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도 양육비 부담에 ‘출산 양극화’… 신생아수 6년새 ‘반토막’[문화미래리포트 2023]
( 3 ) 정책 실기 中… 해법 찾는 日
中 양육비 1인당 GDP의 6.9배
한국 7.8배에 이어 세계 두번째
한자녀정책때 1.8명이던 출산율
3자녀 허용에도 1.2명으로 하락
보조금 등 다양한 정책도 힘못써
고급 산부인과만 부자 문전성시
베이징 = 글·사진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지난 8일 오후 베이징(北京)의 한 고급 종합병원 산부인과. 진료 예약을 문의하자 수일 동안의 일정이 꽉 차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1회 출산에 최소 10만 위안(약 1900만 원) 가까이하는 고가의 진료비에도 아이를 낳고자 하는 중국인들이 계속 몰리고 있는 것. 여기에 약 28일간의 산후조리원 비용 또한 적게는 10만 위안, 많게는 수십만 위안을 호가한다. 한 중국 의료계 관계자는 “중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점점 줄고 있지만, 낳는 사람들은 황제처럼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중국의 현실”이라며 “부자들은 돈을 아끼지 않고 아이를 낳고자 한다”고 말했다. 출산에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 부담과 제도적 지원 미비에 출산 양극화 = 중국이 ‘1자녀 정책’을 포기하고 3자녀까지 허용하며 인구 부양에 나서고 있지만, 중국 내에서 출산은 ‘부자들을 위한’ 행사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부유한 산부인과 시설은 호황이지만, 일반 서민들을 위한 산부인과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 중산층 이하는 출산할 병원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부에 따른 격차는 양육에서도 이어진다. 4월 2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세 살 아들의 유치원 입학을 위해 6000위안을 들여 7개월 만에 소수 원아만 다닐 수 있는 사립 유치원을 세운 중국 남성이 웨이보(微博) 등 현지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중국의 인구·공공정책 연구기관인 위와(育媧)인구연구소는 중국에서 18세까지 자녀를 기르는 데 드는 비용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6.9배로 한국(7.79배)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자녀를 한 명 낳아 17세까지 기르는 데 48만5000위안이 들며, 대학 졸업까지는 62만7000위안이 든다는 것이다. 도농 격차도 극심해 중국 도시에서 자녀를 17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은 63만 위안으로 농촌의 두 배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은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1자녀 정책을 실시하던 2012년 출산율은 1.8명이었던 데 비해 3자녀가 허용된 후인 2022년에는 1.2명까지 떨어졌다. 또 신생아 수도 2자녀 정책이 시작된 2016년 1883만 명에서 3자녀가 허용된 후인 2022년 956만 명으로 6년 새 반 토막이 났다. 인구 감소 속에 중국은 ‘세계 최대 인구 대국’ 타이틀도 빼앗겼다. 유엔 경제사회국(DESA)은 “4월 말 인도 인구는 14억2577만5850명으로 예상된다”며 “중국과 비슷하거나 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중국 유명 인구전문가 허야푸(何亞福)는 SCMP에 “인구 감소가 2022년 시작되면서 중국이 이제 인구성장을 보지 못하리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인구 감소세를 되돌릴 수 있다는 희망은 없다”고 지적했다.
◇인구 부양 위한 다양한 제안, 실효성은 여전히 의문 = 중국 당국은 인구 증가를 위한 정책 추진을 촉구하고 있고, 지방 정부도 다양한 인구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광저우(廣州)시 위생건강위원회는 3월 1일부터 부모 육아 휴가·한 자녀 돌봄 휴가와 탁아서비스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 ‘인구 및 계획출산 우대 규정’을 발표했다. 선전(深圳)시 당국은 ‘육아 보조금 관리방법’을 내놓고 의견을 수렴 중이다. 이에 따르면 첫 자녀 출산 가정에는 일시금으로 3000위안이 지급된 뒤 3년간 1500위안의 육아 보조금이 지급된다. 지난(濟南)시도 ‘출산 정책 최적화를 통한 인구의 장기적 균형발전 촉진 실시 방안’을 통해 여성에게는 158일간의 출산 휴가를, 배우자에게는 15일 이하의 돌봄 휴가를 제공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더 파격적인 정책을 주장하기도 한다.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 창업자이자 위와인구연구소 소장인 량젠장(梁建章)은 의무교육을 9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청년들이 빨리 사회에 나오면 결혼도 빨라지고, 젊은 나이에 출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의 책사로 불리는 진찬룽(金燦榮)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둘째에게 20점, 셋째에게 50점, 넷째부터 무시험으로 명문대 입학 혜택을 주는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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