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미 ‘타임’ 표지 선정…“군사대국화를 바란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미국 시사잡지 타임의 다음 호 표지 인물로 선정됐다. 타임은 ‘일본의 선택’이란 제목과 함께 기시다 총리가 “오랜 평화주의를 버리고 자국을 진정한 군사대국으로 만들려 한다”고 10일(현지시간) 소개했다. 기시다 총리가 표지를 장식한 타임의 다음 호는 오는 12일 발매된다.
타임은 기시다 총리가 방위비를 증액해 일본을 “세계 3위 경제대국에 맞는 군사적 영향력을 가진 나라로 만들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중국, 러시아, 북한 등에 맞서기 위해 민주주의 국가의 단결을 도모한다고 설명했다.
타임은 기시다 총리가 지난해 12월 각의에서 안보 3문서 개정을 단행하고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늘리기로 결정한 것을 전하며 이는 지난해 7월 선거 유세 도중 암살된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오랫동안 추진해왔던 것이라고 했다.
타임은 전쟁을 금지하는 평화 헌법을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 재무장에 대한 논란이 없는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재무장 반대파는 일본의 군비 증강이 불안정한 지역 안보 상황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타임은 일본이 방위비 증액의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수 있을 지도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정부 부채 비율이 미국의 두배인데다, 외교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타임은 근본적으로 기시다 총리가 강조하는 ‘핵무기 없는 세상’과 ‘방위력 강화’가 서로 충돌해 모순된다는 의견도 소개했다. 세계 2차대전 당시 원폭 피해를 입은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민간인 집단학살이 벌어진 우크라이나 부차를 직접 방문해 부차가 히로시마와 닮은꼴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친척 중에 실제 원폭 피해자가 있고, 어린 시절 그 참혹함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자랐다고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나에게 핵전쟁은 큰 충격이었다”며 “나는 G7 정상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거듭된 핵전쟁 위협 속에 도사리고 있는 진정한 공포를 알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히로시마 정상회의의) 유일한 목표는 히로시마와 같은 비극이 다시 일어나는 일을 막는 것”이라며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타임은 기시다 총리가 G7 회담의 초점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맞춰졌다고 하는 것은 솔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임은 기시다 총리가 “우크라이나가 아시아의 문제이기도 한 것처럼 대만도 유럽의 문제”라고 강조하면서 대만 문제에 유럽을 끌어들이려 한다고 분석했다.
타임은 기시다 총리 인터뷰가 지난달 2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이뤄졌다고 전했다. 람 에마뉘엘 주일미국대사는 트위터에 “기시다 총리가 외교 등으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며 “표지를 장식해 축하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등과 함께 지난 4월 이 잡지가 발표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명’ 중 한 명으로도 선정됐다.
기시다 총리는 같은 날 공개된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서 자신이 내세우는 ‘신시대 리얼리즘 외교’와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는 정치적 책임이라며 “평화국가로서의 자세는 변하지 않는다는 점을 자세히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미국과의 확장 억제와 관계 개선을 추진 중인 한국과의 안보협력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며 “한미일 3국 협력으로 동아시아의 군사 균형을 깨지 않으며 억지력을 유지하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담에 인도를 초청하고 오는 12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교류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 정상회담을 개최할 방침이라면서 “G7의 틀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를 포함한 폭넓은 세계와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특히 “아세안과는 특히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관계를 강화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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