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 아나운서의 평판이 좋은 이유 [인터뷰M]
스포츠 아나운서 박지영은 이유 있는 호평이 자자한 인물이다.
겉보기엔 화려하나, 수면 아래에서는 치열한 발버둥을 쳐야 살아남는 스포츠 아나운서 업계에서 어느덧 12년을 버텨낸 그다. 외양을 치장하는 것에 몰두하고, 허투루 시간을 보냈다면 나이가 들어 자연히 홀대받았을 터. 여전히 최고의 주가를 달리며 실력을 입증한 그에게 비결을 물었다.
박지영 아나운서는 우연히 스포츠 아나운서가 된 케이스다. iMBC연예와 만난 그는 "아주 흔한 레퍼토리지만, 원장님의 추천으로 2012년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당시 뉴스 아나운서를 꿈꾸며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었다. 내가 미스코리아 합숙을 하고 있을 때 원서가 접수됐다. 그날부터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2012년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일이 많은 한 해였다. 기상캐스터, 미스코리아, 스포츠아나운서의 시작 등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며 "추후에 당시 원장님께 여쭤보니 '넌 딱 스포츠 아나운서의 기운이더라'고 하셨다. 처음 입사한 KBS N 선배들도 '네가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던 걸 봤다. 눈에 띄더라'고 하시더라.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천직이었다보다"라고 말했다.
시작할 때에는 두 가지의 컴플렉스가 박지영 아나운서의 어깨를 무겁게 만들었다. 그는 "스포츠 문외한이라는 점과 전반적으로 차분한 목소리 톤이 나를 작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기왕 뛰어든 김에 제대로 해내고 싶었다. 원래 성격이 그렇다. 주어진 일을 해내지 못하면, 스스로에게 창피해하고 자책한다. 차분한 톤은 나만의 영역, 특장점으로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스포츠를 잘 모른다는 건 몸으로 부딪히고 공부해 정복하면 되는 일이더라"고 전했다.
스포츠 아나운서란 직업은 말 그대로 발버둥 치는 백조나 다름없다. 카메라 앞에서 싱그러운 미소를 지으며 선수들과 소통하지만, 과정은 거칠다. 실제로 박지영 아나운서는 마이크만 쥐어준다면 어떠한 궂은 현장도 마다하지 않았다. 야구와 축구 등 인기 스포츠 종목뿐만 아니라 씨름, 핸드볼 등 당시 비주류에 속하던 종목들도 연구하고 익혀 제 것으로 만들었다.
그는 "잘 모르는 종목일수록 더욱 치열하게 준비했다. 비주류 종목들은 대부분 먼 지방에서 경기가 진행된다. 출장을 가면 수면 시간이 아주 부족하다. 하지만, 준비가 부족해 불안할 바에 잠 좀 덜 자고 준비했다. 파일을 만들어 달달 외우고 규칙을 숙지하고 선수들에 대해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이저리그 출장을 가보면, 선수들과 인터뷰를 할 수 있는 라커 오픈 시간이 정해져 있다. 그때 딱 들어가야 취재가 가능하다. 우리는 그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어떻게 해서든 분량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어떤 선수와 마주칠지 예상하기도 힘들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공부하고 파악했다. 잠은 2시간 자고, 계속 공부하고 일찍 일어나 카메라 앞에 서기 위해 직접 화장을 하고 머리를 만진다. 남들과 비슷한 흔한 인터뷰를 하긴 싫어 철저히 준비했던 기억"이라고 전했다.
험난한 시절에 거친 환경을 적응하며 스포츠 아나운서 일을 한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닌, 값진 재료가 됐다는 박지영. 그는 "요즘은 입사하자마자 현장보다는 스튜디오 진행을 맡기도 한다더라. 내가 한참 일하던 시절 최대한 다양한 현장을 뛸 수 있던 게 감사하다는 생각을 한다. 항상 꾸중이 당연하다 여겼고, 울다가도 잘하는 선배들의 영상을 찾아보며 스스로를 다졌다. 되돌아보니 가장 큰 자양분이 된 시간들"이라고 말했다.
결과는 노력에 비례했다. 박지영 아나운서는 인터뷰 잘하는 스포츠 아나운서로 손꼽히며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인물로 우뚝 섰다. 본인 역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지점이 '만족스러운 인터뷰'란다. 그는 "선수가 정말 속마음을 이야기할 때 가장 뿌듯하고 보람차다. 다른 인터뷰어들에게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대답을 하던 선수들이 나의 노력을 알아주고, 더 깊은 이야기를 해주면 정말 기쁘다"며 "지향하는 인터뷰는 즐거운 인터뷰다. 우리에겐 일이지만, 인터뷰를 시청하는 스포츠 팬들에게는 여가다. 즐겁고 재밌는, 진짜 궁금하고 알고 싶은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게 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상대를 파악하고, 오롯이 공감하는 것. 박지영의 인터뷰 노하우는 현재진행형이다. 그는 최근 다수의 가수 쇼케이스 현장 마이크를 잡고 진행 능력을 뽐내고 있다. 이와 관련 박지영은 "스포츠 아나운서를 시작할 때와 비슷한 마음이 들더라. 그때 이겨낸 것들이라 정답을 이미 알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긴장된다. 하지만 이 긴장감은 스스로 그 쇼케이스들을 단순한 행사 진행 정도로 치부하지 않는다는 기분 좋은 반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티스트들이 긴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 결과물을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가 쇼케이스더라. 수많은 이들이 사활을 걸고 피, 땀, 눈물을 녹여낸 무대를 더욱 빛내주고 싶어 정말 공부 많이 한다. 스포츠 선수들과 똑같더라. 상대를 집요하게 공부해 미리 알고, 현장에서 경청하며 공감하니 그들의 말솜씨와 대답의 질이 달라지는 경험을 수차례 했다"고 자신했다.
최근 박지영 아나운서는 트로트 가수 별사랑의 쇼케이스 진행 중 눈물을 흘려 이목을 끈 바 있다. 당시 별사랑은 직업적 소신을 말하던 중 눈시울을 붉혔고, 박지영 아나운서 역시 눈물을 삼키며 진행을 이어갔다. 쇼케이스의 밀도는 높아졌고, 언론 관계자들의 박수를 이끌었다. 이와 관련 박지영 아나운서는 "직접적 소신을 말하는 별사랑 씨의 말에 공감했다. 그간의 목표, 앞으로의 목표, 직업을 대하는 그녀의 진심이 묻어났고 나와 겹쳐 보였다"고 털어놨다.
스포츠 아나운서는 편견과 싸우는 직업이기도 하다. 예쁘게 화장하고, 써준 대본을 읽어 인기를 얻다가 결혼을 위한 도구로 직업을 이용한다는 편협한 시선도 분명 존재한다. 박지영 아나운서는 "그럴 열정이 있었다면, 선수와 종목을 공부할 시간에 진작 결혼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웃었다. 그는 "참 속상한 시선이기도 하다. 관심사가 아니라 흘려들으려 노력하지만 속상한 건 사실이다. 화장을 하고 조금 더 나은 옷을 고르는 것도 카메라 앞에 서는 직업이기에 피할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긴다. 커리어로, 실력으로 증명해 보이고 싶은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iMBC 이호영 | 사진출처 아이컨텍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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