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가치 인정받은 '가야고분군' 7곳 특징과 주요 유물은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올해 9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야고분군'(Gaya Tumuli)은 가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표 유적이다.
11일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가야와 관련한 고분군이 780여 곳에 분포하고 있다.
관련 고분 수를 모두 따지면 수십 만기이며, 고분군은 대가야가 멸망하는 562년까지 꾸준히 조성돼 왔다.
각 정치체가 공존하며 지역에 따라 크고 작은 형태로 조성해 가야 문화는 물론, 당대 사회구조와 변천 과정 등을 폭넓게 분석할 수 있는 자료로 여겨진다.
그간의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고분군 7곳의 특징, 주요 출토 유물 등을 간략히 정리했다.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5∼6세기 가야 북부 지역을 통합하면서 성장한 대가야를 대표하는 고분군이다.
높은 구릉지 위에 고분군이 밀집해 조성돼 있는데, 연맹의 중심 세력으로서 대가야의 위상과 가야 연맹이 최전성기에 이르렀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유적이다.
일부 대형 무덤은 순장자를 함께 묻은 것으로 파악돼 지배층의 무덤이라는 점을 잘 보여준다.
백제로부터 유래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동 그릇, 신라에서 영향을 받은 새 날개 모양 관장식, 일본 오키나와 산 야광 조개로 만든 국자 등은 당시 대가야의 활발한 대외 교류 관계를 잘 보여주는 유물이다.
가야 사회의 계층구조와 대내외 문물 교류를 볼 때 가장 많이 연구하는 고분군이기도 하다.
지난 1978년에 32호분에서 나온 금동관은 대가야의 공예 수준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인정받아 보물로 지정됐다.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1∼5세기 가야 연맹을 구성했던 금관가야의 문화를 보여주는 고분 유적이다.
조사 결과 당시 지배집단이 묻혔으며 고인돌, 널무덤, 덧널무덤 등 다양한 형태의 무덤이 확인됐다. 평지에는 1∼3세기 무덤이, 정상부에는 4∼5세기 무덤이 모여 있어 시기적으로도 범위가 넓다.
대성동 고분 일대에서는 토기류와 철기류, 중국제 거울 등이 출토됐다.
특히 중국에서 들여온 청동거울, 북방에서 수입한 청동 솥 등은 당시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정치체가 중국, 가야, 일본 열도로 이어진 국제 교역에서 활발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자료다.
또, 보물로 지정된 '김해 대성동 76호분 출토 목걸이'를 통해 가야인의 세련된 장신구 문화를 엿볼 수 있다.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아라가야의 왕과 귀족 무덤이 조성된 고분군이다.
말이산(末伊山)은 '머리'와 '산'을 한자로 표기해 합친 것으로 '우두머리의 산'이라는 의미가 있다. 나지막한 구릉과 능선을 따라 꼭대기에는 대형 무덤이, 경사면에는 중소형의 무덤이 모여 있다.
아라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37기의 대형 무덤이 높은 곳에 모여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여러 출토 유물 가운데 말이산 45호분에서 나온 상형 도기 세트는 특히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10월 보물로 지정된 유물로 정식 명칭은 '함안 말이산 45호분 출토 상형 도기 일괄'이다.
집 모양 도기 2점, 사슴 모양 뿔잔 1점, 배 모양 도기 1점, 등잔 모양 도기 1점 등으로 구성된 유물은 유물의 잔존 상태가 우수한 데다 가야인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창녕 일대에 분포한 고분군으로, 비화가야 최고 지배자 묘역으로 추정된다.
1911년 일본인 학자 세키노 다다시(關野貞)에 의해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100기가 넘는 무덤이 확인되며 출토 유물과 구조 양상을 볼 때 5∼6세기가 중심 연대일 것으로 파악된다.
창녕 고분군은 최근 발굴 성과와 연구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학계의 관심이 쏠리는 유적이다.
봉토 지름이 21m, 높이가 7m인 63호분은 그간 한 차례도 도굴되지 않아 원형이 보존된 사례로 잘 알려져 있다.
교동 고분군에서는 무덤 출입구에 개를 매장한 사례가 몇 차례 확인된 바 있다. 63호분에서도 개 3마리의 흔적이 나왔는데 무덤을 수호하라는 뜻에서 묻은 것으로 추정한다.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
5세기부터 가야 연맹의 유력한 해상세력으로 떠오른 소가야 왕과 지배층의 무덤이다.
다른 고분군과 비교하면 봉토분 숫자는 적은 편이나 가야 고유의 특성이 잘 나타난다는 평가가 많다.
이 가운데 가장 높은 곳에 있는 1호 무덤은 지방의 우두머리가 묻힌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결과, 흙을 쌓아 구릉처럼 만든 뒤 돌무덤 방을 만드는 가야 형식을 따른 것으로 확인됐다.
무덤에서는 소가야식 토기뿐 아니라 토기, 마구 등 교역품으로 쓰였을 유물이 다양하게 발견됐다.
학계에서는 백제와 가야, 일본 열도를 잇는 해양 교역의 창구였던 소가야의 특색이 잘 드러나는 고분군으로 보기도 한다. 인근에 있는 고성 동외동 조개더미와 더불어 지역 내 중요한 유적으로 꼽힌다.
합천 옥전 고분군
낙동강의 한 지류인 황강변 구릉에 있는 4∼6세기 전반의 가야 고분군이다.
무덤이 총 1천여 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지름이 20∼30m 정도인 18기가 한 지역에 밀집돼 있다.
옥전 고분군에서는 토기류, 철제 무기류, 갑옷 마구류, 장신구류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됐다.
'구슬이 많이 나는 밭'(玉田)이라는 뜻처럼 'M2호분'이라 이름 붙은 한 무덤에서는 2천여 개가 넘는 구슬이 나왔다.
화려한 장식의 금귀걸이와 장신구도 여럿 출토됐다. 옥전 고분군에서 출토된 금귀걸이 3쌍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최고 수장급의 무덤에서만 나오는 유물도 눈여겨볼 만하다. M3호에서는 최고 지배자의 상징인 봉황무늬, 용무늬 등을 새긴 둥근 고리 큰 칼이 4자루나 나왔다. 한 무덤에서 많은 양이 발견된 건 드문 사례다.
또 투구, 갑옷 등도 여러 점 발견돼 가야는 물론, 우리나라 고분 문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자료로 여겨진다.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가야의 서쪽 영역과 그 범위를 엿볼 수 있는 고분군으로, 운봉고원의 가야 정치체를 대표하는 유적이다.
지리산 줄기인 연비산에서 내려오는 언덕 능선을 따라 40여 기의 무덤이 조성돼 있다. 전북 지역에 있는 가야 고분군 중에서는 규모가 매우 큰 편이다.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무덤에서는 가야뿐 아니라 백제의 흔적도 곳곳에 묻어있다.
예를 들어 32호분에서는 백제 왕릉급 무덤에서만 나오는 청동거울, 백제계 금동신발 조각이 나온 바 있다. 무덤의 축조 방식을 봐도 가야와 백제 고유의 특징이 함께 보이는 경우가 있다.
토착 세력, 가야, 백제의 특징을 보여주는 유물이 함께 출토돼 5∼6세기 전북 동부 지역의 고대사와 고대문화 연구에 있어 중요한 유적이다. 호남 지역의 가야 유적으로서는 처음 사적으로 지정됐다.
ye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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