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평론가 김갑수, 졸혼의 이해(3)_졸혼의 장점과 단점은?

서울문화사 2023. 5. 11.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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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넘게 졸혼 생활을 즐기는 문화평론가 김갑수의 졸혼에 대하여.

단점은 외로움, 장점은 확실한 자기 자각

그럴 때는 졸혼한 걸 후회하나요?

그렇지는 않아요. 난 늘 영화 <빠삐용>을 생각해요. 절벽의 감옥에 고립된 채 바퀴벌레를 먹으면서 생존하잖아요. 나 역시 그런 최악의 감옥 생활을 하면서 좋은 원두로 커피를 내려 마시고, 모차르트와 브람스·베토벤에 열광하고, 영화를 즐기는 극단적인 모순 속에 살고 있어요. 외로움이나 비참함, 고통스러움 속에서 문화적인 풍요로움을 동시에 느끼며 살고 있는 거죠. 난 이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불만을 갖지 않으면 돼요.

졸혼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24시간 항상 깨어 있는 상태로 사는 거요. 사람은 약간 마비되고 중독된 채로 살아가요. 음식에 중독되고 사람 관계에 마비되고. 그러면서 자기 자각을 못 하고 생각을 못 하는 상태로 시간이 흘러가는데, 나는 혼자 지하 골방에 있으면서 ‘내 인생은 뭐지? 난 왜 살아 있지? 내가 한 행동들은 뭐지?’ 하는 생각을 끊임없이 해요. 가끔 괴로울 때도 있지만, 나는 이렇게 깨어 있는 상태가 좋아요.

지금은 졸혼 상태지만, 두 분도 열렬히 사랑해서 결혼한 거잖아요?

처음에 의사와 환자로 만났어요. 아내가 레지던트 2년 차 때 내 담당 의사였죠. 사실 의사가 환자를 좋아하기 쉽지 않은데, 내 별난 점에 끌렸던 거 같아요. 5년 동안 연애했는데 당시 나는 광화문에 살고, 아내는 근무하는 병원이 광명이었는데 주말마다 나를 찾아와서 지극정성으로 케어해줬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결혼했죠. 나는 집사람이 항상 공부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고 좋았어요. 남자에게 의지하지 않는 모습도 좋았죠. 요즘은 남녀가 서로 조건 따져 결혼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부부도 그렇고 그 옛날 내가 목격한 부부들은 다 그런 거 신경 안 쓰고 진짜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이 많아요.

대부분 부부가 그렇게 사랑해서 결혼하죠. 그런데 또 조금 지나면 이혼할까, 졸혼할까 고민하는 게 참 아이러니해요.

평균수명이 40살이었던 때가 그렇게 옛날이 아니에요. 그러다 60살로 늘고, 이제는 100세 시대잖아요. 그 긴 기간을 함께하기에는 참 어려워요. 차라리 한쪽이 한쪽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면 오히려 문제가 덜 생기죠. 그런데 요즘처럼 각자가 독자적으로 사회적 능력이 있고, 경제력이 있으면 서로 맞춰 살기가 참 어려워요. 그러면서도 분열된 가족 관계를 보면 죄의식을 느끼죠. 옛날에는 대가족제도, 요즘은 ‘부모와 자녀’라는 전통적인 가족 관계가 붕괴되는 것을 굉장히 두려워해요. 세상이 변하면서 가족 관계, 부부 관계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변화하는 것을 받아들여야 해요. 그래도 젊은 층은 좀 변해서 좋아하는 사람과 자연스럽게 동거도 하죠. 개인들의 독자적인 삶이 좀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두 분은 서로의 사생활을 어느 정도까지 존중해주나요?

둘 다 한 번도 사생활을 터치한 적이 없어서 존중이 뭔지 모르겠네요.(웃음) 일단 서로의 사생활에는 관심을 갖지 않고 아예 묻지 않아요. 자기 배우자에 대해 꼬치꼬치 알아보려 하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그건 진짜 불행을 자초하는 일이에요. 주변 사람의 경우인데 그 친구 아내가 약간의 성 중독 비슷한 문제가 있어요. 새로운 남자를 끊임없이 만나서 욕구를 해결하는 거죠. 그런데 그것만 빼면 부부가 아무 문제 없이 너무 잘 맞고 잘 살아요. 내가 이 예를 든 이유는 보편적인 상식이나 룰이라고 생각하는 게 실제 부부의 삶에서는 허망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예요.


늘 영화 <빠삐용>을 생각해요.
감옥에 고립된 채 바퀴벌레를 먹으면서 생존하잖아요.
나 역시 외로움이나 비참함, 고통스러움 속에서
문화적인 풍요로움을 동시에 느끼며 살고 있는 거죠.
그게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에디터 : 하은정 | 취재 : 박현구(프리랜서) | 사진 : 김동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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