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망하게 또…벌써 두번째 ‘인필드 플라이 병살’
[OSEN=백종인 객원기자] 1점 차 앞집 뒷집이다. 스코어 4-3으로 동점과 역전이 치열하다. 그러던 7회 초다. 앞선 원정 팀이 기회를 잡는다. 1사 만루, 타석에는 가장 뜨거운 최정이 들어선다. (10일 광주 KIA-SSG전)
외야 플라이도 허용할 수 없다. 투수(김기훈)는 조심스럽다. 1구, 2구가 모두 빗나간다. 그리고 3구째. 노림수가 잔뜩 담긴 스윙이 발사된다. 하지만 아뿔싸. 높이 뜬 타구가 내야에 갇혔다. 심판들이 하나 둘 오른손을 치켜든다. 인필드 플라이(Infield Fly) 선언이다. 타자는 자동 아웃이다.
이때부터다. 느낌표, 물음표가 연달아 켜진다. 우선 1루수(변우혁)가 공을 놓친다. 글러브에 담지 못하고 떨어트린 것이다. 그걸 보고 3루 주자(추신수)가 눈이 커진다. 이를테면 낚인 거다. 홈으로 욕심을 냈다. 몇 발짝 스타트를 끊는다. 그러더니 이내 돌아간다.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었던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나갔다. 돌아가는 길이 멀다. 재빨리 공을 집어 든 유격수(박찬호)의 송구에 걸려 들었다. 3루에서 태그 아웃. 만루 기회는 날아가고 공수 교대가 이뤄진다. 민망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다. 리플레이에, 움짤에…. 중계팀도, SNS도 여럿이 바빠진다.
살얼음판 게임에서 벌어진 일이다. 이겼으니 망정이다. 자칫 역전의 빌미를 줄 뻔했다.
이 대목에서 잠깐.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타이거즈 내야의 정확한 대응이다.
두 가지다. 첫째는 박찬호의 기민함이다. 떨어진 공을 잡는 건 기본이다. 그 다음이 적절했다. 막무가내, 홈으로 던졌으면 소득이 없었다. 하지만 몇 걸음 달려가며 주자를 살핀다. 그리고 귀루하는 걸 보고 3루로 방향을 잡는다.
두번째는 3루수의 플레이다. 팬들 중에도 태그 플레이냐, 아니냐에 궁금증이 많다. 전자가 맞다. 포스 아웃의 조건이 아니다. 즉, 아웃을 위해서는 태그가 필요하다. 인필드 플라이로 타자가 사라졌기(아웃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류지혁의 태그 플레이는 규정을 숙지한 정확한 동작이다.
‘선수가, 그것도 프로가. 그것도 모를까.’ 얼핏 당연하고 쉬운 얘기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착각하기 십상이다. 사례들도 꽤 있다. 꼼꼼하고, 세밀한 일본(NPB)에서 있었던 일이다.
2015년 5월, 요미우리-히로시마의 경기였다. 2-2 동점이던 9회 말이다. 홈 팀 히로시마가 1사 만루의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타자의 타구가 포수 위쪽으로 높이 떴다. 당연히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됐다.
그런데 모여든 수비가 서로 미루다가 공을 떨어트렸다. 다행히 공은 멀리 가지 않았다. 달려온 1루수가 금세 주워들었다. 그 사이 3루 주자가 냅다 홈으로 달려온다. 아마도 뭔가 착각을 일으킨 것 같다. 그걸 본 (공을 든) 1루수가 얼른 홈을 밟는다. 뒤늦게 주자가 통과했지만, 구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그러자 3루 코치가 득달같이 심판에게 달려온다. 히로시마 감독도 합세한다. 강력한 어필이 이뤄진다. 포스 아웃이 아니라, 태그를 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뒤이어 3루심이 조용히 구심을 부른다. ‘이 사람들 말이 맞다. 네가 틀렸다’는 설득이다. 결국 판정은 번복됐다. 세이프. 득점이 인정되며 3-2로 경기가 끝났다. 사상 초유의 끝내기 인필드 플라이다.
아차. 아니다. 그러고 보니 또 있다. 8년 후, 이번에는 우리나라 대전이다. 트윈스가 이글스전(4월 23일)에서 재현했다. 9회 1사 1, 2루에서 타자(서건창)와 1루 주자(김기연)가 더블 아웃됐다. 그 게임의 마지막 아웃이었다. 상황은 조금 다르다. 하지만 ‘끝내기’라는 명칭은 어색하지 않다.
올 해만 벌써 두번째다. 인필드 플라이에서 일어난 더블 아웃 말이다. 그것도 모두 당시 1위를 달리던 팀에서 나온 해프닝이다. 상승세도, 대단한 커리어도 어쩔 수 없는 희생양이 됐다.
하지만 괜찮다. 결정적이고, 민망한 실수지만 넘어가면 그만이다. 진기록의 주인공들은 모두 큰 걱정없다. 문책성 교체나, 엔트리 변동 같은 일은 겪지 않아고 된다. 한국은 곧잘 용서도 해주는 나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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