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정부 화답하나 'K반도체 중국생산, 긍정 시그널 나와'
최종발표 전까진 협상력 발휘해야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에 대해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도입을 위한 별도 기준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0월 유예조치가 만료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숨통이 일부 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해당 통제 조치를 1년 단위로 유예 적용받으면 기업의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지는데 이를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실현 여부다. 때문에 미국측 행보를 더욱 신중히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입장을 아직 언급하지 않았을뿐만 아니라 유예 시한을 없애는 대신 한층 강화된 규제를 꺼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1년 유예조치’ 폐지 가능성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대(對) 중국 기술 통제를 유지하되 한국 기업이 중국 내 첨단 반도체 장비를 도입할 수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은 기존 ‘1년씩의 유예조치’를 없애는 대신 대중 수출 반도체 장비의 기술 수준에 제한을 두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오는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한 대중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유예가 연장되고, 특정 기술 수준 이하 장비 반입은 상무부의 별도 심사 없이 중국 공장에 들일 수 있게 된다.
이는 한국 기업에 대한 대중 면책 규정을 두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요청해온 한국 정부의 협상이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평가다.
앞서 미국정부는 지난해 10월 미국 기업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했다. 구체적으로 △16나노미터(㎚) 이하 시스템 반도체 칩 △18㎚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생산 가능 장비가 대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중국에 생산 거점을 둔 한국 기업들은 1년 한시적 유예조치를 받았다. 오는 9월말 유예가 종료되면 수조원이 투자된 중국 반도체 생산 라인이 큰 피해를 보게 될 처지였다. 이에 한국 정부는 기업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기간 제한이 없는 별도 기준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우리 기업들의 불확실성 차원에서 수출통제가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 제기해왔다”며 “미국 정부도 이를 잘 알고 한국 정부와 긴밀히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반색하고 있다. 별도 조치가 마련되면 중국 공장의 장비 업그레이드가 수월해져 중국 내 생산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생산량의 40%를 중국 시안 공장에서,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량의 40%를 중국 우시 공장에서 만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반도체 기업의 주요 생산시설 중 일부가 중국에 있는 만큼 지금 전해지는 방향대로 별도 조치가 마련되면 기업 경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뻐하기엔 시기상조, 예의주시해야”
다만 해당 논의가 공식화되기 전까지 '일희일비는 시기상조'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상무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기술 수준과 형식으로 별도 기준을 만들지 정해지지 않았고, 유예조치 폐지도 장담하기 이르기 때문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반도체전문연구원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유예 기간 종료가 오는 10월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러한 얘기가 흘러나오는 시점치곤 비교적 이르다고 판단된다”며 “미국 정부가 공식 견해를 밝히기 전 언론 플레이를 통해 여론을 확인하려는 것일 수도 있기에 의도를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에 정부의 협상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경기 저점과 대중 수출통제 유예 종료 기간이 겹치기 때문에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10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2~3분기가 반도체 경기 저점일 것으로 분석했다. 반도체 수요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컴퓨터·모바일 기기의 교체 주기를 기반으로 진단한 결과다.
조가람 KDI 경제전망실 연구위원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기기의 수요 상승을 고려한다면 내년 중반경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 수 있으나 내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정확한 언급은 힘들다”며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크게 노출돼 있기에 산업·통상·외교적 리더십을 발휘해 관련 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보고서는 반도체 경기 부진은 수출뿐만 아니라 소득 경로를 통해 내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 물량이 10% 줄어들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0.78%, 반도체 가격이 20% 하락하면 GDP는 0.15% 감소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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