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83] 왜 ‘그립(grip)’이라 말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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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grip)은 외래어로 배트나 라켓·골프채 등의 손잡이, 또는 그것을 잡는 방법이라는게 사전적 정의이다.
우리나라에선 주로 손으로 잡는 부분을 그립이라고 말한다.
골프 클럽 손잡이나, 테니스 및 탁구, 배드민턴 라켓 손잡이 등을 그립이라고 말한다.
그립은 손잡이라는 의미보다는 잡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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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용어사전에 따르면 ‘grip’은 붙잡는다는 의미인 고대 독일어 ‘gripfen’가 어원이며, 고대 영어 ‘grippan’이 변형된 말이다. 12세기부터 움켜쥐거나 붙잡는 행위 등을 의미하는 뜻으로 사용했으며, 15세기 중반 비유적 표현으로 사용했다.1785년 비밀 결사에서 악수를 뜻하는 의미로도 쓰였다. 미국야구용어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용어사전에는 ‘grip’을 타자가 배트를 휘두르는 방법, 투수가 볼을 는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그립은 손잡이라는 의미보다는 잡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그립이라는 말을 1960년대부터 쓴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일보 1969년 11월27일 ‘미키맨틀 희대(稀代)의 장타(長打)솜씨’ 기사는 야구 장타자출신 미키 맨틀이 미국 텍사스주 댈라스에서 열린 PGA 바이론 넬슨클래식 경기에 앞서 프로-아마 혼합경기에 출전해 3백98야드의 장타를 날렸는데, 외신이 맨틀의 놀라운 장타(長打)는 ①강(強)한 그립 ②강렬한 손목과 ③거기서 나오는 편치에서 나온 것이라고 풀이했다는 내용의 보도였다. 당시만 해도 그립은 잡는 방법을 의미하는 뜻으로 썼다.
테니스에서 그립은 크게 세 가지 의미를 갖는다. 라켓을 쥐는 방법, 라켓 손잡이의 쥐는 부분, 라켓을 쥐다는 동사형 등이다. 라켓 쥐는 방법으로서 그립은 이스턴(eastern) 그립, 웨스턴(western) 그립, 컨티넨탈(continental) 그립이 알려져 있다. 이 말들은 테니스의 역사를 보여준다. 미국 동부지역, 미국 서부지역, 유럽 대륙에서 최초로 사용된 후 전 세계에 전파된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 그립 방법을 만들어낸 이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이탈리아 잔니 클레리치가 쓴 ‘테니스(부제 ’테니스 500년‘, 1947)’라는 책을 보면 19세기 말 영국에서 포핸드와 백핸드 모두 컨티넨탈 그립이, 미국에선 잡은 손가락 위치를 달리하는 이스턴 그립이 유행했음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본 코너 947회 ‘왜 ‘포핸드(forehand)’라고 말할까‘, 948회 ’왜 ‘백핸드(backhand)’라고 말할까‘ 참조)
1873년 영국 윙필드 소령이 테니스 규칙을 공표한 뒤 1년후 미국 뉴욕 보호 메어리 브릿지에 의해 테니스가 미국에 소개됐다. 당시 미국 테니스는 뉴욕을 중심으로 동부 뉴잉글랜드 지방 잔디 코트에서 시작됐다. 동부로 시작된 미국 테니스는 서부 개척에 따라 캘리포니아 지방에 소개됐으며 웨스턴 그립과 하드코트가 그곳에서 생겨났다고 한다. (본 코너 931회 ‘테니스에서 왜 ‘하드코트(hard court)’라고 말할까‘ 참조)
그립은 채를 쓰는 종목에서는 매우 중요하다. 그립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올바른 스윙 동작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테니스나 골프에서 스윙이 좀 이상해지면 ‘그립을 다시 체크해보라’고 충고를 하는 이유이다. 테니스와 함께 골프에서도 그립 방법은 세 가지를 많이 얘기한다. 내추럴 그립, 인터로킹 그립, 오버래핑 그립이다. 골프 그립은 내추럴 그립에서 시작해 인터로킹 그립에 이어 현재는 오버래핑 그립이 대세를 이룬다. 테니스든 골프든 그립의 변화는 시대와 역사를 반영해준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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