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배려 필요 없다" vs "성차별 여전"…'여가부'에 갈린 2030 남녀

김지성 기자 2023. 5. 11.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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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판을 뒤흔든 일곱 글자, '여성가족부 폐지'.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해 화제가 된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정부 출범 이후 1년째 존치 중이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쪽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성차별이 강하지 않은 만큼 여성을 위한 별도의 부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쪽은 성차별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가 여전한 만큼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가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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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잊힌 공약, '여가부 폐지'
[편집자주] 2022년 대선 판을 뒤흔든 일곱 글자, '여성가족부 폐지'.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핵심 공약 중 하나다. 그러나 국회 논의는 새 정부 출범 후 1주년째 겉돌고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는 과연 현실화될까.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지난해 대통령 선거 과정에 윤석열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해 화제가 된 여성가족부(여가부)가 정부 출범 이후 1년째 존치 중이다. 여가부 폐지에 대한 20∼30대 남녀의 의견은 여전히 갈린다.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쪽은 한국 사회에서 더 이상 성차별이 강하지 않은 만큼 여성을 위한 별도의 부처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여가부에서 시행하던 정책은 다른 부서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회사원 장모씨(32·남)는 "여가부가 하는 일 대부분은 보건복지부나 행정안전부 등에서 충분히 할 수 있어 보인다"며 "여성전용 주차장, 여성할당제는 성차별을 조장할뿐 왜 필요한지 모르겠고 여성의 능력이 모자라지 않은데 특별히 배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비역 중사인 김모씨(28·남)는 "여성에 대한 차별이 없어지고 인식도 좋아진 남녀평등 세상에서 여성만을 위한 부서는 필요 없다"며 "다만 여가부를 당장 없애면 반발과 혼선이 따를 수 있어 계도기간을 두고 점차 축소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쪽은 성차별에서 비롯된 사회 문제가 여전한 만큼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가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대학생 황모씨(24·남)는 "여가부 폐지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여성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고 여성 정책으로 오히려 남성이 약자가 된다'고들 하지만 이들은 이런 말을 하면서도 여전히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있을 것"이라며 "여성이 사회적 약자라는 사실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여가부는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원 허모씨(29·여)는 "'n번방' 사건같은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가 많고 그 수법은 더 악랄하게 진화하고 있다"며 "여가부 폐지를 논할 것이 아니라 예산 확충을 통해 여가부 전문성을 높여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여가부 폐지를 반대하는 쪽은 여가부가 여성뿐 아니라 청소년, 다문화 가정 관련 문제에서도 일정 부분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직장인 김모씨(28·여)는 "현재 여가부는 가출 청소년이나 성범죄 피해자 등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말하는 대로 여가부 기능이 다른 부처 아래로 분산 편입되면 기존 정책의 중요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고 소외계층이 더 소외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씨(31·여)는 "최근에도 한 금융사 채용 과정에 성비를 이유로 여성을 대거 탈락시킨 사건이 있을 정도로 한국 사회에 성차별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가부는 앞으로 사회구성원이 될 아이들도 보호하는 부서"라며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이를 낳고 싶은 사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걸 현 정부가 깨달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 마포구 직장인 전모씨(33·남)는 "여가부 폐지를 공약한 이후 구체적으로 여성과 가족 관련 정책을 어떻게 펼치겠다는 건지 와닿는 게 없다"며 "어떤 정책으로 남녀 포함 사회 통합을 이룰지 설명해야 하는데 부처 폐지가 정책이 돼 소모적인 논쟁만 벌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지성 기자 so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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