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살찌우는 ‘기초대사량 감소’…지구온난화도 원인이라고?

곽노필 2023. 5. 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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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사이 남성 8%, 여성 5% 줄어
식단 변화·지구온난화 등 영향 추정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 쓰이는 기초 대사량이 크면 몸에 지방이 잘 축적되지 않는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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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생명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때 쓰이는 에너지의 양을 기초 대사량(BMR) 또는 휴식 대사량이라고 부른다.

기초 대사량은 현대인의 건강 문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만 관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너지 관점에서 보면 비만이란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 사이의 불균형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섭취하는 에너지를 모두 소비하면 비만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기초 대사량이 크면 에너지 총 소비량도 커져 몸에 지방이 잘 축적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은 총 에너지 소비에서 기초 대사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대략 60~75%로 본다.

문제는 비만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세계적으로 성인 6억5천만명, 청소년 3억4천만명, 어린이 3900만명을 합쳐 모두 10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비만(체질량지수 30 이상)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본다. 1975년 이후 거의 3배나 늘었고, 지금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비만연맹은 지난 3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35년에는 비만 인구가 20억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비만율이 높아지는 것이 사람들이 예전보다 음식을 더 많이 먹기 때문인지, 아니면 에너지 소비량이 줄었기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영국 애버딘대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연구진이 지난 30년 사이에 현대인의 기초 대사량이 감소한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타볼리즘>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사용한 방식은 이중표지수(Doubly labeled water)를 이용한 분석법이다. 이중표지수란 물 분자를 구성하는 수소와 산소를 각각 안정동위원소(수소는 중수소, 산소는 산소동위원소18)로 치환한 물이다. 이중표지수의 수소와 산소가 체내 대사과정을 거치며 몸 밖으로 배출되는 속도와 양을 보고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는 것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측정하는 데 유용한 방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구진은 이중표지수법 측정치가 담긴 100여개의 연구물에서 6천여개의 측정치를 수집했다. 연구진은 이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유럽과 미국 성인 4천여명의 에너지 소비량을 계산했다. 분석 결과 1990년대 초반 이후 총 에너지 소비량이 남성의 경우 약 7.7%, 여성의 경우 약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대사량이 꾸준히 소폭 감소하고 있다.

무엇이 감소를 불렀나? 4가지 가설

이유가 뭘까? 연구진은 총 대사량과 휴식(기초) 대사량을 비교 분석한 결과, 휴식 및 활동 대사량의 변화가 주된 원인임을 확인했다. 이 기간 중 활동 대사량은 약간 증가한 반면, 휴식 대사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총 대사량 감소는 전적으로 휴식 대사량 감소에 기인한다는 얘기다. 연구를 이끈 존 스피크먼 교수는 “에너지 소비량 감소는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감소한 이유는 의외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휴식 대사량이 줄어든 이유는 정확하게 규명하지 못했다. 다만 연구진은 식단의 변화를 휴식 대사량 감소의 한 원인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쥐 실험에서 쥐가 어떤 지방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대사량이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한 점을 추정의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사람한테서도 똑같은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검증해봐야 할 일이다. 스피크먼 교수는 “인간에게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난다면 식이요법으로 대사량 감소를 역전시킬 수도 있다는 걸 뜻한다”고 말했다.

스피크먼 교수는 기술매체 <테크놀로지 네트워크>와의 인터뷰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다른 몇가지 가설도 제시했다.

첫째는 흡연자는 일반적으로 기초대사량이 더 큰데, 흡연자가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람들이 사는 생활 공간의 온도가 올라간 점을 들었다. 여기엔 지구 온난화와 도시화가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예컨대 생쥐 실험에서 따뜻한 곳에 있던 생쥐를 추운 곳으로 옮기면 따뜻한 곳에 계속 있던 생쥐보다 기초대사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운 환경에 덜 노출되는 것이 기초대사량 감소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는 보건 위생 환경이 좋아지면서 감염성 질병 위험이 줄어든 점이 원인일 가능성이다. 질병은 인체의 기초대사량을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2255-023-00782-2

Total daily energy expenditure has declined over the past three decades due to declining basal expenditure, not reduced activity expenditure

Nature Metabolism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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