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부산 거리를 연간 114번 왕복"…경이로운 철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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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어느 날 소년은 애팔래치아산맥 능선에서 쌍안경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소년에서 아저씨로 성장한 스콧 와이덴솔은 철새의 매력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날개 위의 세계'(원제: A World on the Wing)는 미국의 저명한 자연사 연구가이자 작가 와이덴솔이 쓴 철새들의 '오디세이아'다.
철새는 1~2초 간격으로 대뇌의 한쪽 반구만을 사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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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0월의 어느 날 소년은 애팔래치아산맥 능선에서 쌍안경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지나가던 말똥가리 한 마리가 쌍안경을 뚫고 들어올 것처럼 소년을 쳐다보았다. 두근두근. 그는 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좀처럼 진정시킬 수 없었다. 그날 밤 소년은 흥분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뒤로 꿈을 꿀 때마다 하늘은 날갯짓하는 새들로 가득 찼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지난 지금, 소년에서 아저씨로 성장한 스콧 와이덴솔은 철새의 매력에서 여전히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날개 위의 세계'(원제: A World on the Wing)는 미국의 저명한 자연사 연구가이자 작가 와이덴솔이 쓴 철새들의 '오디세이아'다. 매년 지구 반대편을 오가는 철새들의 경이로운 이동과 이를 관찰하는 조류학자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철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들에게 늘 경탄의 대상이었다. '강남 갔던 제비가 봄이면 다시 돌아온다'는 옛말처럼, 철새는 제철이 지나가면 사라졌다가 때가 되면 반드시 돌아왔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새가 어디로, 어떻게, 얼마나, 왜 날아가는지 사람들은 설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당 부분 철새의 이동 사유를 알게 됐다. 생존 때문이다. 고달픈 인간의 삶처럼, 새들의 삶도 그와 별반 다르지 않다. 먹이를 찾아, 번식을 위해, 새들은 혹독한 여정을 떠난다.
책에 따르면 북극제비갈매기는 북반구에서 가장 높은 위도에서 새끼를 낳고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남극대륙 사이에 있는 남빙양에서 겨울을 난다. 해마다 북극제비갈매기가 이동하는 거리는 최대 9만1천㎞. 서울~부산을 약 114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다.
새는 그 먼 거리를 거의 쉬지도 않고 날아간다. 잠을 자면서도 날 수 있는 능력 덕택이다. 철새는 1~2초 간격으로 대뇌의 한쪽 반구만을 사용할 수 있다. 좌우 반구를 번갈아 적절히 사용하면 날면서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장거리 여행에 체력은 필수다. 비행 전, 새들은 체중을 두배 이상 불린다. 인간이 그렇게 살을 찌운다면 당뇨병과 관상동맥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새들은 지방 축적 때문에 그와 같은 병에 걸릴 일은 없다고 한다.
맞바람과 폭풍, 탈진을 이겨내고 비행하는 철새의 능력에 관한 최신 연구들이 책에 실렸다. 저자는 알래스카 툰드라 지대, 사하라 사막, 서해의 갯벌, 지중해 등 철새의 여정을 부지런히 따라간다.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철새들은 설상가상으로 기후변화라는 십자포화까지 최근 맞고 있다. 해수면 상승과 사막화, 서식지 감소는 가뜩이나 신산한 그들의 삶을 더욱 고달프게 한다.
그러나 이 모든 역경을 견디며 새들은 다시 하늘로 날아오른다. 역경을 극복하고 웅비하는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철새의 비상은 저자에게 경이로움을 안겨준다.
"하나의 생물 종이 자신의 앞길에 어떤 힘든 장애물이 있다고 해도, 오로지 바람과 저 멀리 지평선과 자신의 유전자, 그리고 계절의 순환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자신이 가야 할 길을 계속 가고 있는, 한 생명체에 대한 무한한 추앙."
열린책들. 김병순 옮김. 560쪽.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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