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사드린 단백질 보충제...알고보니 분유 회사가 만드네 [New & Good]
저출산 현상·수입 분유 공세 밀려
유업체, '성인용 단백질'로 돌파구 찾기
분유 시장도 역대 최악의 저출산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유업계가 일부 분유 제품 생산을 중단하거나 리뉴얼하는 식으로 분유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한 명의 자녀를 위해 주변의 10명이 지갑을 연다는 '텐 포켓' 현상으로 아동복 시장이 커지는 사이, 분유 시장은 소비층인 영유아가 줄어들고 수입 분유에 밀리면서 국내 유업체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주요 유업체는 기존의 유가공 노하우를 살려 성인용 단백질 시장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습이다.
출산율 줄고 수입산이 국산 밀어내고
1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분유시장 규모는 3,000억 원 초반 대로 5년 전에 비해 약 1,000억 원 축소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서 파악한 국내 분유 소매점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1~6월)에만 237억5,800만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5% 줄었다. 2021년까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약 18.7% 떨어졌다.
분유 사업이 휘청이는 이유는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역대 가장 낮은 0.78명까지 떨어질 정도로 제품을 살 만한 인구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마트가 수입한 압타밀 등 수입 분유의 공세도 국내 업체의 밥그릇을 빼앗고 있다. 저출산으로 자녀를 더 귀하게 키우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부모들이 값비싼 아동복과 함께 비싼 수입 분유에도 지갑을 열게 됐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는 해외 직접 구매를 통해 사야 했지만 국내 유통업체를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된 것도 수입 분유의 확대에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4, 5년 전부터 수입 분유가 치고 올라오더니 점유율이 20%까지 늘었다"며 "수입 분유를 막기 위해 자사 제품을 재정비하고 있지만 과거와 같은 캐시카우 구조를 다시 살리는 건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말했다.
분유 단종하고 사업 축소…"그래도 사업은 유지"
이에 유업계는 줄줄이 분유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①매일유업은 지난해 말 대표 제품인 '앱솔루트' 다섯 종 중 가격이 저렴한 '앱솔루트 본'의 생산을 중단했다. 수입 분유 및 프리미엄 분유 등을 선호하는 추세에 맞춰 중저가 제품을 정리하고 나머지 4개 브랜드에 집중하겠다는 계산이다.
②남양유업은 올 초 일부 제품은 단종하고 기존 제품은 리뉴얼하면서 분유 상품군을 정리했다. 판매량이 저조했던 '임페리얼드림XO 오가닉'은 단종하고, '아이엠마더'와 '임페리얼드림XO' 등 두 종류로 나눠 리뉴얼 출시했다. ③LG생활건강은 지난해 영유아 전문 브랜드 '베비언스'의 분유와 유음료 등 생산을 중단하고 아예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렇다고 모태 사업인 분유를 놓을 수는 없다는 게 전통 유업체의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우유와 분유 사업에 뿌리를 둔 만큼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사업은 계속 유지할 방침"이라며 "동남아 위주로 해외 수출을 강화하는 등 돌파구를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안은 '성인용 단백질'…유가공 노하우 살려 진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업계는 시장 규모가 커지는 성인용 단백질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기 시작했다. 기존 분유 생산 라인을 개조하고 보유한 유가공 기술을 활용하면 어렵지 않게 관련 상품을 만들 수 있다. aT에 따르면 2018년 813억 원이었던 국내 단백질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4,000억 원대로 성장했다.
업계 1위 일동후디스의 단백질 보충제 '하이뮨 프로틴 밸런스'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650억 원으로 3년 만에 다섯 배 성장했다. 이에 회사는 다양한 품목으로 하이뮨의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기존 제품의 기능을 강화하는 리뉴얼도 이어간다.
매일유업은 2018년 출시한 단백질 보충제 셀렉스의 매출이 늘자 2021년 법인을 새로 내고 연구개발(R&D), 마케팅, 판매 등 사업부를 분리했다. 셀렉스는 지난해 매출 1,000억 원을 찍었다. 남양유업은 지난해 단백질 음료 '테이크핏 밸런스'를 통해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어 최근 분말 단백질 등 취급 종류를 늘리는 중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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