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새 초교 4곳 신설한 일본 ‘기적의 도시’… 비결은 ‘보육 스테이션’[문화미래리포트 2023]
(3) 정책 실기 中… 해법 찾는 日 - 지바현 나가레야마 르포
도쿄 출퇴근 기차역서 아이 픽업
셔틀버스 태워 보육원으로 연계
인구 20년새 16만서 21만으로
합계출산율 1.56명…최고 수준
다른 지자체는 저출산·고령화
출산축하금·쿠폰 등 대책 분주
나가레야마 = 글·사진 김선영 기자 sun2@munhwa.com
일본 도쿄(東京) 도심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위성도시인 지바(千葉)현 나가레야마(流山)시는 최근 6년간 일본에서 가장 높은 인구 증가율을 달성한 도시다. 지난달 24일 쓰쿠바(筑波) 익스프레스를 타고 나가레야마오타카노모리(流山おおたかの森)역에 내린 기자를 맞이한 건 역 앞 공원을 뛰어다니며 깔깔거리는 어린이들의 웃음소리였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은 1.30명(2021년 기준)으로 떨어졌고, 2070년에는 인구의 30%가 줄어들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었다. 나가레야마시는 10년간 0∼4세 아동이 3000명 이상 증가해 초등학교 4곳을 신설하는 등 저출산·고령화 시대에 보기 드문 ‘기적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나가레야마시 신의 한 수 ‘보육 스테이션’ = 나가레야마시의 인구 증가 비법은 ‘보육 스테이션’으로 대표되는 육아 지원 정책에 있다. 나가레야마시는 2007년 전부터 도쿄로 출퇴근할 수 있는 급행열차인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통과하는 나가레야마오타카노모리역과 미나미나가레야마(南流山)역에 ‘보육 스테이션’을 설치·운영 중이다. 부모들이 출근 시간에 맞춰 오전 8시까지 ‘보육 스테이션’에 자녀들을 데려오면 시에서 자체적으로 5개의 셔틀버스 노선을 만들어 아동들을 각지에 있는 보육원으로 보낸다. 오후 5시쯤 셔틀버스가 아이들을 다시 ‘보육 스테이션’으로 데리고 오면, 퇴근한 부모들이 오후 6시에 자녀들을 데리고 귀가하게 된다. 다케나카 히로타카(竹中大剛) 나가레야마시 어린이가정부 부장은 “처음 나가레야마시에 도쿄행 급행 역이 생긴다는 계획이 나온 뒤 ‘안심하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마을을 만들자’고 마음먹고 도시 계획을 세웠다”고 설명했다.
보육 스테이션의 효과는 젊은 층 인구 유입으로 나타났다. 4살 난 둘째 아들을 키우는 이시바시 도모미(石橋智美)는 “첫째는 초등학교 5학년인데, 어릴 적 양육이 너무 어려웠었다. 하지만 나가레야마시엔 보육 스테이션이 있으니까 안심하고 둘째 육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아이를 키우는 36세 여성 다나하시 유키(棚橋夕起)는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나가레야마시로 이사를 왔다. 다나하시는 “당장 도쿄로 출퇴근을 해야 하는데, 우리 부부 둘 다 지방 출신이라 아기를 키워줄 사람이 없었다”며 “‘보육 스테이션’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니 출퇴근 걱정이 없어졌다”고 밝혔다.
나가레야마시는 젊은 세대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2004년 마케팅과를 신설해 ‘어머니가 된다면, 나가레야마시’ ‘아버지가 된다면, 나가레야마시’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육아 지원책을 홍보했다. 15년간 육아 지원책에 집중한 결과, 나가레야마시 인구는 2003년 16만7000명에서 21만 명(4월 17일 기준)까지 급증했다. 특히 나가레야마시 인구에서 30∼4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0%로 고령 세대보다 젊은 인구가 더 많다. 이러한 젊은 인구 유입은 출산율 상승으로 나타났다. 나가레야마시의 합계출산율(2021년)은 1.56명으로 일본 전국 평균(1.30명)을 웃돌고 있다.
◇저출산에 각 지방자치단체들 각종 대책 마련 쏟아내 =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저출산으로 인해 2070년에 일본 인구가 2020년보다 30%가량 적은 87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저출산·고령화 위기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내각은 각 지자체에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도쿄 지자체 23구는 출산축하금이나 쿠폰, 입학 지원금, 10㎏ 쌀 쿠폰을 제공하고 있다. 도쿄 신주쿠(新宿)구는 공립·사립 불문하고 초·중학교에 입학하는 아동 학생에게 자체 축하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관련 재원을 올해 예산안에 편성했다. 도쿄의 대표적 부촌인 미나토(港)구는 ‘출산 비용 제로’를 목표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출산비(42만 엔)에 추가 지원비를 책정해 아이 1명을 낳을 때마다 총 70만 엔(약 673만 원) 정도의 출산 비용을 지원한다. 또 보육 기관 확대에 집중 투자해 대기 인원을 ‘0명’으로 만들었다. 자금이 많지 않은 지방에서는 실물 지원책도 내놓고 있다. 나가사키(長崎)현은 아이 1인당 10㎏ 상당(5000엔)의 쌀 쿠폰을 나눠준다. 홋카이도(北海道)는 가구당 쌀 쿠폰과 우유 교환권을 총 8000엔어치 배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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