며 “그런 홍보의 툴로 틱톡 숏폼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특히 틱톡은 글로벌 플랫폼이다 보니 국내에서 잘되면 해외 시장에도 자연스럽게 알려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제작 비용 역시 ‘가성비’가 높다. 틱톡은 길이가 15초 안팎이다 보니 뮤직비디오와 같은 롱폼 콘텐츠보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여기에 노래가 완성되기 전에 대중들의 반응도 알아볼 수 있어 ‘1석2조’다. 그는 “세계적인 팝스타 찰리 푸스도 틱톡에서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다 보여주고, 댓글에서 반응이 좋으면 만들어 올린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숏폼은 특정 국가나 지역에 강세를 보이는 크리에이터를 활용하면 유연한 마케팅이 가능하다. 그는 “소속 크리에이터 중 키카킴은 카자흐스탄 팔로워가 3440만명이고, 케지민 팔로워의 60%가 인도네시아인일 정도로 각각 인기있는 국가가 다르다”며 “특정 국가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이 ‘타깃 마케팅’을 하기가 좋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숏폼 콘텐츠의 장점이 다양해지면서 구글과 인스타그램 등도 숏폼 파트를 강화시키는 추세다. 박 대표 역시 이같은 숏폼의 매커니즘을 활용해 영화, 드라마, 다큐, 옴부즈맨 등 여러 콘텐츠를 숏폼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MCN사업본부와 콘텐츠 제작부 등 기존 부서는 물론, 지난해 설립된 해외사업본부가 자리를 잡으면서 기틀이 다져졌다”며 “필름케이에서 숏폼 영화를 만들고 있고, 수니버스에서 시트콤 예능을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서병기 선임기자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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