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카라과, 적십자사 92년만 해산…정부비판 NGO 탄압 속도

2021년 10월 온두라스와 니카라과 국경도시 산마르코스 데 콜론에서 니카라과인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AP 연합뉴스

니카라과 정부와 집권 여당이 10일(현지시간) 국제적 인도주의 단체 적십자사를 92년 만에 해산했다. 정부에 비판적인 성향인 비정부기구(NGO)에 탄압을 가하는 니카라과 정부가 적십자사에까지 손을 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니카라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의회는 이날 새로운 적십자사 창설에 대한 법률을 가결했다. 기존 니카라과 적십자사를 폐쇄하고, 대신 보건부 산하에 이름이 같은 적십자사를 설립하는 내용이 골자다. 관련 재산 역시 새 적십자사에 이양된다.

이로써 1931년부터 니카라과에서 활동했던 적십자사가 92년 만에 해산되게 됐다. 이번 조처는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과 그 아내 로사리오 무리요 부통령 정부가 지시한 사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니카라과 정부의 NGO 탄압 사례 중 일부로 보인다. 오르테가 대통령은 2018년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일어난 이후 반대파를 제거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일환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NGO를 해산하는 등 탄압하고 있다. 이번에는 적십자사가 공정성과 중립성을 포함하는 국제 적십자 기본 원칙을 위배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아 기자