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우리 아이 비만일까, 성장에 도움될까?
[파이낸셜뉴스] 소아비만은 전 세계적으로 소아에게 가장 흔한 영양 장애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소아청소년기 비만은 신체활동량에 비해 섭취량이 많아서 지방이 축적되면서 체중이 증가해 발생하는 △단순비만과 키 성장이 더디면서 비만한 △병적 비만으로 나뉜다. 비만은 소아청소년 성장도표를 기준으로 진단하는데,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BMI)가 또래의 95백분위수 이상(상위 5% 이내)이면 비만으로 정의한다.
11일 의료진들은 소아비만은 각종 소아 성인병과 대사질환, 성조숙증의 원인이 될 수 있어 어려서부터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과 체중 관리에 신경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소아비만 환자, 코로나 이후 급증
용인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코로나19 유행 기간 국내 소아청소년의 복부비만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국내 소아청소년의 비만 및 관련 만성질환 유병률이 코로나19 이후 악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 원인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및 활동량 감소, 식습관 변화와 같은 생활습관의 변화가 지목됐다.
소아∙청소년 비만환자의 경우 사회경제적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에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10년 동안 식생활과 생활습관 변화 등으로 비만 환자가 급격히 증가했는데,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아∙청소년 비만율은 지난 10년간 10% 전후로 유지되다가 코로나 이후 15% 이상으로 급증했으며, 복부비만 유병률 또한 10년간 1.8배, 고혈당과 지질이상 등의 관련 대사지표 이상도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비만 진료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만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소아∙청소년의 경우 2017년 2241명에서 2021년 7559명으로 증가해 17년 대비 2.3배의 증가 추세를 보였다.
■통통하면 키로 간다? 다 옛말
‘통통한 아이가 키 큰다’는 속설을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이영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아이가 비만하면 현재는 키가 크지만 사춘기가 빨라서 성장판이 일찍 닫힐 수 있으므로 성인키가 평균보다 작아지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오히려 소아청소년기 비만하면 성장기 동안 지방세포의 크기와 개수가 함께 증가하므로 성인기 비만으로 이어지면 대사 합병증이 발생할 위험이 증가한다고 경고했다. 또 성인기에 노력해서 지방세포의 크기는 감소해도 지방세포 개수를 줄일 수는 없으므로 비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소아청소년의 비만 관리를 하다보면 조금 통통해도 나중에 다 키로 간다며 아이에게 슬그머니 간식을 쥐어주는 어른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과거에는 전반적으로 영양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리가 있지만 이제는 워낙 영양이 좋아져서다.
소아 비만이 무서운 이유는 사춘기 이전까지 해결하지 않으면 이후 지방세포의 변화에 의해 자연스레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각종 성인병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학업이 힘들고 예전보다 운동량이 현격히 감소한 요즘은 한번 시작된 비만이 계속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아비만 방치하면 대사질환, 성조숙증 발생
서정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내분비과 교수는 "소아비만이 성인병을 포함한 각종 합병증 위험을 높인다"며 "소아비만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면 성인이 되기 전부터 당뇨병, 지방간, 고혈압, 고지혈증, 심혈관질환과 같은 대사질환을 겪을 수 있다. 또 성장과 발달에 장애를 일으키고, 심리·정서적 측면에서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홍용희 순천향대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청소년 비만은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고혈압,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출혈 등의 성인병이 조기에 나타날 수 있어 적극적인 관리 및 치료가 필요하다”며 “집중적인 식사치료, 운동치료와 행동치료를 시행해도 지속적인 체중증가와 비만 동반 질환이 조절되지 않을 때 전문의에 의한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영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비만으로 지방간, 위식도역류, 월경불순, 코골이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알러지 질환 관련성이 보고돼 있다"며 "드물지만 대퇴골골단분리증, 수면무호흡증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돼 자존감 저하, 우울 등이 동반될 수 있고, 심리적인 어려움이 있으면 음식섭취가 심리정서적인 측면과 연관돼 있어 비만이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소아비만, 어떻게 치료해야 할까
소아비만은 유전적 요인, 에너지 섭취와 소비 불균형, 운동 부족, 호르몬 및 대사 이상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이 가운데 특히 생활 수준 향상에 따른 고칼로리·고지방 음식 중심 식습관과 상대적으로 부족한 운동 습관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소아비만 관리의 목표는 올바른 체중조절과 함께 성장과 발달을 건강하게 유도함에 있다.
소아청소년기는 성장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로, 소아 체중 관리는 어른의 방식과 다르다. 심하지 않은 비만 아동은 현재의 체중을 유지하기만 하더라도 비만이 호전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합병증이 동반돼 있거나 심한 비만일 경우에는 체중 감량이 필요하나 체중 5~10%를 단계적으로 감량하는 것이 좋다.
서정환 교수는 "성공적인 소아비만 치료를 위해서는 비만의 위험성을 빨리 인식하고 건강한 습관을 형성하며 각 개인의 문제점에 따른 맞춤식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소아비만 치료엔 식사요법, 운동요법, 행동요법이 단독 혹은 결합 된 방식으로 사용된다.
식사요법은 영양 균형이 잡힌 건강에 좋은 음식을 올바른 방법으로 섭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섭취 칼로리양을 줄이고, 좋은 식습관을 만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지방이나 당분 섭취는 줄이고, 과일이나 채소, 곡류 섭취는 늘릴 것을 권하나, 비만 아동마다 문제 되는 식습관이나 필요 칼로리양이 다를 수 있기에 영양 상담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운동요법은 에너지 소비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아 청소년 근골격계 발달과 심리적 요인, 심뇌혈관질환 위험요인의 개선이라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어린아이들은 규격화된 운동(에어로빅, 러닝머신, 실내 자전거 등)에 쉽게 싫증 내는 경향을 보이므로 놀이나 일상생활에서 활동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가만히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학교에 갈 때 차를 타지 않고 걸어간다거나,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 이용, 친구와 운동 경기를 하거나, 최소한 하루에 30분 이상 가족끼리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고칼로리·고지방 음식과 외식을 줄이고, 채소·과일 섭취는 늘리며, 일정한 시간에 식사하되 급하게 먹지 말아야 한다. 이외에도 TV 시청과 컴퓨터 사용을 하루 1~2시간 이내로 제한하는 행동요법을 꾸준하게 시행해야 한다.
소아비만은 가족 생활습관과 행동 양식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 부모 중 한쪽이 비만이라면 자녀 비만 가능성은 40%를 보인다. 하지만 부모 모두 비만이라면 가능성은 80%까지 급격하게 올라간다. 특히 어머니가 비만이라면 비만 위험성이 2.5배 이상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는 눈여겨봐야 한다. 소아비만을 줄이기 위해 가족 전체 행동 양식을 바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영아 교수는 "아이의 비만을 예방하거나 비만에서 벗어나고자 한다면 엄마와 아빠, 모든 가족이 동참해 올바른 생활습관을 함께 지키면서 아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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