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오히려 키워야 할 판에 폐지라니" vs "기능 이관일 뿐"
[편집자주] 2022년 대선 판을 뒤흔든 일곱 글자,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국회 논의는 새 정부 출범 후 1주년째 겉돌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과연 현실화될까.
11일 여성계 등에 따르면 정의기억연대, 전국여성연대 등 55개 여성단체들은 전날(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여성인권 후퇴를 규탄하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삼는 등 여성혐오를 전면에 내건 윤석열 정부의 1년은 여성인권 후퇴 그 자체였다"며 "실패한 여가부 폐지 정책을 폐기하고 여가부 장관을 경질, 교체해야 하고 성평등 전담 부처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성계는 여가부를 폐지하면 양성평등을 위한 국가 정책의 수립 및 추진 동력이 지금보다 더 약해질 것을 우려한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통화에서 "우리 사회의 핵심적인 문제는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은 성차별과 성평등 지체 현상"이라며 "우리나라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 성별 임금 격차나 유리 천장 지수 등 모든 성평등 지표에서 최하위 국가"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구조적인 성차별이 우리나라에 없다고 생각하는 건데 이는 엄청난 실수"라며 "증빙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다. 소위 '이대남'(20대 남성)들의 주장대로 학교에서 여성들이 공부를 잘 하는 게 사실이라고 해도 학교에서의 성취가 노동 시장에서의 성취와 일치하느냐에는 의문이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여가부가 일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규모나 예산, 인력 자체가 적어서인데 부처 자체를 없애고 쪼개면 일의 효율이 나아진다는 건가"라며 "경제 수준에 걸맞지 않는 처절한 성평등 수준을 가진 우리나라에 어울리지 않는 해법"이라고 밝혔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어떤 부처가 역량이 부족하거나 일을 잘 못하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부처를 없애진 않는다"며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정책을 잘 못한다고 없애진 않지 않나"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힘이 없는 조직이면 예산을 많이 투입하면 된다. 인력도 더 많이 줘서 부처의 능력을 강화하면 된다"며 "성평등 정책 수립과 집행 기능을 사실상 약화시키려는 속셈"이라고 비판했다.
양이 대표는 "젠더 갈등을 말하는데 실질적으로 그게 대해 무엇인가. 부추기는 건 정치권 아닌가"라며 "여가부 폐지는 20대 남성 표심을 얻으려고 냈다는 게 본질이다. '구조적 성차별은 우리 사회 없다'라는 잘못된 인식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계속 꼬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어느 나라도 성차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지 않다"며 "여가부 폐지 정부조직 개편은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정치적 카드로 쓰이지 않을까 싶다"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가부 폐지에 당연히 반대한다. 성평등 정책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 없는 상태에서 나온 공약이라는 점이 가장 문제"라며 "약자 보호 등과 정책 추진 등을 위한 총괄조정기능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더 큰 힘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보다 더 축소된 형태로는 수준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그러면서 "여가부 폐지가 아니라 오히려 성평등을 담당하는 정부 부처의 힘을 강화하거나 부처 자체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가부 측은 양성평등에 대한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구로 이관돼 추진되는 것이기 때문에 약화할 우려는 없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이 새로운 기구에서 여성가족 정책을 독립적으로,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며 "오히려 그동안 여가부는 양성평등과 사회적 약자 지원에 대한 상징성은 컸지만, 가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에서는 한계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의 형태가 바뀔 뿐 여가부가 수행하던 양성평등과 관련된 법과 제도의 수립, 사업 진행 등은 그대로 이관되기 때문에 컨트롤타워가 사라진다거나 기존 업무가 약화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국민들에게 정부의 서비스를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고자 정부 조직 형태를 개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김지현 기자 flo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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