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리’가 뭐길래…중소 김치업체가 현대그린푸드와 맞붙는 까닭

이정하 2023. 5. 1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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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김치제조업체 '토속'이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이하 현대)로부터 '에누리'라는 명목으로 물류비를 대신 떠맡는 '갑질'을 당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토속은 지난해 5월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현대는 에누리 명목으로 물류비를 떠넘겨 7년 동안 13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토속 법률대리인은 "현대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에누리를 이용해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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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김치제조업체인 토속에서 만든 식품이 배송지로 가기 위해 지게차로 옮겨지고 있다. 김기성 기자

중소 김치제조업체 ‘토속’이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이하 현대)로부터 ‘에누리’라는 명목으로 물류비를 대신 떠맡는 ‘갑질’을 당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에누리’는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규정된 할인(납품가 감액)의 일종인데, 식품 유통업계에선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하지만 우월적 지위의 대기업이 강제로 물품값을 깎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9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김치제조업체 토속의 말을 들어보면, 현대 협력사인 토속은 2014년부터 2021년 7월까지 현대 쪽 물류센터와 현대가 지정하는 고객사에 김치류를 납품했다. 토속은 이 과정에서 “현대로부터 에누리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9년 3월 현대는 토속 쪽에 ‘에누리 공문 수취 요청’이란 제목의 문서를 보내 “(에누리율은) 전 거래 협력사 대상으로 반드시 받아야 하는 필수 사항”이라며 첨부파일을 참고해 공문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당시 첨부파일에는 ‘○○년 재계약에 따라 에누리 적용을 요청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월 매출액의 ○○% 적용 후 마감’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토속은 “이 공문이 현대가 협력사에 에누리를 강요한 뒤, 이를 자발적인 요청인 것처럼 꾸민 증거”라고 밝혔다.

토속 쪽은 또 계약대로 현대가 지정하는 장소에 배송·물류비를 직접 부담해 납품했으나, 현대는 물류비를 내주기는커녕 에누리라는 명목으로 물류 비용을 공제한 뒤 대금을 줬다고도 했다.

토속은 “에누리 적용률은 2018년까지 8% 미만이었으나, 2019년 9.84%, 2020년 12.76%, 2021년 13%로 일방적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100만원어치의 김치를 납품하면 2018년에는 92만원을 줬지만, 3년 뒤인 2021년에는 87만원만 지급했다는 것이다. 토속은 “매출 규모가 작을 때는 낮은 비율의 에누리를 적용했다가, 현대 쪽 요구에 따라 시설과 인력을 늘려 규모를 키우면 높은 에누리 비율을 적용해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토속은 지난해 5월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현대는 에누리 명목으로 물류비를 떠넘겨 7년 동안 13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토속 법률대리인은 “현대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에누리를 이용해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5월 경기도 중소 김치제조업체인 ㈜토속 임직원들이 서울 압구정역 현대백화점 앞에서 현대그린푸드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토속 제공

현대 쪽은 다른 대기업들도 11~14% 수준에서 에누리를 책정하고 있으며, 에누리와 물류비는 회계 처리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협력사에 지급하는 대금은 사실상 동일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에누리 개념은 납품 계약서상 토속이 전국 수백곳의 단체급식장까지 직접 배송해야 하나, 협력사의 효율적 물류 지원을 위해 토속이 중간(곤지암) 물류창고까지 배송하면, 그린푸드가 전국 각지의 단체급식장까지 배송을 대행하면서 받게 되는 합법적인 물류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사한 거래 조건으로 다른 4개 업체로부터 김치를 납품받는데, 다른 곳은 문제 제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하나 공정위 제조·하도급과장은 “현재 각종 자료와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본격 조사 중”이라며 “업계의 관심이 많아 이른 시일 안에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김기성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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