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AI가 연기까지 하면 어쩌지?... 긴장하는 美日 연예계
배우와 영화감독 등 일본의 예능계 종사자들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직업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국가를 상대로 자신들의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법 정비와 환경개선을 요구했다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
아사히에 따르면, 이들은 AI로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호소하며 관련 업종의 권리를 명문화할 것을 요구했다.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 할리우드에서도 작가들이 파업 협상 조건으로 AI로부터의 저작권 보호를 내걸면서 이같은 흐름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는 추세다.
이날 회견에 참여한 한 배우는 “영화 촬영은 오랜 기간이 걸리기 마련이지만, AI가 도입되면 며칠만 촬영해도 모습과 움직임을 스캔해 연령, 성별과 상관없이 합성할 수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완전히 수요가 없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깔려있다”고 밝혔다. 현역 스턴트맨도 “위험하다고 AI(합성)만 쓰고 인력을 줄이게 되면 이 분야의 기술을 물려줄 수 없게 되고, 현역들은 사활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며 현장에서 실직의 우려가 짙게 깔려 있음을 토로했다.
영화 ‘러브 라이프’의 후카다 코지 감독도 AI 기술 진전과 관련해 “영화업계는 배우, 스태프, 감독도 모두 프리랜서의 입장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AI 발전으로) 그 불안정성이 더욱 가속화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우 모리사키 메구미는 이날 회견에서 “국가를 상대로 AI가 콘텐츠 생성을 할 때 어떤 데이터를 바탕으로 생성했는지 공개할 의무, 그리고 창작자에게 대가를 지불할 것을 명문화할 것을 요구하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사토 야마토 변호사도 서면을 통해 “앞으로는 실제 배우가 연기를 하지 않아도 그들의 모습이나 목소리를 이용해 자동으로 영화나 드라마, 노래, 애니메이션이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며 “연기자의 모습과 목소리, 움직임에 관한 권리를 명문화해 보호하거나 AI가 생성에 사용한 데이터의 경우 창작자들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등의 법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쓰바라 히토시 도쿄대 정보공학과 교수는 아사히에 “허가 없이 AI에 그림을 학습시키는 것이 문제가 된 가운데, 다른 분야의 창작자들이 염려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영상이나 음악을 생성하는 AI는 아직 성능이 낮지만, 개발 초기에는 사람이 만든 작품을 꼭 필요로 한다. 저작권자를 설득하며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형태의 대가 지급 방식도 필요하다고 마쓰바라 교수는 덧붙였다.
미국 뉴욕에서는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할리우드 영화·방송 프로그램 작가들이 영화나 TV 대본 작성 때 인공지능(AI) 사용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AI가 만든 대본을 작가에게 수정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할리우드 영화·방송 프로그램 작가 1만1500여 명이 지난 2일 파업에 돌입한 계기는 영화·텔레비전(TV) 프로그램 제작자연맹(AMPTP)과 벌여온 임금 교섭 결렬이다.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급성장으로 콘텐츠 제작 강도가 세진 만큼 상당수가 최저임금을 받는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개선해달라는 게 이들의 요구다.
하지만 영화나 TV 대본 작성 때 인공지능(AI) 사용을 제한하자는 요구도 이번 파업의 또 다른 축이다. 제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작가들이 쓴 대본에서 새로운 대본을 임의로 만들어내거나 AI를 이용해 만들어낸 대본을 작가들에게 수정하라고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NBC 드라마 ‘법과 질서’의 총괄 프로듀서이자 시나리오 작가 워런 레이트는 4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처음부터 작가들에게 맡기는 것보다 AI를 사용해 제작하는 게 제작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며 “그러나 AI가 할 수 있는 것은 왜곡된 작품을 토해내는 것뿐”이라고 했다.
이번 파업으로 일부 TV 토크쇼가 결방하거나 작품 집필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더 투나잇 쇼 스타링 지미 팰런’(지미 팰런 쇼)을 비롯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 등 심야 토크쇼 제작이 중단됐다. 또 넷플릭스 인기 시리즈인 ‘기묘한 이야기’를 포함해 워너브라더스가 제작하는 ‘왕좌의 게임’ 속편 등의 프로그램 집필이 중단돼 방영이 연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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