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2세대 규모 아파트에 1만6천건 하자 접수…무슨 일이?
입주 전부터 승강기 멈추고 곳곳에 누수…'부실시공' 의혹 제기
시공사 "56억원 더 내라" 내용증명 발송…소송전 예고
입주 시작 직후 이틀 간 내린 61㎜ 비에 길이 20m 옹벽 무너져
조합원 반발에 아파트 입구 막은 시공사
입주자 "누더기 새 아파트, 무서워서 못 들어가"…시공사 "안전하다"
입주를 막 시작한 인천의 한 신축 아파트에서 옹벽이 무너지고 하자보수 요구가 1만6천건에 이르는 등 위험신호가 감지되면서 입주예정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입주민들은 지난해 광주 고층아파트 외벽 붕괴사고와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등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의 잇단 안전사고를 보며 "내가 입주할 아파트도 설마…"하며 마음을 졸이는데, 시공사는 추가 공사 분담금을 요구하며 입주도 방해해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분위기다.
입주 전부터 승강기 멈추고 곳곳에 누수…'부실시공' 의혹 제기
입주민과 시공사 간의 갈등은 지난 3월말 이 아파트 입주자들이 입주 전 사전점검 때 시공사에 1만6천건의 하자보수을 요구하면서 본격 수면 위로 올라왔다. 아파트 1채당 평균 43건이 넘는 하자보수를 요구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시공사 측은 입주민의 70%가량이 아파트 하자점검 전문업체를 통해 하자보수를 요구했기 때문에 여느 아파트보다 하자보수 요구가 늘었다는 입장이지만, 입주민들은 "아무리 전문업체가 사전점검을 했다고 하더라도 아파트 1채당 평균 40건이 넘는 문제를 발견했다면 시공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아파트 배관이 터지면서 승강기가 물에 잠겨 작동을 멈췄고, 지하 2층부터 지상 33층까지 바닥과 벽에 물이 스며드는 사태가 발생했다. 계단과 공용시설 등에서도 누수가 확인됐다. 아파트 내벽과 계단의 틈새가 점점 벌어지는 곳도 있다. 관할구청인 미추홀구도 시공사에 아파트 내 하자들을 서둘러 고치라고 권고했다. 일부 입주자들은 '부실시공' 의혹을 제기했다.
시공사 "56억원 더 내라" 내용증명 발송…소송전 예고
아파트 사용 승인이 내려지자 시공사 측은 즉각 조합에 추가 공사 분담금 56억원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 소송전을 벌이겠다는 취지다. 앞서 시공사는 올해 초부터 추가 분담금을 요구하며 여러 차례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조합을 압박했다.
조합 측은 이미 아파트 내 여러 차례 큰 하자가 발견되는 데다 이미 2년 전 한 차례 추가 분담금을 줬는데 또 다시 요구하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시공사는 조합원들에게는 입주를 위한 열쇠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응수했다. 입주를 방해하겠다는 의미다. 갈등은 하루하루 빠르게 증폭됐다.
입주 시작 직후 이틀 간 내린 61㎜ 비에 옹벽 무너져
시공사는 당시 인천에 많은 비가 내렸기 때문에 옹벽이 무너졌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당시 인천에 옹벽이 무너질 정도의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실제 지난 5~6일 기상청의 지역별 관측자료를 보면 인천은 어린이날인 지난 5일 14.3㎜, 6일 47.5㎜ 등 이틀 간 누적 61.8㎜의 비가 내렸다. 입주민들은 이 옹벽이 아파트 외벽 인근까지 무너져 불안감이 높아졌다.
조합원 반발에 아파트 입구 막은 시공사
실제 지난 9일 오후 두 세대의 입주가 예정돼 있어 벽돌과 차량을 치우지 않으면 자칫 입주예정자들이 길에 내몰릴 상황이었다. 다행히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고 관할구청인 미추홀구에서 긴급 중재하면서 시공사의 조합원 입주 저지는 일단 철회됐다.
이들의 갈등이 최근 언론을 통해 외부에 알려지면서 이목이 집중되자 조합과 시공사는 입주는 기존 계획대로 진행하되 추가 분담금은 차후 협상하기로 했다. 당장의 '강 대 강' 대치는 피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존재한다.
입주자 "누더기 새 아파트, 무서워서 못 들어가"…시공사 "안전하다"
반면 시공사 측은 이미 관할구청에서 건물 '사용승인'을 허가한 만큼 아파트 전체 안전에 대해서는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고 반박한다. 부실시공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 제기된 하자들은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시공사 관계자는 "코로나19 등 공사 기간 여러 외부 변수로 인해 인건비와 자재비가 많이 올라 손해가 극심했다"며 "분담금 요구는 불가피하고, 하자보수는 전문업체를 섭외해 최대한 빨리 해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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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주영민 기자 ymchu@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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