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디’ 장동윤, “‘찐사랑’은 디지털보다 아날로그죠”[SS인터뷰]

조은별 2023. 5. 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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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동윤. 제공|트웰브져니


[스포츠서울 | 조은별기자] 영화 ‘접속’(1997) 이후 26년. 강산이 두 번 하고 절반 정도 변해가는 동안 온라인을 통한 연애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접속’이 PC통신과 홈쇼핑이라는 당시 최신문물(?)을 십분 활용한 연애담을 그렸다면 10일 개봉한 영화 ‘롱디’는 한층 진화된 디지털 문물로 장거리 연애를 이어가는 5년차 연인의 이야기를 표현했다.

‘롱디’(임재완 감독)의 두 주인공 도하(장동윤 분)와 태인(박유나 분)의 연애는 특별하다. 몸이 멀어진 두 사람은 휴대전화, 노트북, 태블릿PC 등 다양한 디지털 기기로 안부를 전한다.

카카오톡으로 매일 일상을 전하는 건 기본,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영상통화를 즐긴다. 상대의 근황을 알기 위해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지인들의 일상을 염탐하기도 한다.

영화는 이같은 디지털 연애를 ‘스크린라이프’ 형태로 펼쳐놓았다. 관객의 시선은 도하가 클릭하는 노트북 속 카카오톡이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메신저를 따라간다. 그러다 보니 실제 촬영 역시 자연스럽게 ‘언택트’로 진행됐다. 2020년부터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한 감염병 시대 최적화된 연애이자 촬영이기도 하다.

자동차대리점 영업사원으로 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도하 역을 연기한 배우 장동윤(31)은 “다른 영화와 달리 실제 타인의 개인채널을 보는 느낌이 들게 하려고 고민했다”라며 “평소 같으면 상대와 눈을 마주치고 호흡을 맞추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때로 내가 카메라에 어떻게 담기는지 모른 채 촬영하니 걱정이 컸다. 상대역인 박유나, 고건한과 촬영 전 영상통화 연습을 하며 호흡을 맞췄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장동윤의 걱정과 달리 ‘롱디’는 20대의 스마트한 디지털 연애를 스크린에 풀어놓으며 색다른 재미를 안긴다. 장동윤은 “기술적인 한계로 일부 장면은 ‘고프로’(미국 액션캠 브랜드)로 촬영하기도 했다. ‘롱디’는 이런 날 것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는 점에서 장점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영화 ‘롱디’의 한장면 . 제공|트웰브져니


극중 도하는 초등학교 동창 제임스한(고건한)이 주최한 파티에 갔다가 ‘몰카’에 당해 연인 태인의 오해를 산다. 자극적인 ‘몰카’를 찍은 범인을 잡기 위해 유튜브 속 영상을 샅샅이 뒤져 문제의 인물을 찾아내는 것도 인상적이다.

눈썰미가 좋지 않은 이라면 어려울 법하지만 장동윤은 “요즘 누리꾼들 사이에서 그 정도는 초보 수준이라고 한다”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문물의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는 영화 속 도하와 달리 정작 장동윤 자신은 개인 소셜 채널을 전혀 운영하지 않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용한 개인 채널은 학창시절 유행한 싸이월드 미니홈피다.

“개인 채널은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잘 활용하면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는 소통과 홍보수단이 되지만 의도치 않게 설화를 빚을 수도 있다. 내가 보여주고 싶지 않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나는 그런 리스크를 감당할 자신이 없다. 개인채널을 적극적으로 잘 활용하는 분들을 존경한다.”


사랑에 있어서 ‘아날로그’ 방식을 선호하는 것도 도하와 차이점이다. 장동윤은 “디지털은 접근성이 좋지만 사랑이 깊어지려면 아날로그 방식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접점이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세태가 변하고 문명의 이기를 편리하게 사용한다 하더라도 남녀 간 사랑의 본질은 같다. 영화는 서로 사랑하지만 작은 오해가 갈등의 불씨를 마련하는 ‘화성에서 온 남자’와 ‘금성에서 온 여자’의 차이점에 대해서 세심하게 짚는다.

디지털 문물을 이용해도 해명을 위해 직접 만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남자, 자신의 힘든 속내를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여자의 엇갈리는 시선을 포착한다.

“도하와 태인이가 싸우는 것도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인데 의사소통 방법과 표현방식의 차이로 갈등을 빚게 된다. 현실의 장동윤은 이성적인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편이다. 남녀의 애정 관계 뿐만 아니라 업무 역시 감정보다 이성을 앞세운다.”

영화 속에서 떠난 연인 태인을 그리워하며 목 놓아 서글피 울던 도하와는 사뭇 다른 냉철함이 보인다. 하지만 이런 모습과 달리 ‘애늙은이’ 다운 모습도 보인다. 그는 “배우에게는 몸이 재산이라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해 운동을 한다. 등산이나 마라톤을 하면 무릎 연골이 닳는다고 해서 피한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얼마 전 KBS2 드라마 ‘오아시스’를 통해 안방 시청자들에게도 인사를 전했던 장동윤은 차기작인 드라마 ‘모래에도 꽃이 핀다’에서 씨름선수로 변신한다. 극 중 왕년의 씨름 신동 김백두를 연기한다.

유난히 얼굴이 작고 뽀얘 유약한 느낌의 장동윤은 “씨름선수처럼 보이기 위해 몸을 키우고 있지만 건강에 무리가 가는 운동은 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mulga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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