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자유로운 영혼으로 50년…가정 돌보지 못한 건 후회"
17일부터 서울서 '조영남 초대전'…"미술서 대양 같은 자유 느껴"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젊은 시절 아이들을 생각하지 못하고 가정을 돌보지 못한 것을 평생 후회합니다."
가수 조영남(78)은 지난 9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평생 욕먹는 것을 무시하며 살아왔고, 그간 하고 싶은 것은 다 해봐서 버킷리스트가 없다"면서도 가슴 한편에 남은 후회를 이같이 풀어냈다.
그가 오는 20일 데뷔 50주년 기념 부산 콘서트에서 선보일 신곡 제목도 '후회하네'이다. 50여년 가수 생활을 망라하는 소회가 후회라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조영남은 "오래 살다 보니 후회할 것이 많이 남더라"며 "내가 저지른 모든 일에 대해서다. 잘난 척하고, 떠들고, 문제를 일으키고, 재판도 받고 그런 것들"이라고 돌아봤다.
그는 이 노래에서 나긋나긋한 톤으로 '후회한다'라고 곱씹다가 '사랑하네'라고 노래한 뒤 '미안해요'로 끝맺는다.
조영남은 "내 대표곡은 '모란 동백'이지만 마지막 노래는 '후회하네'가 될 것 같다"며 "마치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My Way) 같은 노래"라고 소개했다.
그는 부산 소향씨어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에서 또 다른 신곡인 '세종대왕', '이순신'을 비롯해 '딜라일라', '화개장터', '제비' 등의 대표곡을 부른다. 그는 "공연을 죽기 살기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남은 성악을 공부하던 1960년대 청년 문화의 메카인 쎄시봉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노래하게 되면서 대중음악에 눈을 떴다. 쎄시봉 DJ 이백천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보고 당시 여느 가수들이 그랬듯 미8군 무대에서도 활동했다. 그러다 1969년 톰 존스의 노래를 번안한 '딜라일라'로 TBC '쇼쇼쇼' 무대를 통해 정식 데뷔했다. 이후 '모란 동백', '화개장터' 등의 히트곡을 내며 인기를 끌었다. 송창식·윤형주와 더불어 쎄시봉으로 대표 되는 우리나라 '청년 문화'가 꽃피우던 시기의 한가운데 섰다.
데뷔 50주년은 1969년 TBC '쇼쇼쇼' 무대 기준으로 지난 2019년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와 무죄가 선고된 그림 대작 논란 등으로 몇 년 미뤄졌다.
조영남은 "예전에는 유행가의 가사 형식이 따로 있었다"며 "그런데 나, 최인호(소설가), 이장희, 송창식 이런 사람들이 그 형식을 뒤엎고 자유롭게 서양 것과 접목해 시 같은 가사를 쓰기 시작했다. 과거보다 훨씬 자유로운 '청년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자평했다.
"당시 '딜라일라'를 부를 때 와이셔츠를 반쯤 벗었는데, 이게 당시로서는 엄청난 파격이었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이야기하데요. 맞아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자유를 누리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첫 TV 출연인 파격적인 '딜라일라' 무대에서도, 네모 캔버스를 마음 가는 대로 채우는 붓질에서도 자신은 자유로웠다는 것이다.
이번 인터뷰는 한강과 영동대교가 내려다보이는 그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집안은 조영남의 손길이 닿은 미술 작품으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물감이 잔뜩 묻은 '작업복'을 입고 손으로는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갔다.
"내가 봐도 정말 이상해요. 가수로 55년 가까이 살아왔다는 게. 현미, 서세원, 이동원, 박인수 등 근래에 돌아가신 분들이 많거든요. 그런데 아직도 살아 있으니 참 모진 목숨입니다."
조영남은 "나는 우리말로 '재수가 있다'는 말을 참 좋아하는데, 나는 평생 재수가 좋다"며 "이 나이에 콘서트도 하고 전시회도 열 수 있어서"라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재수 좋은' 순간이 언제였느냐고 묻자 그는 "미국 카네기홀, 오스트리아 빈 콘체르트 하우스,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궁 같은 최고의 장소에서 공연했을 때가 가장 멋있는 순간이었다"고 답했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대작 논란에 대해선 "미술을 좋아하던 평범한 가수를 화가로 만들어줬다"고 특유의 화법으로 말했다. "50년간 사랑을 받았으니 한 5년 '유배 생활'(대작 논란으로 인한 활동 중단 기간)을 한 것은 견뎌야 해요. 내가 그림을 그린다는 것을 전국에 알리는 계기가 됐죠."
조영남은 오는 17일부터 서울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조영남 초대전'도 연다. 출품작 가운데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은 화투 소재 작품이 눈에 띈다.
조영남은 "앤디 워홀에게 코카콜라가 있다면 조영남에게는 화투가 있다"며 "화투 그림은 한국적인 팝 아트"라고 해석했다.
그는 미술 도구를 손에서 놓고 기타를 들고 오더니 가장 낮은 음과 가장 높은 음을 쳐 보였다.
그는 "음악은 이렇게 저음과 고음의 경계 안에서 연주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피아노도 건반 개수에 맞춰 쳐야 한다"며 "미술은 전혀 그런 제약이 없다. 100% 자유"라고 강조했다.
"피카소나 고흐가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 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한 줄만 죽 그어도 오케이(OK)라는 거잖아요? 미술에서 나는 대양(大洋)이나 창공 같은 무한대의 자유로움을 느껴요. 그래서 좋다는 겁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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