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누리’가 뭐길래…중소 김치업체가 현대그린푸드와 맞붙는 까닭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소 김치제조업체 '토속'이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이하 현대)로부터 '에누리'라는 명목으로 물류비를 대신 떠맡는 '갑질'을 당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토속은 지난해 5월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현대는 에누리 명목으로 물류비를 떠넘겨 7년 동안 13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토속 법률대리인은 "현대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에누리를 이용해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중소 김치제조업체 ‘토속’이 종합식품기업인 ㈜현대그린푸드(이하 현대)로부터 ‘에누리’라는 명목으로 물류비를 대신 떠맡는 ‘갑질’을 당했다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에누리’는 현행 부가가치세법에 규정된 할인(납품가 감액)의 일종인데, 식품 유통업계에선 관행처럼 굳어져왔다. 하지만 우월적 지위의 대기업이 강제로 물품값을 깎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9일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김치제조업체 토속의 말을 들어보면, 현대 협력사인 토속은 2014년부터 2021년 7월까지 현대 쪽 물류센터와 현대가 지정하는 고객사에 김치류를 납품했다. 토속은 이 과정에서 “현대로부터 에누리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2019년 3월 현대는 토속 쪽에 ‘에누리 공문 수취 요청’이란 제목의 문서를 보내 “(에누리율은) 전 거래 협력사 대상으로 반드시 받아야 하는 필수 사항”이라며 첨부파일을 참고해 공문을 보내라고 요구했다. 당시 첨부파일에는 ‘○○년 재계약에 따라 에누리 적용을 요청드립니다’라는 내용과 함께 ‘월 매출액의 ○○% 적용 후 마감’이라는 내용을 포함하도록 했다. 토속은 “이 공문이 현대가 협력사에 에누리를 강요한 뒤, 이를 자발적인 요청인 것처럼 꾸민 증거”라고 밝혔다.
토속 쪽은 또 계약대로 현대가 지정하는 장소에 배송·물류비를 직접 부담해 납품했으나, 현대는 물류비를 내주기는커녕 에누리라는 명목으로 물류 비용을 공제한 뒤 대금을 줬다고도 했다.
토속은 “에누리 적용률은 2018년까지 8% 미만이었으나, 2019년 9.84%, 2020년 12.76%, 2021년 13%로 일방적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100만원어치의 김치를 납품하면 2018년에는 92만원을 줬지만, 3년 뒤인 2021년에는 87만원만 지급했다는 것이다. 토속은 “매출 규모가 작을 때는 낮은 비율의 에누리를 적용했다가, 현대 쪽 요구에 따라 시설과 인력을 늘려 규모를 키우면 높은 에누리 비율을 적용해 ‘빼도 박도 못하게’ 만드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토속은 지난해 5월 공정위에 제출한 신고서에서 “현대는 에누리 명목으로 물류비를 떠넘겨 7년 동안 13억여원의 손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토속 법률대리인은 “현대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에누리를 이용해 물류비 등 각종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 쪽은 다른 대기업들도 11~14% 수준에서 에누리를 책정하고 있으며, 에누리와 물류비는 회계 처리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협력사에 지급하는 대금은 사실상 동일해 손해 볼 일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에누리 개념은 납품 계약서상 토속이 전국 수백곳의 단체급식장까지 직접 배송해야 하나, 협력사의 효율적 물류 지원을 위해 토속이 중간(곤지암) 물류창고까지 배송하면, 그린푸드가 전국 각지의 단체급식장까지 배송을 대행하면서 받게 되는 합법적인 물류 비용”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사한 거래 조건으로 다른 4개 업체로부터 김치를 납품받는데, 다른 곳은 문제 제기가 없다”고 밝혔다.
이하나 공정위 제조·하도급과장은 “현재 각종 자료와 추가 자료를 제출받아 본격 조사 중”이라며 “업계의 관심이 많아 이른 시일 안에 조사 결과를 내놓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하 김기성 기자 jungha98@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5·18 폄훼” 김재원 당원권 정지 1년…공천 원천 봉쇄
- 경질론에 한동훈 혼자 ‘발끈’…시민단체 향해 “정치단체” 공격
- 양회동 처벌불원서 낸 현장소장 “노사 다리 역할 한 사람”
- ‘박근혜 천막당사’까지 소환한 민주당…“윤리 없이 승리 없다”
- ‘김남국 코인’ 매각 가닥…민주당, 뒤늦게 진상조사 나서
- 홍준표 “윤 정권 정치 몰라, 김기현 옹졸”…당내선 “징계해야”
- 카톡 ‘조용히 나가기’ 드디어 된다…휴, 단톡방 정리해야지
- ‘25t 크레인’ 지지대 뚝 꺾여…50대 노동자 사망
- 2023 용산 수능 언어영역 ① 일(일본) ② 무릎 ③ 이거는
- 아이유, 표절 혐의로 고발 당해…저작권자 아닌 일반인이 접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