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과 녹차와 와사비의 절묘한 결합…일본 시즈오카

윤난슬 기자 2023. 5. 11.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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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구름과 어우러진 '후지산' 전경
최상의 품질·맛 자랑하는 '녹차'
세계농업유산 등재된 '와사비'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후지산.

[전주=뉴시스] 윤난슬 기자 = 후지산과 녹차의 고장인 시즈오카현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지가 곳곳에 숨어 있어 일본의 다양한 여행지 중 가장 '핫'한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곳이다.

특히 후지산 전경을 어디서나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시즈오카는 품질 좋기로 소문난 녹차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또 태평양이 보이는 온천과 철도 등 '일본'하면 떠올릴 수 있는 여러 상징을 보고 즐길 수 있는 데다 산과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가 풍성해 음식 맛이 좋기로도 소문난 곳이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세가 완화되면서 시즈오카 후지산 공항이 3년 만에 운항을 재개했으며,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약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등 교통 측면에서도 큰 불편함이 없다.

소도시라서 여행하기 힘들 것으로 생각하지만, 시즈오카현 전역을 연결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다. 시내에서 근교까지 촘촘히 연결한 JR과 시내버스, 여기에 여행지와 스타일에 맞게 교통패스 상품도 나와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

중국 청두시·메이저우시, 전주와 함께 '2023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시즈오카를 3박4일간 일정으로 둘러봤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후지산 세계유산센터.

◇세계문화유산 등재된 '후지산'…후지산 세계유산센터서 유사 등산 체험도

시즈오카는 후지산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시즈오카현의 대표적 관광명소인 후지산은 오랜 기간 분화 활동을 거쳐 만들어진 일본 최고 명산이다.

탁 트인 구릉지대에 홀로 우뚝 솟은 후지산은 세계적인 미산(美山)으로, 원뿔형의 유려하고 극적인 산세와 마치 고깔을 쓴 듯한 새하얀 만년설은 장엄하다.

'후지산(富士山)'이란 이름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산이라는 의미의 '후지야마(不二山)'에서 비롯됐다는 설도 있고 끝도 없는 커다란 규모의 산을 뜻하는 '후지노야마(不盡山)'와 죽지 않는다는 뜻의 '후지(不死)'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높이 3776m로 일본에서 가장 높고 산 정상 화구는 지름 약 700m, 깊이 약 240m에 달해 수많은 예술 작품의 소재로도 활용됐다. 실제 일본의 전통 목판화인 '우키요에'에도 후지산이 나온다. 이에 민간 신앙의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후지산 속살을 보려면 등산이 제격이다. 등산로는 4가지 코스가 일반적인데, 눈이 녹은 상태나 기후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후지산 세계유산센터 내부.


이 중 후지노미야 코스는 정상까지 일직선이고 거리가 짧지만 급경사 위주로 1박2일 코스로 가는 것이 좋다. 비교적 거리가 긴 고텐바 코스는 하산길로 인기가 높고, 스바시리 코스에선 누구나 등산하기 좋은 난이도에 고산 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 요시다 코스는 교통이 편리하고 산장과 대피소가 잘 정비돼 있어 가장 많은 등산객이 이용하고 있다. 다만 매년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만 오를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후지산을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후지노미야시에 있는 '후지산 세계유산센터'를 가 볼 것을 권한다. 2017년 12월 개관한 이 센터는 후지산의 역사와 문화, 자연 등을 다각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전시동, 북동, 서동의 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의 전시동은 '후지 노송나무'로 만든 나무 격자로 덮인 역원추형의 독특한 형상의 건물로 내부의 나선형 경사로 벽면에 후지산 등산로가 투영돼 방문객들이 풍경을 즐기며 감상할 수 있다.

입장한 후 첫 전시는 '등배(登拜: 신앙심을 갖고 겸허한 마음으로 오르는 일)하는 산'으로, 역원추형 전시동 안쪽을 따라 설치된 193m의 나선 슬로프를 상층계로 갈 때마다 해발이 높은 영상으로 바뀐다. 벽면에 비친 후지산 등산객의 시선 영상을 보면서 올라가기 때문에 시즈오카현의 특징인 바다에서 시작하는 후지산 등산을 유사 체험할 수 있다.

각 영상은 아침부터 밤까지의 하루가 표현돼 있어 여러 시간대의 후지산을 마주할 수 있고, 영상 사이에는 자신의 그림자가 등산객의 그림자와 함께 등반하는 것처럼 보여 마치 직접 등산하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나선 슬로프를 다 올라가면 '전망홀'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가로막는 장애물 없이 탁 트인 후지산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후지노쿠니 뮤지엄 앞에 있는 녹차밭.


◇품질 좋은 녹차 향에 '흠뻑'…와사비, 검은 어묵도 '별미'

자타공인 '녹차 왕국'인 일본에서도 시즈오카는 일본 내 녹차 생산량의 45%를 차지하는 최대 녹차 생산지다. 양뿐만 아니라 품질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즈오카가 차의 고장이 된 것은 메이지 유신 이후 직업을 잃은 사무라이들이 차밭을 일구기 시작한 이후부터다.

이는 차 재배에 적합한 따뜻한 햇살과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 후지산 만년설이 녹은 맑고 깨끗한 물이 깊고 그윽한 맛을 빚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즈오카에는 관광명소로 자리 잡은 녹차 다원이 곳곳에 숨어 있다. 드넓은 차밭은 아름다운 풍광을 그려내 눈을 즐겁게 한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후지노쿠니 뮤지엄 내 정원.


특히 시즈오카의 중부지역 시마다시에 위치한 3층 규모의 '후지노쿠니 차노미야코 뮤지엄'을 통해 녹차 문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은 일본 최대 다원인 마키노하라가 있으며, 일본 차부터 세계의 차까지 소개하는 박물관 외에도 일본 정원과 다실이 있다.

뮤지엄 1층은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는 '다실'로 연결된다. 이곳은 에도 시대의 다이묘이자 차를 사랑한 것으로 알려진 고보리 마사카즈가 꾸민 다실을 복원한 곳이다. 다실 내부는 서원, 다도 체험실, 코마(작은 다실) 등의 여러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다실 현관의 티켓 자동판매기에서 티켓 구입한 후 다도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어 2층에는 '일본의 차, 시즈오카의 차'에 대한 전시를 통해 시즈오카 각지에서 나는 차의 종류가 시즈오카 지도를 통해 나타나 있다. 여기에서는 찻잎을 만져보는 등 시즈오카 각지의 차를 직접 느껴볼 수 있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후지노쿠니 뮤지엄.


또 '차와 건강'이라는 코너에서는 차의 효능을 체험할 수 있는 코너로 디지털 화면 앞에 서서 본인의 몸에서 신경 쓰이는 부분에 관련된 차의 효능을 알려주고 추천하는 차와 차를 우리는 방법 등을 조언해 준다.

3층은 '세계의 차'에 대해 소개하고 있으며, 다양한 나라의 차 우리는 방법이나 마시는 방법을 시연해 나라별 차 문화를 알 수 있도록 꾸민 공간이다. 또 찻잎뿐만 아니라 차가 우러났을 때의 수색(水色)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찻잎 따기 체험은 물론 녹차를 만들고 우려내는 과정을 체험할 수 있어 소규모 수학여행단과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찾으면 좋다.

또 녹차로 만든 음료를 비롯해 과자, 아이스크림 등 녹차 관련 상품이 다양하게 준비돼 있어 녹차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천국이나 다름없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아오바 오뎅가이.

이와 함께 시즈오카는 연근해의 생선을 이용한 어묵으로도 유명하다. 시즈오카의 색다른 맛인 '구로 오뎅(검은 어묵)'은 고등어, 전갱이, 멸치 등 등 푸른 생선의 뼈까지 모두 사용한다. 일반 어묵에 비해 훨씬 더 맛이 깊고 독특한 풍미가 있으며 씹는 맛이 있다.

마를 함께 넣어 만든 '구로 한펜'도 유명하다. 마가 들어가 탱글탱글하기 보다는 부드럽지만, 사각거리는 식감이 느껴진다. 구로 한펜은 튀겨 먹는 것도 묘미다. 튀겼을 땐 크로켓과 비슷한 맛이 난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일본 오뎅과 구로 한펜 튀김.


시즈오카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어묵을 먹으려면 어묵을 취급하는 작은 선술집들이 모여 있는 '아오바 오뎅가이'를 가면 된다. 이곳은 유명 예능프로그램인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시언씨가 다녀가면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국의 포장마차 분위기와 비슷하며 특유의 붉은 조명 때문에 주변에 특별한 건물이 없어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분위기로 일본 소도시의 매력을 두 배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와사비.


또 시즈오카는 와사비 생산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와사비는 일본 각지에서 자생하던 식물이지만, 처음으로 와사비를 재배한 곳이 바로 시즈오카현이기 때문이다.

와사비는 깨끗한 물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시즈오카는 후지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과 낮은 수온 덕택에 까다로운 조건에도 와사비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맑은 물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계속 흘러내리도록 하기 위해 고안된 경사가 심한 계단식(다다이미시 방식) 밭에서 와사비를 재배하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일본 내 소비량의 60%가 생산되고 있으며, 고유한 농업기술과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에는 세계농업유산으로 지정된 바 있다.

품질 좋은 와사비 제품을 구입하려면 시즈오카역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와사비 전문점을 방문하면 된다. 생 와사비부터 와사비 후리카케, 소금, 김, 과자, 장아찌, 드레싱, 초콜릿 등 종류가 다양한 데다 대부분 시식이 가능해 입맛에 맞는지 확인한 후 살 수 있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후지 다카사고주조.


◇한번쯤 가볼만한 곳…후지 다카사고주조·반다이 하비센터·슨푸 공방 타쿠미슈쿠

후지 다카사고주조는 시즈오카현을 대표하는 니혼슈인 다카사고를 만드는 사케 양조장이다. 1830년대부터 도정한 쌀을 이용해 술을 만들어 온 양조장으로, 양조 공장과 주류 숙성 창고 등을 둘러보며 '일본주'의 제조 과정을 엿볼 수 있다.

당시 사용하던 도구와 술에 관한 기록이 잘 보존돼 있으며,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술을 만드는 과정을 상세히 살펴볼 수 있다. 모든 설명이 끝난 뒤에는 직접 제조한 술을 맛볼 수 있는 시간도 주어진다. 또 양조장 바로 옆에 위치한 기념품 판매점을 통해 시음했던 술 등을 구매할 수 있다. 이곳은 홈페이지를 통해 미리 신청하면 견학탐방(1인도 가능)이 가능하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반다이 하비센터.


애니메이션 및 프라모델 애호가들의 성지순례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 바로 시즈오카다.

시즈오카에는 1980년부터 4억 개가 넘는 건프라 제품을 생산한 일본 대표 프라모델 기업 '반다이 하비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시즈오카시의 프라모델 출하액수는 일본 전국의 80% 점유율(전국 1위)을 자랑한다.

이곳은 '반다이 스피리츠'의 프라모델 제조 거점으로, 건프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 프라모델의 생산과 기획, 개발, 설계 등 전반적인 과정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지속가능성 노력의 하나로 인기 만화 시리즈 '기동전사 건담'을 기반으로 한 프라모델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시행 중이다.

2006년 4월부터는 방문한 건프라 마니아들을 위해 프라모델 공정 과정과 최신 설비, 다양한 프라모델을 볼 수 있는 견학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투어는 센터 소개를 시작으로 비디오 시청, 시설 견학 등으로 이뤄진다. 약 90분 정도다.

[일본=뉴시스]윤난슬 기자 = 슨푸 공방 타쿠미슈쿠서 진행되는 스루가 다케센스지 세공 모습.


마지막으로 가볼 곳은 일본 최대 규모의 전통공예 체험시설인 '슨푸 공방 타쿠미슈쿠'다. 녹음이 우거진 산에 둘러싸인 곳에 자리한 이곳은 3개의 공방, 갤러리, 카페 등으로 구성돼 있다. 중앙 정원에는 각종 오브제가 설치돼 있어 눈길을 끈다.

죽세공의 소박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스루가 다케센스지(대나무) 세공을 비롯해 염직물(갈색 염색, 쪽 염색), 도예, 목공, 칠기 등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전시품 또는 책자에서 만들고 싶은 작품을 고르면 만들기 체험이 시작되고 약 30~90분 정도 소요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yns465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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